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외교 안보 라인에 비해 발탁이 늦어진 국정원장에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11일 임명됐다. 김규현 국정원장 후보자에 이어 권춘택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사무총장은 국정원 1차장으로 임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가정보원 원장에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국가정보원 1차장에 권춘택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내정했다. [사진=연합뉴스]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왼쪽).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가정보원 원장에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국가정보원 1차장에 권춘택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내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주미공사 출신 공통점 가진 김규현과 권춘택 나란히 국정원장과 1차장으로 기용돼

두 사람 모두 주미공사를 지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외교부 출신, 권 후보자는 국정원 출신으로 주미대사관에서 근무했다. 김 후보자는 외교부 재직 시절 대표적 ‘북미통’으로 꼽혔다. 조용하고 원만하나 성격으로 전략적 판단 능력이 뛰어나며, 업무추진력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부 재직 시절 ‘일벌레’로 통하기도 했다는 후문이 있다.

김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됐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부 국제협력관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간 국방 현안을 다룬 경력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외교부 1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겸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냈다.

윤석열 스타일 1= 국정원을 ‘모사드’와 같은 해외 첩보조직으로 운영

이렇듯 외교부 출신을 국정원장으로 발탁한 것은 ‘국제적 안목을 가진 안보 전문가’를 정보기관 수장으로 앉히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국정원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처럼 해외 정보 업무에 집중하는 첩보조직으로 운영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 때문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해외 정보 파트도 국내 정치에 악용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국정원의 ‘댓글 사건’을 직접 수사한 적이 있는 만큼, '편향적'인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윤석열 스타일 2= 국정원장에 측근 대신에 안보 전문가 기용

이번 국정원장 임명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경선 캠프에서 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 국정원장은 통상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측근이 기용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측근 대신 국가 안보에 정통한 전문가를 첫 국정원장 후보자로 낙점했다.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본인이 잘 모르는 인물이라도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기용해 무한 신뢰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7월 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날 오후 5시께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김규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6년 9월 21일 당시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2월 1일,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스타일 3= 자신이 수사했던 김규현도 유능하면 기용...박주민의 비난은 ‘진실 왜곡’에 불과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측근이 아니라, 오히려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검찰에 의해 수사를 받았던 악연이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던 김 후보자가 세월호 사고 당시 ‘보고 시각 및 박 전 대통령의 최초 지시 시각 등을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윤 대통령이 ‘국제적 범죄자’를 국정원장에 앉혔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박 의원은 “김규현 지명자는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있던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보고 시각 조작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내려졌던 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며 "참 말문이 막힌다"라고 비난했다.

2018년 3월 당시 검찰은 김규현 지명자가 미국으로 건너가자 인터폴 적색수배와 함께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렸다. 이어 2018년 7월 5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던 김 지명자를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 손상, 직권남용, 위증 혐의 등으로 체포했으나 이틀 뒤 석방했다. 이후 김 지명자는 관련 혐의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따라서 박 의원은 김규현 지명자가 ‘무죄’였다는 중대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박 의원의 비난은 ‘진실 왜곡’인 셈이다.

2018년 7월 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날 오후 5시께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김규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6년 9월 21일 당시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7월 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날 오후 5시께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김규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6년 9월 21일 당시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중앙지검장이 윤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원장으로 ‘국정원 내부 인사나 정치인’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윤 대통령의 측근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추천한 인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 핵심 업무인 북한 이슈도 국제 정세를 읽을 줄 아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외교부 1차관, 외교안보수석, 국가안보실 1,2차장 등 외교와 안보 요직을 두루 거쳐 이같은 윤 당선인의 까다로운 조건에 가장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방부 내 첫 비(非)군인 출신 국제협력관으로서 한미 간 국방안보 분야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이 윤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당파색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일하는 인재’를 중용한다는 원칙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새 정부에선 대통령이 국정원장과 독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김 후보자를 발탁해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 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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