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뚝심과 ‘공격경영;, 그리고 ’의리경영‘의 대명사인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품었다. 1997년 IMF 사태로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래 지난 20여년간 대우조선 문제는 산업계를 넘어 금융권, 정부 재정당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지금까지 수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세금이 투입됐지만 매년 적자는 이어졌고,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는 대우조선의 원가이하 할인판매, 덤핑수주에 큰 불만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한화는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 자산규모 80조, 계열사가 91개에 이르는 재계 7위 그룹이다. 자산규모 12조인 대우조선 품으면서 한화그룹의 자산규모는 100조대로 120조원대인 5위 롯데그룹을 바짝 추격하게 됐따.

특히 최근 한화가 생산하는 K9 자주포를 중심으로 ’K방산‘이 각광을 받으면서 세계 각국에 수출길이 열리는 상황에서 잠수함과 구축함을 생산하는 대우조선까지 품게돼 이제 한화의 방산사업은 육해공 전 분야를 아우르게 됐다.

정부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대우조선 인수를 권유해왔지만 대부분 인수를 꺼렸다. 조선업계에서의 경쟁력에 더해 민주노총의 핵심인 노조문제도 큰 걸림돌이었다.

결국 한화 김승연 회장의 뚝심과 공격경영, 의리경영이 최강성 대우조선 노조를 품을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승연 회장은 1981년 한화 창업주인 선친 김종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29세에 한화그룹 경영을 맡은지 40년이 넘는 국내 최장수 오너 경영인이다.

195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김승연 회장은 서울 장충초등학교를 나와 경기고를 다니던 중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김 회장의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 박근혜 전 대통령(52년 2월2일생)과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51년 11월생)이다.

한화그룹은 전자분야를 빼고는 하지 않는 사업이 없다. 비난 몇 년간 집중햤던 태양광, 그리고 화학 금융 건설 유통 서비스·레저에 가업(家業)인 방위산업에 우주분야까지 전 산업을 망라하고 있다.

1981년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뛰어 들었을 때 한화그룹은 자산규모 7000억 원, 매출 1조 원 남짓했고, 임직원 수 도 1만여명의 ‘단촐한’ 회사였다. 그러나 2018년 그룹 매출은 48조 7000억으로 지난 40년간 50배가 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에게 붙여진 별명은 ‘의리왕’이다. 선친인 고 김종희 회장은 생전에 “남자는 술도 좀 마시고, 담배도 피워 보며 단맛 쓴맛 다 맛봐야 한다.”라며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되려면 쓸 데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호연지기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처럼 호탕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김승연 회장의 스타일은 ‘가풍(家風)’인 것이다.

김승연 회장이 ‘의리왕’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수 없이 많다. 2003년 6월 한화 이글스의 투수였던 진정필 선수가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치료비와 장례비까지 지원했다. 2011년 9월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으로 있던 한국 야구 ‘레전드’ 최동원이 별세했을 때도 치료비 지원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천안함 피격사건 때는 유가족을 한화그룹 계열사에 우선 채용하기도 했다. 2014년 한화건설의 이라크 공사현장을 방문하면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비행기로 공수하는 등 직원들에게 ‘통큰 선심’을 아끼지 않았다.
 
경향신문을 인수해 무려 5000억 원을 지원하고 어느날 기자들이 자주 가는 회사앞 맥주집에 들러 외상값 전부를 갚아준 일화도 유명하다.

김승연 회장은 1993년, 2007년, 2012년 세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고 세 번 모두 구속됐다. 1993년 횡령사건은 ‘6공 실세’ 박철언 전 장관을 지원했던 것에 대한 김영삼 정부의 ‘정치보복’ 성격이 강했다.

이후 2007년 3월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 대한 ‘보복폭행’, 2012년 8월 차명회사 불법지원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집행유예와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세번의 검찰 수사와 구속 중 앞의 두 건은 ‘의리’와 관련이 깊다. 특히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게 직접 ‘응징’한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은 김 회장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김승연 회장의 이런 성격에 기반한 자신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한화그룹에서 노사갈등을 겪고있는 회사는 단 한곳도 없다.

당장 대우조선 노조 또한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이번 한화그룹 인수 과정에서 노조와 상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는 했지만 “인수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향후 한화 측에 전체 구성원 고용승계, 노조 단체협상 승계, 회사 발전 노력, 지역 발전 노력 등 4대 요구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이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못한 민노총 핵심, 대우조선 노조와 상생내지 산업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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