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14개국 경쟁 당국 심사 중
미국, 유럽연합(EU), 일본만 남아 
EU의 까다로운 잣대가 최대 관문
2년전 에어캐나다도 EU의 제동으로 
현지 항공사와의 합병 포기 
EU 승인 못받으면 해당국 취항 포기해야
해외 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등
지나친 양보로 승인 받아도
항공사의 국제 경쟁력 저하 우려

대한항공의 여객기가 공항에 정박중인 가운데 아니사아나 항공 여객기가 막 이륙하고 있다. [연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에서 "합병 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 양사 합병에 '빨간 불'이 켜졌다. 

EU가 오는 8월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이번 결정이 향후 심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8일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전날 대한항공 측에  "(합병 시)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이하 SO)를 보냈다. 

또 SO에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 위축"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합병을 시도는 과정에서 주요 취항노선의 국가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당 국가로서는 합병 항공사에게 자국의 공항 이용권을 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독과점 횡포 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나 EU가 반대했는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게 되면, 미국 전역, 유럽 전역에 취항을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14일 이후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국내외 14개국 경쟁 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을 신고했으며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3개 의 승인만 남은 상태다.  

이번에 EU에서 방송한 SO도 그같은 과정의 일부다. 그러나 EU의 SO 내용에 대해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업계에서 긴장하는 이유는 EU가 여느 국가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캐나다의 1등 항공사인 에어캐나다가 3등 항공사인 에어트랜젯과 합병을 시도했으나 EU에서 유럽행 중복노선이 30개 이상이었던 두 항공사에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재분배할 것을 요구, 결국 에어캐나다가 인수를 포기했다. 

EU는 1단계(예비) 심사를 진행한 뒤 지난 2월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가 경쟁 제한 우려와 관련해 대한항공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2단계 심층심사에 돌입한 상태다. 

EU는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 방안과 SO에 대한 답변서 등을 종합해 오는 8월3일 합병에 대한 최종적인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미국이 EU와 일본의 심사 추이를 지켜본 뒤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EU의 심사결과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법무부가 지난해 8월 대한항공으로부터 심층조사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데 이어 그해 11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따라서 만약 EU의 2단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한항공은 EU의 SO에 대해 ""EU 경쟁 당국의 SO 발행은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의거해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라며 "정해진 절차에 의해 SO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 또한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대한항공은 SO에 포함된 경쟁 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EU의 심사로 인해 합병 절차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EU 등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독과점 우려 완화 방안으로 해외 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외항사에 넘겨줘야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우리나라의 항공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의 심사 국가 경쟁당국이 합병하면서 경쟁력이 극대화될 우리나라의 대형 국적 항공사 출현을 견제, 심사 과정에 계속 어려운 과제를 제시해 합병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임영웅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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