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무 화사의 ‘외설 퍼포먼스’ 논쟁이 ‘프레임 공격’으로 인해 왜곡되고 있다. 화사는 한 대학교 축제 무대에서 선보인 춤동작으로 인해 19금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한 학부모 단체는 ‘공연음란죄’ 혐의로 화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화사는 최근 관련된 경찰조사를 받았다.

화사 (본명 안혜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사 (본명 안혜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사를 고발한 시민단체와 의견이 다르다고 ‘괴물’로 부르는 건 ‘문화적 린치’

이를 두고 대중문화계 일각에서 시민단체의 경찰 고발을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괴물 학부모)’의 대중예술 공연장 난입 사건 정도로 격하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몬스터 페어런츠’는 2008년 방영된 일본 TV 드라마 이름이다. 터무니없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됐다. 따라서 ‘몬스터 페어런츠’는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같은 일련의 비극적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악성 민원 학부모와 유사한 그룹으로 분류해 낙인을 찍는 효과를 발휘한다.

화사의 퍼포먼스가 공연음란죄로 고발할 정도의 잘못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의견이 다르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진지한 논쟁을 펼치는 게 건설적인 결과를 낳는다. 더욱이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글로벌 대중문화를 이끌어갈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돌 콘텐츠를 둘러싼 문화논쟁은 오히려 권장할 만한 사안이다.

시민단체가 화사를 경찰에 고발함으로써 안무가 중요한 아이돌 음악의 선정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를 ‘몬스터 페어런츠’라는 부정적 표현을 동원해 낙인을 찍어버리는 방식은 자기와 다른 상대방 의견을 극단적 방식으로 공격하는 행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강할수록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하려는 자세가 병행돼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문화적 린치’로 연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tvN, ‘외설 퍼포먼스’ 논란을 일으킨 화사의 안무 제외하고 방송 내보내

화사(본명 안혜진)는 지난 5월 12일 성균관대 축제무대에서 tvN '댄스가수 유랑단' 프로그램을 촬영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 다양한 세대의 댄스가수들이 참여한 전국 투어콘서트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화사는 성균관대 무대에서 혀로 손가락을 핥은 후에 자신의 신체 특정 부위에 갖다 대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장면은 일종의 직캠 형태로 유튜브 등 다양한 SNS를 통해 퍼져 나갔고, ‘외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골적인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과도한 퍼포먼스였다는 비판과 대중예술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라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tvN 측은 문제가 된 퍼포먼스를 방송하지 않았다.

학부모단체인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이하 ‘학인연’)는 지난 6월 22일 화사를 공연음란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행위가 대중에게 수치심과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화사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 “화사 행위는 유사 성행위, 다수 초등학생에게 노출돼”

그런데 지난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학인연의 신민향 대표와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씨를 각각 인터뷰함으로써 논쟁을 격화시켰다. 예술인가 아니면 외설인가에 대한 견해 차이가 폭발한 것이다.

신민향 대표는 “화사씨는 공연 안무와 전혀 맥락에 맞지 않게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앉은 자세에서 서로 손을 합친 뒤 성기 부위를 손으로 쓸어올리는 행위를 한다”면서 “이 행위는 형법 245조의 공연 음란죄 상 음란 행위에 해당된다. 그 사회 평균이 사실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화사씨의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저도 원하지 않게 보게 됐고, 성적 수치감을 느꼈고 사회 평균이라면 저처럼 수치감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댄스가수 유랑단이 유명해지면서 초등학생들이 공연장에 가서 공연을 보는 것을 보고 (제가)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댄스가수 유랑단’의 인기를 감안할 때 초등학교 3,4학년생들이 공연 현장에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tvN '댄스가수 유랑단'의 막내로 참여한 화사는 지난 5월 성균관대학교 축제 무대에서 선보인 춤동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tvN 캡처]
tvN '댄스가수 유랑단'의 막내로 참여한 화사는 지난 5월 성균관대학교 축제 무대에서 선보인 춤동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tvN 캡처]

나아가 “바바리맨의 경우 경범죄처벌법 제 3조 1항 제 33호로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면서 “화사씨의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 대중들이 더 많이 보았기 때문에 악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바리맨보다 더 많은 대중에게 노출된 화사의 퍼포먼스가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는 논리인 셈이다.

신 대표는 “아이돌 그룹의 댄스 선정성 논란에 법적 대응 하지 않다가 화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한 이유가 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화사씨의 행위는 유사 성행위이기 때문”이라면서 “그 행위가 K팝 문화로 밖에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화사 고발은 몬스터 페어런츠 집단이 예술적 자유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한 사례”

이에 비해 평론가 김헌식씨는 화사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몬스터 페어런츠 집단이 예술적 자유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한 사례”라면서 “일본에서 몬스터 페어런츠는 내 자식을 위해서는 어떤 비상식적인 요구도 남발하는 학부모를 지칭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고도 있는데 자녀 교육을 이유로 과도하게 모든 것에 개입하는 행태가 이번 화사씨 사례에서도 발견이 됐다”면서 “기본적으로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공연이었다. 제3자인 학부모단체가 고발을 해서 경찰이 개입을 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봤을 때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방송 제작진은 편집을 해서 방송을 했다. 그런데 직캠으로 찍어서 올린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학부모단체가 고발하게 된 것이다”면서 “SNS플랫폼의 책임은 쏙 빼고 화사씨만 고발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이 보기에 부적절한 건 객관적 사실...생각이 다르다고 ‘괴물’로 낙인 찍어?

양측의 주장은 외견상 팽팽한 대립처럼 보이지만 공통분모도 적지 않다. 화사가 행한 문제의 퍼포먼스가 초등학생 등이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점, 그런 식의 안무에 한류를 주도하는 K팝 문화의 대표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프로그램 제작사인 tvN도 비슷하다. 문제가 된 동영상을 편집해 방송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다만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르다. 김헌식씨는 문제가 된 퍼포먼스의 광범위한 유통을 방치한 플랫폼 책임론을 제기한다. 그는 12일 모 매체에 기고한 ‘화사 공연논란과 몬스터 페어런츠 현상’에서도 “문제가 해당 영상짤이라면 그것을 공유·확산하는 이들이나 SNS 플랫폼 운영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재차 역설했다.

반면에 시민단체는 화사가 촬영했던 ‘댄스가스 유랑단’의 높은 인기를 감안할 때, 초등학생 등이 현장에서 방청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선정적 퍼포먼스를 행한 화사의 책임이크다는 입장이다.

공연음란죄에 대해서도 판단의 차이가 크다. 시민단체는 “많은 사람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씨는 “공연음란죄의 골간은 상대의 성적 욕망을 자극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해당 공연의 내용은 이성의 상대방 자극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 자신의 성적 욕망을 표현했다”고 반박한다.

화사의 퍼포먼스가 행해진 의도와 상황에 대한 주관적 판단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대중예술계도 문제가 된 ‘외설 퍼포먼스’가 어린 학생들에게 노출돼도 좋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판단을 달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 고발을 한 시민단체를 괴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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