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직원연대 성명발표

막가파식 법치주의 파괴 선동, 최경영은 언론인인가 개그맨인가 선동가인가?

대선 기간 내내 온갖 꼼수를 동원해 사실상 이재명 후보 진영에 편파적인 방송을 늘어놨던 최경영. 정권이 교체되고 혹시나 새 정권이 기세를 올리면서 권력을 행사하면 자신의 편파방송 행각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한동안은 편파성이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30% 언저리로 추락하자 최경영 씨가 다시 신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고 합니다.

어제(7월 28일) 최경영은 오프닝 멘트를 하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인 프로골퍼 윤이나 씨의 규정 위반에 관한 평론을 합니다. 골프에서 본인의 양심을 속이는 짓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견해를 소개하던 최경영은 갑자기 윤이나 씨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합니다.

"한국에서는 적당히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대통령 배우자가 대학원 논문을 표절했는지, 안 했는지는. 사실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 것이고. 관련 학자들이라면 일주일이면 진위여부를 밝힐 수 있을 법한데. 거기에 대해서는 별 비판도 없는 나라에서. 그렇게 촉망받는 어린 골프 선수에게 당황해서 그때는 잠시 말을 못 했을 수도 있지, 기본적인 경기 규칙을 그대로 지키라고 하는 건 ... 이건 너무하는 거죠."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서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심한 주가조작 의혹도 대충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꼭 골프만, 스포츠만 공정하게 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겠습니까? 공정하게 다 대충 삽시다."

최경영의 멘트, 이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골프, 스포츠에서의 규칙만이 아닌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규정된 것이 법입니다. 최경영은 지금 법을 지키지 말고 대충 살자고 합니다.

첫째, 최경영은 전혀 상관없는 두 개의 사안을 엮어 누군가에게 부당한 이미지를 씌우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부인에 관한 의혹에 대해 옹호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윤이나 씨의 규정 위반과 영부인에 관한 의혹은 어떤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보통 어떤 현상들이 어떻게 연관돼있는가를 분석하는 관점으로 선후관계, 상관관계, 인과관계 등이 있습니다. 윤이나와 영부인에 관한 의혹은 그 어떤 관계로도 분석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유사성에 근거해 관계를 분석할 수도 있지만, 윤이나와 영부인 의혹은 역시 아무런 유사성이 없습니다.

최경영은 전혀 엉뚱한 두 현상을 엮고 있습니다.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안영미 박사가 휴대폰 보급률과 살인사건 증가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면서 휴대폰 보급이 살인사건 증가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최경영은 라디오 시사프로가 아니라 쿠팡플레이에서 하는 SNL에 출연하는 것이 더 맞아 보입니다. 주 기자와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둘째, 최경영은 황당하고 허접한 논리를 근거로 사회와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 이후 수사가 늦어지는 건 영부인 의혹뿐 아니라 대부분의 형사 민사 사건이 그렇습니다. 법원도 밀린 사건이 너무 많아서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최경영은 또 영부인에 관한 '의혹'이 사실상 유죄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단지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근거로 법이나 규칙 같은 거 지키지 말고 대충 살자고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최경영은 무슨 근거로 영부인 관련 의혹이 유죄가 확실하다고 믿고 있을까요?

셋째, 그렇게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대충 살자고 선동할 거라면 인용할 사례는 영부인에 관한 의혹 말고도 산처럼 많습니다. 당장 사건 관계자가 네 명이나 죽어 나가는 이재명-김혜경 관련 의혹도 영부인 의혹과 비교해 더 크고 심각하면 심각했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왜 영부인 관련된 의혹만 콕 집어서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대충 살자고 선동하는 근거로 써야 할까요?

넷째, 어떤 사회든, 민주주의 사회든, 사회주의 사회든, 모든 인간은 불만이 있고, 부당함을 느낍니다. 누군가 어떤 현상에 대해 부당함을 느낀다고 해서 그것이 법과 규칙을 지키지 말고 대충 살자고 말할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최경영은 정확히 자신이 주관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낀 어떤 현상을 근거로 공영방송의 전파를 이용해 국민들에게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대충 살자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최경영의 선동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이 정도라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까지 의심해야 할 일입니다. 단순한 몇 마디 말이지만, 그것은 법치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말입니다. 요즘 KBS와 MBC가 '극우' 몰이 놀이에 한참 빠져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극우'로 모는 누군가가 진짜 '극우'라고 볼 객관적 근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국제관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견해의 스펙트럼에서 하나의 의견을 가진 사람일 뿐입니다. 오히려 최경영의 이런 선동이야말로 최경영이 '극좌'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대충 살자고 하는 사람이 '극좌' 아닙니까?

우리는 그동안 주진우, 최경영 등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불공정 편파방송을 분석하고 지적해왔습니다. 그리고 김의철 씨에게 이런 불공정 방송을 시정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지 않으면서 김의철 사장이 공영방송 KBS의 사장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KBS인들에게 묻습니다. 영부인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법과 규칙을 지키지 말고 대충 살자는 최경영의 말에 동의하십니까? 이런 최경영을 특별 채용하고, 또 그의 비뚤어진 입을 계속 방치하는 김의철 씨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 사장의 자격이 있습니까? 손을 가슴에 얹고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2022년 7월 29일

공정방송과 미래비전 회복을 위한 KBS 직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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