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서울시 ‘토지임대부 주택’ 실험, 성공할까?
오세훈의 서울시 ‘토지임대부 주택’ 실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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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시정상회의(WCS)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오전 싱가포르의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을 찾아,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의지를 재확인했다. 평소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진 오 시장은 취임후 첫 해외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방문, 대표적인 공공주택 단지를 찾았다.

이날 오 시장이 방문한 피나클 앳 덕스톤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업무지구 마리나베이에서 약 3㎞ 떨어진 도심에 위치한 공공주택이다. 싱가포르는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한 가장 오래된 주택이었던 이곳을 2009년에 허물고 초고층 고품질 공공주택을 조성해, 도심에서 일하는 중·저임금 근로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오전 싱가포르의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을 방문해 서울의 첫 재건축 임대주택인 노원구 하계5단지와 관련, “노후 임대주택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확대해 고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싱가포르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사진=서울시 공동취재단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오전 싱가포르의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을 방문해 서울의 첫 재건축 임대주택인 노원구 하계5단지와 관련, “노후 임대주택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확대해 고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싱가포르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사진=서울시 공동취재단 제공]

피나클 앳 덕스톤은 높이 50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이다. 총 7개 동에 현재 1천848가구가 살고 있으며, 26층과 50층은 스카이브릿지로 연결됐다.

지난 4월 오 시장은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최초의 임대아파트인 ‘하계5단지’를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1호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 출장을 통해 고품질 임대주택을 실제 구현한 현장을 직접 찾아 정책 실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오 시장의 싱가포르 방문 일정에는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동행했다. 오 시장은 김 사장이 추진 중인 토지임대부 주택 정책을 싱가포르에서 많이 참고할 수 있다며 "오늘 일정은 김 사장을 위한 방문"이라고 힘을 실었다.

싱가포르 공공임대주택은 99년 간 임대...4.7년이면 내집 마련 가능해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99년간 빌릴 수 있다. 월 소득 1만4000달러(약 1300만원) 이하 중산층 가족이나 약혼한 커플이면 평생 2회까지 분양받을 수 있다.

임대주택이지만 재산 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5년 실거주 후 시장 가격으로 팔 수 있는데, 집값 상승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토지임대부이지만, 매월 월세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우리나라의 토지임대부와는 다른 개념이다.

오 시장의 공공주택 방문에 동행한 이관옥 싱가포르 국립대 도시계획전공 교수는 “월급의 20%를 떼서 연금계좌에 넣고 처음에 이를 모아 주택을 사며, 이후 일하면서 2.5% 이율로 연금계좌에 집값의 나머지를 납부한다”고 설명했다. 초반에 적은 부담으로 집을 살 수 있고, 일을 하는 한 저리로 집값을 갚을 수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의 중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연봉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은 2020년 기준 4.7년에 불과하다. 정부가 HDB에 제공하는 보조금과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도 ‘월급 전부 모아 4.7년이면 내 집 마련’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는 20대 초반에도 정부 보조를 받아 몇억원 짜리 집을 사고, 몇 년 후 이를 되팔아 재산을 불릴 수 있다. 생애 첫 주택 분양을 받는 사회 초년생 가구의 자가 보유를 적극 지원하는 덕분이다. 중위소득 기준 10년 이상 돈을 모아야 작은 집이나마 보유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이다.

