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사채 시장이 6년 만에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 상태로 전환됐다. 시장 경색과 수요 증발로 회사채 신규 발행과 차환이 모두 막히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5일 현대차증권이 올해 회사채 시장(공모 기준)의 발행액과 상환액을 살펴본 결과 전날 기준 8조9천400억원 순상환 상태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회사채 신규발행보다 이미 발행한 회사채를 상환한 규모가 이 정도로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간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더 많은 경우는 지난 2016년(1조3천700억원 순상환) 이후 6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에는 3조2천억원 순발행이었는데,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그 규모가 늘어 연간 순발행 규모가 10조∼21조원대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사실상 순상환 상태로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회사채 시장 경색과 기관들의 북클로징(book closing·회계 연도 장부 결산) 상황임을 고려할 때 다음 달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순상환은 평시였다면 긍정적 현상으로 풀이될 수 있다. 기업들이 실적 개선 등으로 보유한 현금이 많아져 회사채로 조달한 빚을 많이 갚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도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했다고 한다.

통상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나빠지면 늘었다가 실적 개선으로 자금 사정이 호전되면 줄어드는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기업들의 재무 사정이 나빠졌음에도 순발행 규모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의 수요 위축 여파로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CP를 통해 돈을 끌어모으는 것은 단기 자금 조달이기 때문에 불안한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높은 금리를 투자자들에게 줘가며 CP를 발행한다는 것은 안 좋은 신호"라고 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 대출은 동일기업에 대한 여신 한도가 있기 때문에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회사채 시장이 회복돼 자금조달 경로가 다원화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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