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연합뉴스)

유동규 전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지난해 가을, ‘단군이래 최대 비리스캔들’이라는 대장동의혹이 불거지고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마자 곧바로 밝혀졌다.

당시에는 유 전 본부장이 7억원 정도를 개인적으로 받은 정도로 알려졌고, 그의 공소장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법조계에서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이 마침내 진실을 밝히고 나선 것을 두고 향후 재판에서 자신의 선고받을 형량을 생각한 것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아 개인적으로 다 썼다는 것과 다른 누군가의 요구에 의해 돈을 받아 자신은 쓰지않고 전달만 했다는 것은 피고인의 형량 참작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유씨가 문제의 돈을 받아 혼자 몽땅 썼을 경우 받을 형량이 징역 10년이라면 다른 사람의 지시, 부탁에 따라 돈을 받아 전달했다면 징역 5년 정도”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 본인도 이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지난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24일 재판에 출석한 그는 재판 뒤 기자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요지는 “더이상 나혼자 뒤집어 쓰지 않고 진실을 밝혀서 각자가 책임질만큼, 처벌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관련성에 대해 이 대표가 자신은 “한푼도 받은 것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재미있더라”며 “앞으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건넨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현재 자신의 혐의사실 전체를 “거대한 조작”이라며 통째로 부인하고 있어 유 전 본부장이 준 8억원의 사용처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곧바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직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 부원장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도 “내가 유동규로부터 돈을 받아 이런저런 선거자금으로 썼지만 이재명 대표에게는 일체 보고하지 않았다”고 방어벽을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대장동 의혹의 또다른 몸통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김만배씨는 화천대유를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남욱 변호사 등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액을 벌어 들였고,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대법관을 만나는 등 이재명 대표측과의 관계에 있어 유동규 전 본부장과는 차원이 다른 위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김만배씨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행보에 기여를 했다면 남욱 변호사 등과는 비교가 되자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클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검찰은 지난해부터 김만배씨의 자금 흐름에 대한 추적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김씨는 거의 모든 개인적 지출은 현금으로만 처리하는 등 철저한 자금관리로 계좌추적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김씨 스스로 입을 열지 않는 한 화천대유쪽의 대선자금 유입은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유동규 전 본부장과 달리 현재로서는 김만배씨가 스스로 대선자금을 언급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자신의 죄, 즉 추후 재판에서 받을 형량을 더 늘릴 뿐이기 때문이다.

과거 검찰은 이런 경우 하나의 죄를 봐주고 더 중요한 내용을 자백하게 하는 일종의 ‘프리바긴’을 해왔다. 특히 기업인의 경우 “누구에게 뇌물을 준 내용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경우 회사 전체로 수사를 확대해 도산하게 만들겠다”는 식의 으름장을 놓으면 순순히 응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김만배씨가 그런 거래의 대상이 될 만한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아니어서 검찰의 수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