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칼럼] 보수 정권의 언론 개혁, 정공법으로 돌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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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11.19 08:48:07
  • 최종수정 2022.11.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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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의회 중앙홀에 놓인 방송사 마이크. (EPA/MARCIN OBARA POLAND OUT=연합뉴스 자료사진)
폴란드 의회 중앙홀에 놓인 방송사 마이크. (EPA/MARCIN OBARA POLAND OUT=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수의 가치는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데 있다. 보수는 구성원들의 합리적 판단에 기반한 건전한 개방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수주의가 개개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친화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우월한 지위를 독점하고 지배하는 어떤 정치체제도 보수 이념과 충돌하게 마련이다. 개인의 판단과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역시 보수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어떤 숭고한 목적과 이상을 내걸더라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반민주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그런 반민주적 정치 체제들은 반칙과 편법 심지어 폭력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반민주적 수단들에 익숙해지면 역으로 다시 목적을 정당화시키게 된다. 문재인 정권은 잘못된 목표도 문제지만 법 절차를 무시하고 온갖 불법과 편법들을 남발한 것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보수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목적을 성취하는 방법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물론 정치가 항상 정의롭고 투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보수 정권이라면 정당한 목표에 부합하는 정당한 방법을 지향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궤변과 꼼수로 어떤 목표를 성취하려 한다면 그것은 좌파 정권과 전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평화와 인권을 추구한다면서 가장 폭력적이고 악성 인권탄압 국가인 북한의 지원하려니 온갖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점차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 태양광발전을 위해 비핵화라는 친환경 슬로건을 내걸어야 했다. 이로 인해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수십 년 걸쳐 되살려 놓았던 산림들만 크게 훼손되었다. 또 사법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찰의 임무를 전부 경찰에 넘겨주면서 불법과 범죄가 판치는 나라를 만들어 버렸다. 이 역시 자기들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포장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공익이라는 추상적 명분을 내걸고 주요 매체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양한 생각과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해 합리적 판단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공익적 책무다. 역시 공익이라는 명분 이면에도 일방적으로 정권을 호위하고 비판을 봉쇄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자리잡고 있었다. 언론노조를 대리인으로 방송을 장악한 것도 그러한 자신들의 불순한 의도를 포장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었던 셈이다.

최근 들어 정권이 교체된 지 반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했던 언론 정상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기업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그러자 좌파 언론들이 일제히 ‘YTN 민영화 기도’라는 제목을 달고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YTN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전 같은 공기업들의 경영압박 해소 방안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솔직히 궁색하고 어찌 보면 꼼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연히 보수정권이라면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YTN은 원래 민간방송으로 출범하였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와 케이블TV 확산 지연 등으로 경영 위기에 빠지자, 한전, 마사회 같은 공기업들로부터 차입했던 자금을 지분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장 임명 같은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공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왔던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이 정상화되었다면 정부와 연계된 지분을 내놓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 그래야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보도채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 를 내세워야 할 것이다.

무법천지처럼 활보하고 있는 TBS 교통방송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장과 서울시 의회 다수를 보수 정파가 차지하고도 어쩌지 못하고 오히려 조롱당하고 있는 것도 정공법을 스스로 회피했기 때문이다. 김어준 뉴스공장 처럼 교통정보를 제공한다는 허가내용을 벗어난 편성은 분명한 불법행위이고, 이미 모바일과 인터넷 확산으로 교통방송 기능이 사실상 소멸되었다면 당연히 방송을 폐지시키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다른 목적으로 변경한다거나 제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소극적 태도 때문에 지금껏 끌려온 것이다.

그나마 서울시 의회가 2024년부터 지원을 중지한다는 조례를 개정한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더 보수다운 모습은 허가와 주파수를 반납하는 것이다. 존재 근거가 수명을 다했고 지금 같은 불법·편법 행위들이 다시 재발할 소지가 있다면 없애는 것이 정공법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가치는 합리적인 목표와 이를 실현하는 방법과 절차의 정당성에 있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언론뿐 아니라 지난 정권이 만들어놓은 수 많은 적폐들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이유가 이러한 보수의 가치를 스스로 감추거나 포기하는 위축된 태도 때문일수도 있다.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선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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