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됐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처음 시도한 지 15년 만이다. '한국판 록히드마틴' 탄생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27일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에도 경영 실적이 악화한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6일 전원회의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 5곳이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시정조치 부과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했다. 한화는 공정위가 제시한 함정 부품 일부에 대한 가격과 정보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 7개 경쟁 당국은 모두 양사의 결합이 자국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과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른 외국인투자 허가 등의 선결 조건도 모두 충족된 상황이다.
이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2곳 등 한화 계열사 5곳이 5월 중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하게 된다.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맺은 지 5개월 만으로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8월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졸업한 지 약 21년 9개월 만에 새 주인의 품에 안기게 됐다. 새 사명으로는 '한화오션'과 '한화조선해양' 등이 거론되고 있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김승연 회장의 측근인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총괄사장 등이 거명되는 상황이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한화가 대금 분납 요청을 했으나 산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15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된 한화는 국가 기간산업 재건과 K-방산의 글로벌 공략을 위한 대승적인 결단이라고 밝혔다. 경영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상황은 계속 악화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다. 2021년 1조7천547억원의 적자를 냈고, 작년에도 1조6천1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년간 적자 규모가 3조4천억원에 달하면서 작년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천542.4%까지 치솟았다.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인 상태에서 공격적인 수주전 또한 펼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인력 유출과 인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화는 3개 회사에 분산됐던 그룹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그룹의 방산 사업을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워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춰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HSD엔진 인수 작업에도 속도를 내 대우조선해양의 조기 경영정상화는 물론 조선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한화의 사업구조 재편도 사실상 마무리된다.
한화는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일자리 창출, K-방산 수출 확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