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의 여당 공천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가지 맥락에서다.

우선, 기필코 과반수의석을 달성해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공천 등에 있어 윤석열 대통령 및 대통령실 주도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다. 이에따라 현재 대통령실에 근무중인 비서진들이 총선에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또한 무성하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선거관여가 법으로 명확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공천은 물론 선거운동에 까지 공공연하게 개입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중 치러진 1996년 15대 총선때 제1야당 총재였던 김대중 총재와 소설가 김한길 같은 인물을 둘러싼 영입경쟁을 벌이며 훈수를 두었다.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 또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 대형 상황판까지 걸어놓고 공천문제 등을 챙겼다.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 다 여당인 신한국당과 새천년민주당의 과반수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절실한 상황이었던 만큼, 수수방관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2004년 17대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벌어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여당지지 호소 발언은 그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발의로 이어졌고,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21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건설을 공식화 하는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작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펑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둘러보던 중 그곳에서 일하는 미국인을 만나자 느닷없이, “투표하는 것을 잊지말라”면서 당시 미국의 중간투표 참여를 종용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여당 후보의 선거유세도 지원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또한 공무원, 중립의 의무에 따라 모든 선거개입이 불법이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3·15 부정선거의 영향이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문재인 정권의 적폐수사에서 공천에 개입한 내용까지 처벌받은 바 있다.

대통령실이 총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을 다투는 문제지만, 공천에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정치행위까지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대통령 및 대통령실의 실질적 총선개입 관행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권에서는, 현재 대통령실에 근무중인 사람중 내년 총선 출마희망자가 줄잡아 50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나돈다. 대통령실에서 각 수석실별로 파악한 인원이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대선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참여한 뒤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돼 총선을 준비중인 사람들까지 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을 후광(後光)으로 내년 총선에 뛰어들 인사는 100명은 족히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이다.

앞서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에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80명에 가까운 인원이 공천경쟁에 나선 바 있다.

최근 부산·경남지역의 한 유력 일간지는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 달 초부터 대통령실 행정관급을 중심으로 ‘총선 러시’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해당 지역에 출마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면면을 다음과 같은 기사를 통해 거명했다.

“부산 출신으론 3명의 행정관이 거론된다. 동성고를 졸업한 이창진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은 연제구 출마를 위해 이번 추석 전 퇴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고 출신 정호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버티고 있는 사하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배철순 정무2비서관실 행정관은 대통령실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경남 창원 의창구에 도전장을 던질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김석조 전 부산시의회 의장의 장남 김유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정무수석실 행정관 등의 부산 출마 여부와 시기가 주목받고 있다.

체급이 더 높은 수석 비서관·비서관급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11월 이후에 용산을 떠날 전망이다. 부산 출신 이진복 정무수석,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울산 출신 복두규 인사비서관, 최영해 정책조정비서관, 경남 출신 김대기 비서실장, 강의구 부속실장 등이 차출 후보군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구·경북과 수도권, 기타 지역까지 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실에 근무중인 대통령의 참모중 22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인원은 21대 총선을 앞둔 문재인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80명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통령실에 출마 희망자들이 대거 몰려있는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 대선직후 총선출마용 ‘스펙’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실 근무를 자원했던 것이 직접적인 이유로 꼽힌다. “대통령을 직접 모셨고 대통령이 보내서 왔다”는 출마명분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집권초기 선거에서 대통령실의 공천영향력이 강했던 점을 고려한 ‘낙하산 공천’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들의 출마 희망지역이 대부분 여권의 강세 지역인 영남이라는 점, 그리고 해당 지역 현역 의원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경남, 대구·경북 등 영남권은 대부분 현역 의원들이 ‘터줏대감’으로 지역구를 지키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통령이 보내서 왔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실 출신을 상대하는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방어논리는 “나는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난번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때 영남지역 현역 의원 거의 대부분이 과거와 달리 조기에 ‘윤석열 지지’로 입장을 정리했던 만큼, 대통령실 출신들에 대헤 과거와 같은 ‘낙하산 공천’이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실의 수석급 참모와 공천경쟁이 예상되는 부산의 한 국회의원은 최근 주말뿐 아니라 주 5일을 부산에서 지내며 지역구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를 노리는 대통령실 참모의 지명도가 비교적 높은 것을 의식해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하향식 낙하산 공천을 불가능하다”면서 “최악의 경우가 경선을 하는 것인데 현재 우리 당협 핵심 당원의 70%는 나를 보고 당원이 된 사람들”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경기 북부의 한 여당 의원은 지난 대선때 윤석열 후보를 도왔고, 현재 각각 공공기관과 대통령실에 근무중인 두 사람이 공천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두 사람 모두 주변에 의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거나 “대통령이 직접 가라고 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현역의원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공천에서 배제되는  ‘컷오프’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때 일찌감치 윤석열 지지로 입장을 전했고, 연초 당 대표경선때는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막기위한 연판장 작성에도 앞장서는 등 ‘친윤 행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열중하는 것은 지역구를 더 열심히 도는 것과 가족 중 한명을 당협에 상주시켜 당원관리를 강화하는 일이다. 불가피하게 경선이 벌어질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일부 수석급이나 장관급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통령실 근무자들의 경우, 낙하산이 아닌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지명도나 인지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공천에 관여하거나 윤핵관 등이 공천권을 장악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이에따라 생길 부작용, 특히 총선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물론 여권 분열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청와대 출신 친문들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 공천함으로써 수요와 공급간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결국은 현재 대통령실에 대기중인 출마 희망자들의 경우에도 국민의힘 의석이 거의 없는 수도권 출마용 스팩이 되는지 여부, 의지가 최종 공천여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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