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발목 잡은 여주시는 공적(公敵)일까?
[팩트체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발목 잡은 여주시는 공적(公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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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한 37㎞ 공업용수 관로 설치에 반대하고 나서자, 일부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한국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120조 반도체단지 물공급 막아선 여주시’ 비판 기사 나오기도

예컨대 매일경제는 지난 29일 ‘120조 반도체단지 물공급 막아선 여주시’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 하원 의회가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800억 달러(364조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을 통과시킨 반면에 한국 지방자치단체는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기반시설인 공업용수 문제를 놓고 돌연 기존 합의를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각종 규제와 토지보상 문제 등으로 착공이 수차례 연기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번에는 여주시의 공업용수 지원 반대에 부딪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각종 규제와 토지보상 문제 등으로 착공이 수차례 연기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번에는 여주시의 공업용수 지원 반대에 부딪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정도 되면 여주시민 혹은 여주시장은 한국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공적(公敵)’으로 몰려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의 계산법= ‘칩스법’으로 364조원 지원해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이득 추구

그러나 이 같은 관점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둔 무책임한 비판이다. ‘칩스법’과 여주시의 사례는 수평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국을 제조업 대국으로 부활시키기 위해 추진해온 ‘칩스법’은 미국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방안을 담고 있다. 반도체 제조시설 건립 지원 390억달러, 연구·인력 개발(R&D) 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칩 제조 20억달러 등 총 520억달러가 직접 투입된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에게는 투자액의 25%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2800억 달러를 미국 투자기업들에게 지원하는 행위는 ‘대의명분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합리적 행위’이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다. 미국을 제조업 대국으로 부활시킴으로써 막대한 고용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중국을 밀어내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데 있다. 지원 금액보다 훨씬 많은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여주시 계산법=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공업용수로 인허가 해줘도 취할 경제적 이득 없어

그에 비해 여주시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설립을 통해 얻는 직접적인 이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시행사인 ‘용인일반산업단지(SPC)’는 용인 클러스터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3개 지자체와 협의해왔다. 용인시, 이천시, 여주시 등이다. 이 중 여주시가 문제였다. “용인 클러스터에 막대한 공업용수를 공급하면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주민 민원을 핑계로 행정절차 처리를 지연시켰다.

용인일반산업단지는 공업용수 관로가 지나가는 왕대리 등 4개 마을 주민대표를 설득해 ‘상생협의서’를 지난 6월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여주시장은 주민합의서를 받아오면 인허가를 해주기로 했는데, 지난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이충우 시장이 인허가 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이 시장은 불편을 겪는 여주시민에 대한 보상과 일자리 창출 약속 등을 새로운 인허가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주 시의회도 이 시장 편에 가세했다.

실제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된 3개 지자체 중 용인시와 이천시는 반도체 공장 덕분에 연간 수천억원의 지방세수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주시는 반도체 시설이 들어선다고 해도 경제적 혜택이 거의 없다는 게 이 시장의 입장인 셈이다.

미 조지아주 정부 계산법= 18억 달러 지원해 현대차의 55억 달러 투자 유치하고 막대한 고용 창출

사실 ‘칩스법’과 여주시 사례를 비교하는 것보다 현대차와 미 조지아주의 협력관계를 따져보면 차이점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55억달러(6조 3천억원) 규모의 미 조지아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EV)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하는 게 골자이다.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이고, 내년에 착공해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8천100명의 현지 고용도 약속했다.

현대차는 이 투자를 통해 전기차 해외 진출 가속화,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식’에서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왼쪽)와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이 투자 협약서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2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식’에서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왼쪽)와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이 투자 협약서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조지아 주정부는 7월 22일(현지시간) 현대차의 이 같은 투자에 대해 18억 달러(2조3천580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인센티브안에 따르면 조지아 주정부는 2023년부터 26년간 현대차에 4억7천200만 달러(6천183억 원)가 넘는 재산세 감면, 5년 간 일자리 창출의 대가로 2억1천200만 달러(2천777억원)의 소득 공제 혜택 등을 부여한다. 일자리 1개당 공제금은 5천250달러로 명시했다.

조지아주 정부와 현대차 공장이 들어설 서배너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은 발전소 부지 구매 8천600만 달러(1천126억원), 도로 건설 등 2억 달러(2천620억원) 등을 자체 재정으로 충당하는 지원도 약속했다. 공장 건설 기계와 건설 자재에 대한 세금 3억9천600만 달러(5천180억원)도 감면받는다.

단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 원칙이다. 현대차는 18억 달러라는 투자액과 일자리 8천100개라는 고용 창출 목표치의 80%에 미달하면 지원받은 인센티브를 주 정부에 돌려주기로 했다.

조지아 주정부는 현대차 새 공장이 10년 동안 근로자에게 지급할 급여 총액이 47억 달러(6조1천57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부품 공급업체들이 수천 개의 추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창출 인센티브로 현대차에 지원하는 금액이 2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지아 주정부로서는 ‘남는 장사’인 셈이다.

‘공적(公敵)’ 만들기는 해법 아냐, ‘기브 앤 테이크’ 모색해야

따라서 재계나 언론이 여주시를 ‘공적(公敵)’으로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그런다고 문제가 풀릴 가능성도 희박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간의 갈등은 ‘기브 앤 테이크’의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일반산업단지가 그동안 여주시민들과의 협상에서 제공한 보상 규모를 확인한 뒤,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한지 여부와 보상능력 등을 판단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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