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참패로 결론이 나 민주당 내에서 계파 간 갈등이 첨예하게 부각되던 6월 7일. 대선과 지선의 패배를 두고 '이재명 책임론'을 펴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사무실에 조롱성 대자보가 붙습니다.

대자보는 홍영표 의원을 두고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고, 중증 애정결핍이 심각한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중앙치매센터의 공식 상담번호를 굵은 글씨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현충일 기간에 출입문과 복도를 연결해 관계자의 출입을 막게끔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한 언론은 "이를 접한 친문 지지자들은 SNS에 “어쩜 저리도 이재명 의원과 똑같나. 저게 진짜 깡패들”이라며 “중국의 홍위병을 보는 것 같다. 양아치 짓”이라고 격분했다."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홍위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017~2018년 KBS에서도 홍위병 뺨치는 일들이 난무했었습니다. 서울 KBS 본관과 신관 엘리베이터에 그들이 해놓은 짓을 보면 홍영표 의원 사무실에 홍위병이 한 짓은 애교처럼 보입니다.

감사와 부사장, 본부장, 센터장 등을 부역자로 몰면서 인격 살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확대된 이미지입니다.

경영진 부역자 몰이 피켓

이렇게 인격 살인을 하는 내용이 포함된 피켓으로 회사 통로를 도배합니다.

피켓 중에는 당시 관제 조작의 의심이 있는(언론노조가 대대적으로 주장했지만 이후 무혐의 종결됐습니다) 국정원의 고대영 사장 200만 원 지급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단정하면서 사장의 인격을 말살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있었습니다.

언론노조원들은 단순히 피켓만 흔든 것은 아녔습니다. 파업 3일 차에 평창까지 가서 사장의 차량을 몸으로 막습니다. 어떤 범죄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누군가를 사적으로 단죄하듯 당당하게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은 언론노조의 당시 KBS 본부장이자 현 보도국 주간(국장급)입니다.

언론노조가 국정원 200만 원 설(반복하지만, 무혐의로 종결됐습니다)을 유포하면서 언론노조원들은 국정원 200만 원을 취재한다면서 스토킹에 나섭니다. 노조가 출장비까지 줬는지, 중국 청두까지 따라가 집요하게 사장을 괴롭힙니다.

심지어 청두에서 호텔까지 찾아가 사장의 위치를 수배하고 따라다닙니다.

언론노조원들, 자신들이 옳다면 다른 사람에게 무슨 위해를 가해도 상관없다는 듯, 이렇게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일을 못 하게 막고 괴롭히고, 또 그것을 자랑스럽게 노보와 홈페이지, SNS 그리고 심지어 언론에까지 자랑합니다.

2017년 10월 30일에는 국정감사에 피감사기관의 장으로 참석하는 사장을 국회 안에서 사실상 린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몰아세웁니다. 언론노조원들은 어떤 사람은 개인의 인격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법치주의의 전당인 국회라는 공간이 이렇게 권력과 유착된 집단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격을 모독하고 말살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공포스럽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언론노조 KBS 본부는 "우리가 이겼다"면서 정권의 부당한 이사 해임과 언론노조원들의 불법 파업을 통해 KBS 사장의 해임을 밀어붙입니다.

당시 KBS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1960년대 중국을 말 그대로 쓸어버린 문화대혁명 시기 벌어졌던 일들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멀쩡히 법이 있는데도 누군가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다른 누군가를 '부역자' '적' '적폐'로 몰고, 공식적인 법적인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직접 단죄하려 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의롭다고 믿었고, 그 정의를 위해 다른 누군가의 기본권, 인격쯤은 얼마든지 무시하고 말살해도 된다고 믿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경구는 거의 예외 없이 맞아들어갑니다.

문화대혁명과 KBS의 사장 몰아내기는 그 모든 호들갑에 따른 결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문화혁명은 수백만 명의 인명이 희생됐지만, 문화혁명의 도구로 이용됐던 홍위병들은 결과적으로는 가장 큰 피해자가 됐습니다. 반지성주의에 휩쓸려 집회와 이지매에 열중했지만, 제때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홍위병이 날뛰던 시기 중국은 대학교들이 모두 폐쇄됐고, 대한민국의 비슷한 세대가 교육과 경제발전의 혜택을 누린 반면, 중국은 그 다음 세대가 돼서야 자유무역과 그에 따른 풍요로움을 겨우 알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한 세대가 통으로 삶의 기회를 날려버린 그 순간에도 공산당 특권층은 국가의 주요 직위를 독점하고, 국유기업을 사유화하면서 상상할 수 없는 권력과 부를 누렸습니다. 문화대혁명은 홍위병들을 비롯한 중국의 한 세대 전체가 모택동과 4인방 등 문화혁명 주도 세력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했던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지금의 KBS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17-18년 KBS의 문화대혁명 역시 중국의 문화대혁명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행으로 점철돼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홍위병 짓거리에 참여한 순진한 노조원들이 사실상 가장 악랄하게 이용당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의 문화혁명을 통해 권력과 부를 누린 집단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2017-18년 KBS의 문화대혁명을 주도하고, KBS를 두 조각 내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 자들이 누군지 알 수 있습니다. KBS에 지상낙원이라도 구현할 것처럼 후배들에게 달콤한 약속을 하던 그들. 자신들의 문화혁명에 참여하지 않으면 바로 '적폐'가 될 것이라는 협박을 하던 그들. 그들은 의도대로 사내 권력을 탈취하고 나서 사장부터 본부장, 국장, 부장 그리고 계열사 임원 등의 요직을 독점합니다.

일부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프로그램의 제목을 만들면서 자원을 사유화했습니다. 그 와중에 회사는 무능 경영으로 초대형 영업적자를 반복하는 한편, 보도나 시사에서는 군부독재 시절과 다르지 않을 정도의 친정권 편향 방송을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KBS는 그 무엇을 해도 안된다는 열패감과 앞으로 어떤 환경변화에도 대응할 수 없는 죽어가는 공룡이라는 인식입니다.

가장 큰 피해자들은 KBS판 문화대혁명 주도 세력에 호응했던 젊은 직원들입니다. 당시 '적폐'로 몰린 사람들이야 이후 정년이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직원들은 공영방송 직원으로서의 미래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2017-18년 KBS에서의 만행은 그 의도와 주체, 피해자와 결말 등에서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KBS직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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