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아기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일각에서는 “보호출산법 없는 출생통보제는 오히려 낙태와 많은 아기들의 유기를 늘릴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267명 중 찬성 266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지자체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 유기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장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심평원에 출생 정보를 통보해야 한다.

시·읍·면장은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모친 등 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통지하고, 이후에도 신고가 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출생통보제 법안 통과로 출생 미신고 영유아 사고 방지 입법의 또 다른 한축인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국입양연대 오창화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제적 출생등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아기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는지 입양특례법으로 경험했다”며 지난 2012년에 시행된 입양특례법의 생모 출생등록 강제조항으로 인해 수많은 아기들이 낙태되고 유기되었다고 지적했다. 입양특례법의 독소조항이었던 생모의 출생등록 요구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무려 2,000명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맡겨졌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위기 임산부를 진정으로 돕는 방법은 그들에게 무조건적인 출생등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태아의 생명을 살리면서 자신의 상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보호출산제는 위기임산부의 이름을 숨길 수 있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보호출산법 없이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시행되면 많은 아이들이 유기되고 낙태되는 상황을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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