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한국 외교 정상화 시동에 있어서도 심각한 걸림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6.25전쟁에 참전해 중공군과 북한인민군 군가를 만든 작곡가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이 최근 논란이 되자 "그에 대한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겨두자"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정율성과 정율성이란 이름을 지어준 김원봉 등 친중,친북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겨두지 않은 걸로 드러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중국 국빈 방문 당시 베이징대 연설에서 정율성을 특별히 기념했고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선 김원봉을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당시 보훈처는 기준까지 바꿔가며 친중,친북 사회주의자들 상당수에게 건국훈장을 줬다.    

정율성의 공과를 역사에 맡겨두자는 강 시장의 현재 입장과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2월 베이징대 연설에서부터 매우 노골적으로 대한민국 역사의 언저리에 있던 김원봉, 정율성 등을 주류의 위치로 격상시키려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당시 연설에서 베이징대 학생들을 향해 "우리 모두 과거를 직시하고 성찰하면서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가 있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들이 '정율성로'에 있는 그의 생가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마오쩌둥 주석이 이끈 대장정에도 조선청년이 함께 했다.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겪고 극복한 동지"라며 "중국과 한국이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 2018년 6월 보훈처(현 보훈부)는 보훈혁신위원회(보훈위)의 권고안대로 김원봉 등을 비롯한 사회주의자들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할 수 있게 기준을 바꿔버렸다. 보훈위는 "19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원봉 등 마땅히 독립유공자가 될 사람들에게 적절한 포상을 해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며 "독립운동은 1945년 8월 15일 시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 시점(광복일)에 독립운동 지속하고 있었다면 그 독립운동가의 사상이 무엇이든, 또 해방 이후 정치적 행적이 무엇이든 그 사람은 독립유공자로 판단해야 옳다"고 했다. 또 "남에서도 북에서도 사상이나 정치적 이유로 독립운동 공적을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는 독립운동가들을 적극 서훈한다"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서훈 등급을 낮춘 사례는 모두 조사해서 재조정한다" 등의 내용도 권고안에 담았다. 내부 논란에도 보훈처는 사회주의 활동에 대한 공식적인 포상 근거를 "광복 후 사회주의 활동을 했더라도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하거나 적극 동조한 것이 아니면 사안별로 판단해 검토한다"로 바꿨다.

2019년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원봉을 콕 집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 동맹의 토대가 되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독립유공자로 만들기 위해 김원봉을 공개 거명한 것이었다.  

당시 보훈처는 청와대 측의 요구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정율성과 김원봉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북한 김일성 정권 수립 및 6.25전쟁 참전 이력 등이 워낙 뚜렷해 불발에 그쳤고 나머지 사회주의 운동가들은 대한민국 국가유공자로 서훈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손혜원 전 의원의 부친 손용우 씨에게는 2018년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됐다.   

강 시장은 이번 정율성 논란에도 기념사업 강행을 천명하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 소재 '정율성 고향집'은 인민군 방한모를 쓴 정율성이 악보를 쳐다보는 사진을 소개하며 "정율성이 항미원조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으로 전쟁 중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하는 정율성의 헌신과 혁명의 낭만주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항미원조'는 중국공산당이 지금까지도 6.25전쟁을 규정하는 용어로 "북한을 돕기 위해 미국에 대항한 전쟁"이란 뜻을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율성을 항일 독립운동가로 기념하자고 하지만 근본적으론 그가 '반일반미(反日反美) 의식' 고취에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이 베이징대 연설에서 정율성을 기리며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겪고 극복한 동지" "중국과 한국이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언급한 대목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 외교 정상화 시동에 있어서도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당 차원의 한미일 정상회의 평가 토론회를 열며 여론전을 펼쳤다. 민주당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용인 등을 거론하며 미국과 일본에게만 이로웠고 한국은 아무런 국익을 얻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주변국들 적으로 돌리는 일방적 진영 외교"라며 "이번 합의로 대한민국은 미국의 대중 견제, 대중 봉쇄의 전면에 서게 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동해냐, 일본해냐. 명백한 주권침해에도 항의조차 못하는 윤 대통령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미 국방부에도 분명히 전한다. 동해는 동해이고 일본해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동해로 바로잡기를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일본의 해양 투기에는 입 뻥긋 못하고, 미 국방부의 일본해 표기에도 항의 한마디 못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현실"이라며 "건강주권, 환경주권, 영토주권을 다 내어주고 우리에게 무슨 국익이 남아 있겠나. 미국과 일본이 요구하면 독도도 그냥 내어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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