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공무원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 불가능한 이유는?
北 피살 공무원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 불가능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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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2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앞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전달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5.25 [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2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앞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전달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5.25 [연합뉴스]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어업지도원 공무원 이대준 씨가 '월북'했었다는 기존의 발표를 지난 16일 해경과 국방부가 뒤집은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공개 거부했던 대통령기록물이 재판을 통해 전면 공개될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군당국과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가 국가안보실에 보고한 내용 등 핵심 자료 대부분을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최장 15년간 비공개하도록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했는데, 이 기록물들이 사건 진상 파악의 핵심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대준 씨의 유가족은 이미 문 정부와 해경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하여 일부 승소한 바 있다. 2021년 11월 12일 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해양경찰청장,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정부는 국가 기밀을 제외한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다. 청와대가 정보공개를 거부한 국가안보실 정보 중에서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실종사건'관련 정보, 해경이 비공개 결정한 수사정보를 공개하라고 한 것이다. 그 결과 해경이 '무궁화10호 직원들의 진상조사결과'와 '초동수사자료'를 유가족에게 보냈고, 17일 오전 기자회견이 열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통령기록물이란 무엇이며 왜 이렇게 공개가 어려운 것일까.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의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과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대통령 상징물"로 정의된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임기가 마무리될 때쯤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지는데, 문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총 1116만건에 달한다.
대통령기록물에는 '일반기록물', '비밀기록물', '지정기록물'이 있다. 일반기록물은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는 기록물이다. 반면 비밀기록물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로 열람가능한 인원은 '대통령·국무위원 등 일부로 제한된다. 지정기록물은 '대통령이 지정한 기록물로 대통령이 설정한 보호기간이 경과하기 전까는 공개되지 않는 기록물'이다.

이번 피살 사건 관련하여 논란이 되는 기록물은 '지정기록물'로 정확한 명칭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인 셈이다.

△대통령기록물의 취지는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의 목적을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으로 설명한다. 학계에서는 '과거 대통령기록물을 개인의 소유물로 인식해 대통령 마음대로 은닉·파손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를 막고 보호와 공개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본다. 특히 '국방·외교·경제라는 중대한 사안에서 전·후임자들 간에 공유를 가능케 하여 국가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데 그 의의를 둔다'고 설명한다. 또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경우에는 '차기정부가 의도적으로 전정부의 기록물을 악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효과도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선정 기준은

가장 높은 단계의 보안 수준을 자랑하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오직 지정기록물로 지정한 전직 대통령과 그 대리인만이 볼 수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선정 기준은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과 자문기관 사이, 또는 대통령의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이 6가지 경우에 지정기록물로 정할 수 있으며 최대 15년, 사생활의 경우 최장 30년까지 지정될 수 있다. 이번 사건 관련하여 문 정부의 지정기록물이 최장 15년 기한으로 지정된 것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의 사생활과 결부된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문 전 대통령 대통령기록물의 문제점은

대통령기록물 중 대통령지정기록물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기록물 선정의 궁극 목적은 '정치의 당파성을 떠나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잘 관리하여 국가 통치에 참고하기 위함'인데, 자칫 모든 기록을 은폐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러한 문제점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은 피해자 이 씨의 아들에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당시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은 모두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되어 최장 15년간 볼 수 없게 될 예정이다. 유가족이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북 피살 공무원 사건 관련 정보를 첫번째 선정기준, 즉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에 따라 지정기록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안전보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가안전보장'이란 '시민·경제·기관을 포함하는 국민국가의 안전'을 의미하는데, 시민을 지키지 못해 놓고 안전보장이란 명목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지정하는 것이 맞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의 해상 경계 실패, 당시의 종전선언 분위기 등의 이유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대통령지정기록물'이란 제도로 빠져나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유가족은 항소한 반면 당사자가 바뀐 정부와 해경은 항소를 포기한 상태다. 법원이 다음 판결에서 전적으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기존의 일부 공개 판단을 유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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