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가계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외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현 가계부채 정책이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가계대출을 완화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LTV를 80%까지 완화하는 등 대출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공약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LTV를 80%까지 완화하는 등 대출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공약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 LTV 상한 80%로 인상 등을 대선공약으로 제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비판하며, 청년 등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청년·신혼부부들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LTV 상한을 80%로 인상하고, 생애 첫 주택구매 가구가 아닌 경우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또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40%, 30% 등으로 차등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선 9억원 이하 주택의 LTV는 40%, 9억원 초과 주택은 20%가 적용된다. 주택가격이 15억원을 넘어서는 경우엔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70~80%로 LTV가 상향되면 그만큼 대출이 수월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제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2가지 걸림돌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① LTV 상향만으로는 한계, 강화되는 DSR 규제도 다시 완화돼야

대출 규제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LTV 상향과 함께 DSR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DSR 40% 규제는 ‘연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데 쓸 수 없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개인)는 대출을 갚는데 연간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LTV를 80%까지 높여준다 하더라도 DSR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소득이 낮은 이들의 대출 가능 금액은 늘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DSR은 놔두고 LTV 규제만 완화할 경우엔 고소득자들의 대출 가능 금액만 늘어나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의 가계대출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7월부터 시행될 DSR 규제 3단계 시행이 미루어지거나 취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DSR 규제 1단계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전체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소득과 관계없이 총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차주단위 DSR 비율 40%를 적용했다. 이어 2단계는 지난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들로 확대됐다. 오는 7월부터는 3단계로,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전면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인수위 측에서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당국으로선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차질없이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초 방침대로 오는 7월부터 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은행권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인 만큼 LTV는 약속대로 풀어줄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하지만 새 정부 역시 가계부채 부실 등 건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DSR 규제의 경우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니면 소폭의 조정 정도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LTV 상향에 이어 DSR 규제까지 완화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이 대출규제 완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서는 등 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 완화는 다시 가계부채 급증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그간 가계부채 관리강화 기조를 유지해온 정책을 급격하게 뒤바꿀 경우, 시장의 혼란도 예상된다.

② 가계대출 대신 크게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이 또다른 뇌관

서울 중구 명동거리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줄줄이 붙어 있다. 올들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3조원 줄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4조원 가까이 늘어나 부실대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거리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줄줄이 붙어 있다. 올들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3조원 줄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4조원 가까이 늘어나 부실대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이 공약한 ‘가계대출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은 두 번째 이유로, 최근 크게 증가한 ‘자영업자 대출’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들어 가계대출 규모는 계속 줄어든 반면,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면서, 새로운 경제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3조원 줄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4조원 가까이 늘어나 부실대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여서, 자칫 금융시장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월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303조5166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2조1097억원 늘어난 규모다. 증가폭이 1월(1조6854억원)보다 커지면서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만 3조7951억원 급증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은 705조9373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522억원 감소했다. 앞서 1월에도 1조3634억원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해 가계대출 감소폭은 3조1156억원이다.

이처럼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한 데는 ‘영업 실적 하락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을 늘린 탓’이 크다. 가계 시장에서 이자이익을 예전만큼 내기 어려워진 은행들이 자영업자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그 결과 증가세가 확대된 것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 금리는 가계 신용대출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다. 가계대출이 어려워진 가정에서 자영업자 대출로 눈을 돌리게 만든 구조인 것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을 받아간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이 다중채무자라는 점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수는 276만9609명인데, 이 가운데 27만2308명(9.8%)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렸다. 다중채무자 수는 2019년 말 약 13만명이었지만 2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지난해 11월 말 전체 금융기관 자영업자 대출 잔액(632조원) 중 24.8%(157조원)가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대출금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가계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을 통합 심사·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차주의 소득 대비 대출총액 비율을 의미하는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깐깐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가계대출 규제가 풀리더라도, 돈의 가격인 ‘금리’가 올라 대출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미 가계의 이자 부담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 추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가계대출 완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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