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장동사건의 ‘최종 몸통’으로 보고 진행해온 검찰수사는 최근 난관에 봉착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으로부터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에게서 나온 돈 8억4천만원과 2억4천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이 대표의 두 측근,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 정무실장을 구속한 뒤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정 전 실장은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의 천하동인 지분(428억원 상당)의 절반을 나눠 갖기로 한 혐의도 적용돼 구속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동안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신들의 돈을 받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자신의 인적사항과 같은 기본적인 팩트외에 대장동 및 유동규 본부장과 관련된 사안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일체 진술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돈을 줬다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의 진술 및 당시 상황등 정황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내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를 벌일 수 있는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신이 건넨 돈의 최종 행방을 모르는데다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가 대장동사업 처리과정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추정만 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확보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이 대표에게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이 결과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게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조사하고 기소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검찰의 고민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김만배씨의 진술, 즉 태도변화에 적지않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구속기간 만료로 재판중 석방된 상황에서도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사업으로 인해 가장 큰 수익을 얻은데다 인·허가를 둘러싼 대관업무 등을 총괄했기 때문에 남욱 변호사 등이 마련한 돈 보다 훨씬 큰 돈을 이 대표측에 건냈을 가능성이 높고, 천하동인 지분 절반을 주기로 했다는 유 전 본부장 등의 진술이 모두 사실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해왔다.
하지만 김씨는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등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이런 혐의를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상황이다.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의 폭로는 추후 재판에서 자신들의 형량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지만 김만배씨의 경우 진실을 말하게 되면 자신의 죄가 불어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 13일 김씨의 재산 은닉을 조력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최우향 전 쌍방울 부회장과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를 체포한 것은 더 이상 김씨의 입만 처다보고 있을 수 없었던 검찰이 선택한 고강도 ‘압박카드’였다.
김씨 재산 260억원 가량을 은닉하는데 협조한 이들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김씨를 향해 “무일푼이 되고 실지 않으면 진실을 말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 수사와 쌍방울 수사의 연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김만배씨를 조여오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김씨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돌발행동 소식이 전해졌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14일 오전 2시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 주차된 자신의 차 안에서 흉기로 자신의 목과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찔러 자해했다.
그는 한동안 차 안에 머물다 자신의 변호인에게 연락해 자해 사실을 알렸고, 현장에 도착한 변호인은 오후 9시 50분께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며 119에 신고했다. 김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씨의 이런 돌발행동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장동 수사의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미 유남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문기 전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는데, 검찰 등 수사기관 종사자들이나 범죄 심리학자들은 김씨의 행동이 계속해서 입을 다물면서 진실을 덮기 위한 진정성 있는 행위라기 보다 일종의 심경변화가 온 것으로 보는 것이다.
김만배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과 추후 생길 법적문제 해결을 위해 소위 ‘50억클럽’이라는 막강한 검찰 등 법조인맥을 구측해두었다. 하지만 최고의 시나리오였던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당선이 물건너가고 ‘50억클럽’에 대해서도 검찰수사의 칼날이 다가오면서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
한편에서는 김씨의 이번 행동이 이재명 대표측을 향한 시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계속해서 입을 다물면 그만이지만 쌍방울 수사로 연결되면 이 대표와 자신이 함께 죽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 거대 야당 및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시사평론가인 진중권 광운대학교 교수의 15일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진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김만배에서 쌍방울을 거쳐 이재명으로, 대충 이런 그림일 것 같다”면서 “변호사비 대납도 결국 같은 사건(일까)”라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