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새해 첫 거래일인 3일(현지 시간) 테슬라 주가는 12.2% 급락했다. 하루만에 약 500억 달러의 시가 총액이 날아갔다. 우리 돈 63조 5650억원에 달한다. 2021년 11월 1조2300억 달러에 달했던 테슬라의 시총은 3414억 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전체로는 65% 하락했고, 특히 지난해 12월에만도 44%나 떨어져 ‘테슬라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 뉴욕 증시 새해 첫 거래일인 3일(현지 시간) 테슬라 주가는 12.2%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미국 뉴욕 증시 새해 첫 거래일인 3일(현지 시간) 테슬라 주가는 12.2%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테슬라 주식의 폭락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현상이 됐다. 자동차주의 상징, 테크기업 대표주로 여겨지던 테슬라 주가는 110달러에 달하던 1년전의 최고점에 비하면 70% 가까이 급락했다.

흔들리는 미국 ‘빅테크’...애플 주가도 하락세지만 테슬라 폭락은 심각성 달라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의 주가도 첫 거래일에서 전 거래일 대비 3.7% 떨어지면서, 애플과 테슬라를 주축으로 한 미국 ‘빅테크’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애플과 테슬라는 중국에 대한 생산 및 판매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확산에 따른 수요 둔화, 중국 공장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 부진에 따른 타격이 극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애플의 주가 하락과 비교할 때 테슬라의 주가 하락은 더 처참할 정도이다. 테슬라의 주가 추락에는 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에 테슬라 주가 폭락의 심각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테슬라의 지난해 총 생산 및 인도량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2년 총 137만 대의 차량을 생산해 131만 대를 인도했다. 전년 대비 40%늘어났지만, 당초 테슬라가 목표로 했던 ‘인도량 50% 성장’은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의 연간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140만대 이상의 차량을 인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줄 서서 기다린 끝에야 인도할 수 있었던 테슬라의 명성에는 금이 간 셈이고, 테슬라는 재고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테슬라는 2022년 총 137만 대의 차량을 생산해 131만 대를 인도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테슬라는 2022년 총 137만 대의 차량을 생산해 131만 대를 인도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테슬라는 재고를 줄이고 인도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말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7천500달러, 1천만 원에 육박하는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제시하는 세액공제에 해당하는 파격할인에도 판매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테슬라의 판매 부진과 주가 폭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① 흔들리는 테슬라의 독보적 입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라인을 선보임에 따라, 소비자들이 테슬라 이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가 많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테슬라는 포드·GM·폭스바겐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들 회사는 수십년 동안 차량을 저렴하게 대량 생산해 왔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79%, 2021년 71%에 이어 지난해 65%까지 떨어졌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타격도 있다. 비야디(BYD) 같은 현지 경쟁사들이 약진하면서다.

② 비싼 충전비 탓에 전기차 ‘수요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에너지 가격과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전기차 충전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기차의 경우 충전비용이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비보다 비싸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약 65% 하락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의 예를 들어 이같이 보도했다. 독일에서 테슬라 모델3 운전자가 지난 9월 고속 충전소에서 100마일(약 161㎞) 주행에 필요한 충전을 했을 경우 18.46유로(약 2만5100원)가 들었지만,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동급 모델인 혼다 시빅에 같은 주행거리 분량 가솔린을 주유하는 데 드는 비용은 18.31유로(약 2만4900원) 수준이었다.

특히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의 지난달 가정용 전기료는 1kWh(킬로와트시)당 평균 0.43유로(약 585원)로 하반기 들어서만 30%가량 올랐다. 게다가 몇몇 전기 회사는 1월 0.50유로(약 680원) 이상으로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WSJ은 "전기료 부담 증가는 몇몇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판매 보조금을 줄이는 상황에서 진행돼 유럽 내 전기차 판매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을 위협하고 유럽 차량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환의 고비용을 만회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③ 치솟는 금리 탓에 내구재인 자동차 수요 감소 우려

전세계적으로 치솟는 금리는 자동차 대출을 어렵게 하고,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더욱 감소했다는 것이다.

영국 온라인 차량판매 사이트 오토트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기차 구매 문의는 전체의 27%를 차지했지만 11월에는 19%까지 떨어졌다. 대부분의 전기차 제품군이 고가 모델인 데다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할부 비용까지 크게 오르면서 대중 소비자층의 접근이 제한된 점 등이 수요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내구소비재인 자동차를 1~2년 정도 더 사용하려고 한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침체가 온다면 ‘부자(Rich)’와 ‘경기 침체(Recession)’의 합성어인 ‘리치세션(Richcession)’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감원이 빅테크, 투자은행 등 고소득 직종을 중심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④ 머스크 개인의 ‘오너 리스크’도 악재

머스크는 지난해에만 약 400억 달러(약 51조원) 수준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고, 거둔 이익 대부분을 트위터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 머스크가 지난 10월 말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테슬라 주가는 연일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머스크는 테슬라의 오랜 주주인 미국 자산운용사 거버 가와사키(Gerber Kawasaki Wealth)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로스 거버(Ross Gerber)의 질문에 “나는 주식을 매각할 생각이 없다. 내년에는 어떤 상황이 와도 절대 팔지 않을 것이고 내후년에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거버는 지난달 2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머스크의 발언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8월에도 70억 달러(9조238억원)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다. 당시 머스크의 지분 매각은 지난해 4월 말 트위터 인수가 결정된 이후, 40억 달러(5조2388억원)를 팔아치운 뒤 "추가 매각은 없다"고 밝힌 지 4개월여 만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시간을 빼앗겨 테슬라의 경영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머스크는 “테슬라의 중요한 회의에 불참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 주가가 65% 폭락함에 따라, 머스크 개인 재산도 2천억 달러(약 254조 원) 증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테슬라 주가가 65% 폭락함에 따라, 머스크 개인 재산도 2천억 달러(약 254조 원) 증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테슬라 주가가 65% 폭락함에 따라, 머스크의 개인 재산도 2천억 달러(약 254조 원) 증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천억 달러의 재산을 날린 역사상 최초의 인물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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