모두 수십년간 누적된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정책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비율이 지난해 기준 74%이고, 전체 국민의 78%가 공공주택에 살며 자가 점유율은 88.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평당 1000만원대의 파격적인 분양가 추진

오 시장은 이날 공공주택 방문을 통해 “김(헌동)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어떻게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고 접목시킬 수 있을지 이번 현장 방문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피나클 앳 덕스톤' 50층 전망대에서 김헌동 SH공사 사장과 함께 싱가포르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2022.08.01. [사진=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피나클 앳 덕스톤' 50층 전망대에서 김헌동 SH공사 사장과 함께 싱가포르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김 사장은 "토지임대부 주택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국토부, 국회와 협의 중"이라며 "이번 방문을 통해 조금 더 보완할 부분이나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강남권의 경우 SH공사 이윤을 붙여 30평대 분양가는 5억원, 비강남권은 3억원 수준에 맞추겠다”며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파격적인 분양가의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달 초 SH공사가 강남구 개포동 사옥에서 가진 기자설명회에서도 확인됐다. SH공사는 기자설명회에서 마곡지구 13개 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분양원가는 3.3㎡당 1090만~1314만원 수준으로, 평균치는 1235만원이다. 분양원가는 용지비, 조성비, 이주 대책비 등 ‘택지조성원가’와 건축비인 ‘건설원가’를 더한 값이다. 마곡지구의 3.3㎡당 택지조성원가는 538만원, 건설원가는 697만원이었다.

이날 분양원가 공개를 계기로, SH공사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하반기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신혼희망타운 용지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아파트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을 말한다. 아파트 가격은 땅값에 건물 값을 더해야 하지만, 땅값을 빼 분양가를 낮추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로 불린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마곡지구 13개 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마곡지구 13개 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H가 10년전 공급한 강남권 토지임대부 주택 33평 분양가는 2억원대

하지만 서울 강남권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미 2011년과 2012년에 공급된 바 있다. 당시는 SH가 아니라 LH 주도로,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이 공급됐다. 당시 분양가는 전용 84㎡가 2억원대 초반, 토지 임대료는 30만~40만원대였다.

초반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5년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매매가가 8억원대로 뛰면서, 수분양자들은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를 두고 ‘로또 분양’ 논란이 일자, 정부는 더 이상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지 않았다. 현재 그 단지들의 시세는 분양가 대비 7배 이상 급등해, 15억원대에 달한다. LH서초5단지의 경우 전셋값만 7억~8억원 수준이다.

최초 입주자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가로막은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경우 분양 성적이 좋지 않고, 반대로 낮게 책정하면 건물 프리미엄이 올라가 수분양자 이익이 극대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토지임대부 주택 성공하려면 대규모 택지 확보가 관건...오 시장은 용적률 최대 500% 추진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주택 개념 자체는 이상적이지만 집값 안정 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저렴한 택지를 확보한 후 대량 공급이 가능한 시점에 추진해야 토지임대부 주택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공급 규모가 적을 경우 ‘로또 분양’ 논란으로, 혜택을 본 계층과 보지 못한 계층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입지를 선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오 시장은 싱가포르 공공주택 방문을 통해 “노후 임대주택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확대해 고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 시장이 지난 4월 밝힌 ‘하계5단지’가 싱가포르의 ‘피나클 앳 덕스톤’과 같은 모델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 시장은 하계5단지 용적률을 당초 93.11%에서 435%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대수를 기존 600세대에서 1천600세대 이상으로 2배 넘게 늘리고 평형을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넣는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하계5단지에 이어 앞으로 재건축이 진행될 시내 노후 임대주택 단지를 피나클 앳 덕스톤과 같은 고밀 재건축 임대주택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을 앞둔 영구·공공임대 단지는 총 34곳에 이른다.

오 시장은 이날 피나클 앳 덕스톤 방문을 통해 공공주택이 '도시 속 섬'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주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하고, 개방형 설계와 인접 공원 연계 등으로 공공주택 단지의 공공성을 강화했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오 시장은 "새집을 지을 택지가 없는 서울에서 신규주택을 건설해 저렴하게 공급할 방법은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이며, 결국 이것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실질적인 신규 택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나클 앳 덕스톤처럼 노후 임대주택 용적률을 평균 100%대에서 300∼500%로 확대해 고밀개발한다면 임대주택을 2배 이상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형 확대, 다양한 커뮤니티시설 확보도 가능하므로 타워팰리스 같은 임대주택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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