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S) 공포, 한국 경제는 3가지 복합 위기 징후
커지는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S) 공포, 한국 경제는 3가지 복합 위기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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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 공포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정부당국은 금융 및 물가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개별 국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크다.

하종림 WB 선임 이코노미스트, “지정학적 위험, 코로나 재확산과 중국의 봉쇄, 우크라이나 침공, 선진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하면 내년 성장률은 1.5~2%까지 하락”

그간 신중론을 견지해온 세계은행(WB)은 지난 7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5개월 새 1.2%포인트나 낮춘 2.9%로 전망한 수정 보고서를 내놓으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세계은행, 올해 세계성장률 2.9%로 대폭 하향(CG) [사진=연합뉴스]
세계은행, 올해 세계성장률 2.9%로 대폭 하향(CG) [사진=연합뉴스]

이 보고서의 스태그플레이션 및 물가 부분 작성에 역할을 한 하종림 WB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스태그플레이션은 대체로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성장세의 빠른 둔화나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면서 “2021년 이후 물가가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지만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왜곡에 따라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한 반면에 성장률 전망은 전에 비해 많이 둔화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과 성장률 둔화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형적 징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기침체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경기침체는 1인당 소득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인 상황으로 정의하고, 이런 관점에서 70년대 이후 (경기침체가) 1975년, 1982년, 1991년, 2009년, 2020년 등 5번 있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나 내년 1인당 소득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갈 것이라고 보고 있진 않다”고 분석했다. 경기 둔화 폭이 크지만 소득감소를 의미하는 경기침체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하종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변수로 지정학적 위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이로 인한 중국의 봉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우크라이나 침공, 주요 선진국의 금리인상 등을 꼽았다. “이런 위험이 현실화하면 올해 성장률은 2.1%, 내년은 1.5∼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 고물가는 올해 중반 이후 정점을 찍고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물가는 올해 중반께 정점을 찍고 서서히 떨어지겠지만 내년 중반까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면서 “공급망 왜곡에 따른 공급 부족은 올 중반 이후 서서히 완화될 것으로 본다”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유가도 내년에는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의 경우 전염병 대유행 이후 봉쇄가 풀리면서 유류 수요가 폭증했지만, 올해와 내년은 세계 주요국가들의 긴축 금리 정책 등에 영향을 받아 수요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WB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글로벌 경제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0년대 오일쇼크와 3가지 공통점...공급 충격, 완화적 통화정책, 낮은 금리 등

하 선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스태그플레이션과 현재 글로벌 경제는 3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첫째, 1974년과 1979년에 공급 충격이 존재했고, 이번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공급 부문의 충격이 컸다는 것이다. 둘째, 공급 부문이 충격을 받기 전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됐다는 점이다. 미국 등 다수 국가들의 실질 금리가 80년대 초까지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했다.

셋째, 낮은 금리 수준이 개발도상국에서 국가 부채의 상승을 야기했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수준이 198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공통점은 “이번에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WB 수정보고서의 근거라고 볼 수 있다.

오일쇼크와 다른 3가지 차이점은 긍정적 변수...단순한 정책 목표, 경제구조 선진화, 상대적으로 낮은 고물가

하지만 3가지 차이점도 있다. 첫째, 70년대 당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물가, 금융안정 등 복수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했지만 현재는 모든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에만 목표를 두고 있다. 오일쇼크 때보다 현재 중앙은행들이 수행해야 할 정책적 목표가 단순화돼 있다는 것이다. 목표가 단순하다면 정책 효과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지기 마련이다.

둘째, 70년대만 해도 물가, 임금, 금리에 대한 통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던 데 비해 이후 경제구조가 유연화, 자율화 선진화됐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선진국의 경우 물가 통제가 사라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80년 기준 노조 가입률이 60% 정도였지만 2020년 기준 20%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제 구조의 선진화 덕분에 오일쇼크 당시보다 정책 효과가 더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셋째, 고물가 정도가 오일쇼크 때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고물가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실질 유가 수준만해도 70년대 대비해 3분의 2 정도에 머물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70년대 정점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차이점은 글로벌 경제가 오일쇼크 당시보다 강한 대응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복합 위기’ 한국 경제, ‘환율 및 물가급등’ 시달려...무역수지 적자 악순환 낳아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3가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를 ‘복합 위기’라고 명명하고 있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의 1,300원 돌파는 2009년 7월 14일(장중 고가 기준 1,303.0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의 1,300원 돌파는 2009년 7월 13일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환율 및 물가급등’이다. 지난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날 종가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됨으로써, 2009년 7월13일(1315원) 이후 약 1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증대해야 하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수출증대 효과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수입물가는 빠르게 상승한다. 수출증대 폭은 작은데 원화 표시 물가상승만 실감하고 있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수입 물가의 오름폭을 더 키우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수입물가지수(2015년 수준 100)는 원화 기준으로 153.74로 작년 같은 달보다 36.3% 상승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라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수입물가 상승은 무역수지 적자 폭을 확대하고, 이는 다시 환율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올해 들어 무역수지는 154억6천9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집계 이후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긴다. 환율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4억6천900만 달러에 달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2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4억6천900만 달러에 달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2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미 금리역전’ 막기 위한 ‘빠른 기준금리 인상’...경기둔화 부채질 요인

한국은행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 역시 변수이다. 물가 급등은 기준금리 인상을 부채질하기 마련이다. 금리를 인상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 경로(상승률 연 4.5%)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등 긴축 가속화에 나서는 것도 국내 기준금리의 상단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는 ‘한미 금리역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주식, 채권 등 한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이탈이 더욱 심화되는 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은이 연말까지 남은 네 차례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이 중 한번은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정책 당국이 고물가와 외국자본 이탈 등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 시중에 돈이 줄어들면 경기둔화라는 또 다른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증시 비관론’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자양분으로 삼아...6월 한국 증시 하락 폭은 세계 최고

‘한국 증시 비관론’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국내 증시는 최근 전 세계 주요국가들과 비교할 때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하락장세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은 –16%, 코스피는 –12%에 달한다. 스웨덴 OMX 스톡홀름30(-11.73%), 브라질 보베스파(-11.39%), 오스트리아 ATX(-10.78%), 아르헨티나 머발(-10.49%) 등을 제치고 세계 최하위를 차지했다.

뉴욕증시는 이달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5.33%,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4.51%, 나스닥지수 –3.92% 등의 하락률을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9월 들어 각각 5.13%, 9.25% 올랐다.

미국 금리 대폭 인상 전망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도, 한국증시를 지배하는 공포감은 유난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투명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변동 조절’, ‘사회안전망 확충’ 등 필요해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을 회피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는 우선 ‘투명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금리 변동 시기와 그 폭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그 내용을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예측 불가능성이 공포를 낳고, 공포는 예외없이 위기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재정정책 변동의 템포 조절’도 요구된다.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추진되던 확장 재정정책이 이제는 긴축 재정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 중이다. 그 변화의 속도와 크기를 조정해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정책의 경우 2020년 확장 기조에서 점점 축소되는 추세인데, 속도나 크기를 잘 계량해서 준비해야 한다. 금융 정책도 통화·재정 정책을 잘 뒷받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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