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부적절한 처신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 수석은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직함에 걸맞지 않게 국정 전반과 외교 문제에까지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용현 경호처장, 이진복 정무수석, 윤석열 대통령,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뒷줄 왼쪽부터 장성민 정책조정기획관, 최상목 경제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안상훈 사회수석, 신인호 국가안보실 2차장, 복두규 인사기획관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용현 경호처장, 이진복 정무수석, 윤석열 대통령,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뒷줄 왼쪽부터 장성민 정책조정기획관, 최상목 경제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안상훈 사회수석, 신인호 국가안보실 2차장, 복두규 인사기획관. 

대통령실의 2실 5수석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언론에 노출되면서, ‘왕수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 수석에 대해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강 수석이 야권의 공격에 대해 매번 ‘야당의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정책의 유능함으로 국민에게 평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 강 수석은 계속해서 ‘야당 탓’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사회 담당하는 강 수석이 홍보수석, 정무수석, 비서실장 역할까지 도맡아?...야권, “강 수석 직함이 뭐야?”

무엇보다도 강 수석은 시민사회수석인 본업을 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민사회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거버넌스, 즉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국정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신설됐다. 시민사회 협력 및 지원, 주요사회 갈등과제 파악 및 조정을 담당하는 자리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5명의 수석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그리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다. 정무수석은 국회와의 가교 역할을 하며, 홍보수석과 경제수석도 각각의 이름에 걸맞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름이 비슷한 시민사회수석과 사회수석의 경우, 아래에 있는 비서관의 역할을 통해 업무를 유추할 수 있다. 시민사회수석 아래로는 국민통합비서관, 시민소통비서관, 종교다문화비서관, 국민제안비서관, 디지털소통비서관 등이 있다. 사회수석 아래로는 보건복지비서관, 고용노동비서관, 교육비서관, 기후환경비서관, 문화체육비서관 등이 있다. 따라서 맡은 기능과 수행해야 할 업무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강 수석은 현재 정무수석, 홍보수석, 비서실장의 역할을 모두 다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안 끼는 데 없이 얼굴을 들이밀고 발언을 해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야권에서는 ‘강승규 수석이 매일 인터뷰를 하면,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은 올라가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라는 논평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강 수석의 직함이 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7월 20일 ‘엽관제’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방어한 뒤 언론 노출 빈번해져

강 수석이 제일 처음 언론에 노출된 것은 7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당시 연이어 터지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을 방어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공개 채용 제도가 아니고 비공개 채용 제도, 소위 말하는 엽관제"라고 말하면서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7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MBC 유튜브 캡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7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MBC 유튜브 캡처]

강 수석은 그보다 앞선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공개 채용이지만,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공적 채용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논리가 주효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엽관제'라는 개념을 들고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펜앤드마이크’에서는 그보다 앞선 19일 ▶‘겉 다르고 속 다른 한국 정치, 미국식 ‘엽관제’ 공론화 필요해’ 라는 보도를 통해,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사적 채용’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실행되고 있는 ‘엽관제(獵官制: Spoils System)'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실었다.

공교롭게도 강 수석은 다음날 MBC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엽관제’를 들고 나왔다. 일부 야권 성향의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 인터뷰 이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많이 수그러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강 수석의 목소리가 커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월 20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1달 만에 강 수석은 시민사회수석이 아니라, 홍보수석의 역할까지 겸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보수석과 외교안보 담당자는 실종되고...윤 대통령이 펠로시 안 만난 이유도 강 수석이 해명

실제로 최영범 홍보수석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언론 인터뷰에서는 강 수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심지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문과 관련해 강성 보수 성향의 유튜브 ‘이봉규TV’ 출연으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 4일 강 수석은 이봉규TV에 전화 인터뷰 형식으로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대통령이 국회의장의 카운터파트를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었다. 해명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시민사회수석이 개인 유튜브에 출연해 대통령실의 입장을 설명한 사실 자체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이 채널은 2020년에 치러진 21대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이준석 삼형살꼈다. 8월 갇히는 운세, 장가는 가나?’라는 제목의 방송에서는 무속인이 출연해 이준석 대표를 비난하기도 했다.

강 수석이 개인 유튜브에 출연해 대통령실의 입장을 해명한 형식보다도, ‘강 수석이 왜 그런 해명을 했어야 하는가’를 문제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수석이 아니라,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실장이나 안보실 1차장이 나서서 해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13일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청와대 수석 가운데 유독 강 수석의 사례를 들며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4일 ‘이봉규TV’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사진=이봉규TV 캡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4일 ‘이봉규TV’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사진=이봉규TV 캡처]

강 수석의 전매 특허는 ‘야당의 악의적 프레임’...국민은 ‘윤 대통령 판단’으로 인식해

수도권에 내린 집중폭우와 관련해서도 강 수석의 부절적한 발언이 또 비판을 받았다. 강 수석은 KBS 라디오에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고 야권이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공격”이라며 “대통령이 계신 곳이 곧 상황실”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호우가 계속되는데 퇴근길에라도 차를 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느냐. 상황이 왔을 때 그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강 수석이 야권의 공격에 대해 번번이 ‘프레임 공격’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도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강 수석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로 하락한 것에 대한 질문에 “야당의 악의적 프레임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얘기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강 수석이 이런 발언에 대해 ‘원인 진단이 잘못됐기 때문에,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강 수석의 이런 태도는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생각’으로 전달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굉장히 오만하게 보이고, 독선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 6일 YTN에 출연해 강 수석의 이런 발언에 대해 “강 수석이 악의적 프레임 얘기를 하는 바람에 여론의 시선이 더 따가워졌다”며 “실제로 야당의 악의적 프레임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자기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대통령의 지지를 올릴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시스템 부재 드러낸 ‘왕수석’ 논란...강 수석은 야당의 인적 쇄신 명단에 이름 올려

일부 언론들은 강 수석이 개인 유튜브에 출연한 사실 자체를 두고 ‘경악스럽다’며 문제 삼았지만, 시스템의 부재가 더 큰 문제로 지적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정부 들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3실‧8수석’ 체제가 ‘2실‧5수석’체제로 바뀌었다. 정책실과 민정‧인사‧일자리수석실을 폐지해 기민하고 민첩하게 현안에 대응한다는 기조를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도 시스템이 정비되지 못해, 업무 분장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이 높다.

그 결과 시민사회수석이 온갖 국정 현안에 간섭하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강 수석이 ‘왕수석’으로 불리는 것은 ‘시스템 부재’의 단면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강 수석은 야당의 인적 쇄신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상태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자, “늦기 전에 윤 대통령은 총체적 국정무능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내각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정상화 방안을 조기에 제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가 지목한 인적 쇄신 대상으로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강 수석을 비롯해 검찰 출신 비서관 6명의 이름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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