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에 대한 감사원의 국민감사를 촉구하는 MBC제3노조(사진=독자제공)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의 국민감사를 촉구하는 MBC제3노조(사진=독자제공)

MBC노동조합(제3노조)이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MBC 경영참사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감사원의 국민감사를 촉구했다.

3일 MBC 제3노조는 성명을 통해 "MBC는 국민의 재산이다. MBC에 천문학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면 정부가 나서 국민의 재산을 축낸 과정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겨울 477명의 국민들이 국민감사 청구서에 기꺼이 이름을 올린 이유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감사원의 감사가 너무 더디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감사가 5개월이 넘도록 실시기간만 늘이고 있다. 이제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처음으로 소환 조사한다"라며 "방문진은 MBC 경영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다. MBC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이 반복해 일어났다면, 벌써 불러서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따졌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비언론노조 인원들의 업무배제를 권 이사장이 외면했다면서, MBC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MBC노조 성명]

감사원은 방문진 국민감사를 철저히 수행하라

MBC는 국민의 재산이다. MBC에 천문학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면 정부가 나서 국민의 재산을 축낸 과정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겨울 477명의 국민들이 국민감사 청구서에 기꺼이 이름을 올린 이유이다. 

그런데 감사원의 감사가 너무 더디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감사가 5개월이 넘도록 실시기간만 늘이고 있다. 이제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처음으로 소환 조사한다. 방문진은 MBC 경영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다. MBC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이 반복해 일어났다면, 벌써 불러서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따졌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8월 3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부르는 이유가 경영참사의 경위를 따지는 게 아니라고 한다. ‘방문진의 자료 제출 등에 관한 사항’을 조사한다고 알려졌다.

어처구니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방문진은 감사원이 요구하는 자료를 MBC에서 받으라고 떠넘기고, MBC는 감사원에 자료를 낼 의무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조사인 모양이다. MBC를 ‘훔친 남의 지갑’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수 없다. 누가 방문진 이사 개인 재산에 100억 원이 아니라 100만 원이라도 피해를 입혔다면 그때도 딴 데 가서 자료를 받으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권태선 이사장은 반성은커녕 피해자 흉내를 내는 것 같다. 7월 21일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아프다며 몇 차례 실랑이까지 벌이다 8월 3일 출석한다는 것이다. 모 매체 기자에게는 “가지고 있는 자료를 거의 다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권 이사장 주장대로라면, 감사원은 자료를 다 받고도 일부러 조사를 늦추고 있다는 건지 묻고 싶다. 

권태선 이사장이 감사원에 출두하며 어떤 모습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는 MBC 비언론노조 기자들이 수년째 업무배제당하는 걸 외면해온 권 이사장이 국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밥 먹는 악어’를 떠올린 적이 있다. 어쩌면 감사원에 지지자들을 대동해 출두하며 잔다르크 코스프레를 할지도 모르겠다. 권 이사장이 억울하든 당당하든 MBC에서 아래와 같은 일이 왜 벌어졌는지부터 설명하기 바란다. 

⓵ MBC는 2019년 미국 리조트 개발 사업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 전액을 날렸다. 엄청난 손해에도 불구하고 투자 책임자가 지방MBC 사장으로 영전하는 등 문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⓶ MBC플러스의 실내스포츠 ‘스매시파크’ 사업에서 투자금이 줄줄 새어나갔다. ‘스매시파크 여수점’에서는 40억 원을 선지급한 시공업체가 9억 원어치 싸구려 시설을 들여놓은 뒤 파산했고, 5년간 총 50억 원을 주기로 임차계약을 맺었는데 알고 보니 1년 뒤 시설 소유권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스매시파크 인천점’도 동업자에게 MBC플러스 팀장이 사장 모르게 77억 원을 지급보증해줬고, MBC플러스도 직접 30억 원을 빌려줬는데 부동산 담보 순위가 밀려 유사시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⓷ ‘UMF(Ultra Music Festival)’는 세계 각국을 순회하는 뮤직 페스티벌이다. MBC는 2022년 행사에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수익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⓸ 미국 메이저리그 선발팀과 한국 프로야구 선발팀이 2022년 11월 서울과 부산에서 경기를 치르려던 ‘MLB 월드투어’가 무산됐다. MBC는 중계권 확보를 위해, 과거 관행과 달리, 수십억 원을 미리 지급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⓹ 직원 수 120명 남짓한 대구MBC가 2022년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200억 원을 출연했다. 사옥 매각 대금에서 거액을 떼낸 것이다. 대구MBC는 그해 7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투자 대신 직원들이 흥청망청 쓰고 있다고 비난받을 소지가 크다.

이런 일들을 막지 못한 권태선 이사장이 억울하다고 말한다면, 그런 사람을 방문진 이사장 자리를 놓아두고 있는 국민은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2023년 8월 3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

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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