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내 열악한 공중보건 의료 시스템과 영양부족으로 북한이 공개한 것보다 상황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

세계보건기구(WHO)는 16일(현지시간) 북한 내 급속한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공중 보건 체계를 감안하면 북한당국이 공개한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이날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WHO는 이날 푸남 케트라팔 씽 동남아시아 지역사무소 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북한이 아직 신종 코로나 백신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WHO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국가라는 점에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책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대중 사이에 급속히 확산할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북한정부가 전염병에 대응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검사 확대와 발병 사례 관리 강화, 상황별 공중 보건 및 사회적 조치, 필수적인 의약품 제공, 기술 지원을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WHO는 또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신종 코로나 백신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북한당국에 제공하며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공중보건 시스템을 고려하면 실제 코로나 발병 상황은 공개된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소바쥬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열악한 북한의 보건 시스템을 고려하면 북한의 코로나19 발병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참혹할 수 있다”며 “북한은 해열제인 아스피린과 진통제 등 기본적인 의약품이 부족하고 의료 시설 내 수도, 전기 등도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체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영양부족을 겪고 있어 고령층 등 취약 계층에서 중증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른 국가보다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코로나 백신을 도입하지 않아 집단 면역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점은 현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고 소바쥬 전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코로나에 노출된 뒤 자연적으로 면역이 생기는 집단 면역을 기대하는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으며, 이는 1919년 스페인 독감 당시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북한에 백신이 공급되더라도 접종시기가 이미 늦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틴 맥키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이날 VOA에 “백신 접종 후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기까지는 몇 주 또는 몇 달이 소요된다”며 “북한에 백신 지원이 실제로 이뤄져도 북한 내 현 코로나 대 유행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또한 맥키 교수는 북한에 백신 접종을 위해 필수적인 냉장 설비(Cold Chain)가 부족하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맥키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인 mRNA 백신을 위한 냉장 설비는 기본적인 백신보다 더욱 크고 저온이며 정교한 것이어야 한다며, 북한에 이 같은 냉장 설비가 구비돼 있어도 mRNA 백신 프로그램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 같은 백신 냉장 설비 설치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해 국제기구와의 협력, 조율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미 모니터링을 이유로 관련 지원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북한 내 신종 코로나 발병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북 코로나 지원이 필수적인데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탈북민 출신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VOA에 “북한의 후진적인 전염병 대응책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전염병에 예민한 북한이 가장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봉쇄와 격리인데 식량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지켜질 수 없는 조건”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북한이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면서 지역별 봉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방역 정책을 고집하며 주민의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20년 넘게 대북 지원 사업을 해온 미국 내 한 구호단체는 VOA에 “코로나 발병으로 인한 북한 내 2차, 3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국제기구와 외부 의료진 등의 공백 상황에서 면역 체계가 약한 당뇨, 결핵, 영양실조 환자들이 코로나에 노출되면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내 이동 제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가을 수학과 식량 공급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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