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씨가 2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구치소를 나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여 답하고 있다. 2019.10.24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손(長孫)기업으로서 혈통을 자랑하는 CJ그룹은 현재 4세승계가 진행중이다. 승계의 종착지는 이병철 창업주의 장손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고위 임원)이다.

현재 진행중인 범(汎) 삼성가 기업의 승계현항을 보면,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의 ‘단독승계’가 마무리 단계이고,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아들 정용진 그룹 부회장과 딸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의 분할승계가 진행중이다.

CJ그룹의 경우에도 최근 몇 년간 이재현 회장이 아들 이선호씨와 딸 이경후 CJENM 경영리더에게 주식을 똑같이 나눠주는 등 분할승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이재현 회장 본인과 여동생 이미경 부회장이 그랬던 것 처럼, 그룹 전체 경영은 아들 이선호씨가, 이경후씨는 콘텐츠 부문인 CJ ENM을 맡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CJ그룹의 승계과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난해 10월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취임, CJ제일제당의 해외사업과 신사업 등을 통해 한류(韓流)의 핵심 중 하나인 ‘K푸드’ 사업을 이끌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매출이 2021년 13조 3562억 원에서 2022년 18조 8471억 원으로 41.11% 늘었고, 영업이익은 5983억원에서 6307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감소세에 있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최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에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CJ제일제당 제품에 대한 역성장 우려가 높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마약문제 또한 이선호씨로의 승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씨는 2019년 9월 1일, 액상 대마초 즉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하려다가 적발돼 소변에서 대마양성 반응이 나왔다. 적발 당시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귀가조치 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사흘뒤에 스스로 경찰에 출두해 구속된 뒤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는 급속한 마약확산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마약과의 전쟁’까지 선포한 상황인 만큼, 이선호씨로의 승계작업에도 속도조절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함께 CJ그룹의 4세승계에 CJ올리브영이라는 비상장 계열사가 고리역할을 하고있다는 점도 향후 적지않은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현재 CJ올리브영 지분은 그룹 지주사격인 CJ가 51.2%,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주식 양도 등으로 장남 이선호씨가 11.04%, 장녀 이경후씨가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두 남매는 올해 올리브영에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각각 110억2209만원, 42억317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돼있다.

올리브영은 지난 2020년 CJ올리브네트윅스로부터 분할된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타면서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300억원 수준의 배당을 실시한바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2% 증가한 2조7809억원, 영업이익은 96.9% 늘어난 2714억원을 기록했다. 올리브영의 이같은 파격적인 배당은 실적향상과 함께 이선호 이경후 남매의 추후 이재현 회장의 지분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용 ‘실탄마련’을 위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에 추진됐던 올리브영의 주식시장 상장 여부도 큰 관심사다. 올리브영이 상장될 경우 이선호 이경후 남매의 지분 규모상 부친 이재현 회장의 CJ지분에 대한 상속 내지 증여세와 맞먹는 엄청난 주식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거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문제가 됐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및 미상장 계열사 주식 저가발행, 한화그룹 승계에 활용된 한화솔류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올리브영과 같은 미상장 알짜배기 계열사가 재벌의 편법승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의 주요 사업에 연관되는, 수익성과 장래성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계열사를 만들어서, 오너 일가가 저가의 주식을 나눠가진 뒤, 기업의 규모와 가치를 높여서 상장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거둬들이는 프로세스다.

이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놓고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눈감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 또한 추후 CJ그룹의 승계작업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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