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엔 무대에서 '사절단 방북' 공식 발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다음달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 무대에서 자국 사절단의 북한 방문 계획을 전격 공식화한 배경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며 양국의 밀착 배경이 '북러 정상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임을 강조했다. 이달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이 약속했던 '평양 답방' 이행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엔총회를 계기로 서방 주요국을 포함한 각국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보란듯이 북러 밀착 기류를 과시한 점이 주목된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의 회견 하루 전날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통신 인터뷰를 통해 "고위급 대표단 교류를 비롯한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2019년 4월 러시아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푸틴 대통령이 수락했다고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측에서는 공식 반응이 전혀 없었던데다 답방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정상회담에 이은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쾌히 수락"했다고 전했고,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은 이 초대를 감사히 수락했다"고 같은 메시지를 공표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평양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자신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이후 해외 순방에 나선 적이 없다. 또 푸틴 대통령은 23년 전인 2000년 7월 평양에서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만난 뒤 북한을 찾은 적이 없다.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되는 것인만큼 양국 군사협력 기조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 앞서 제78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능력이 강화된 한반도에서 미국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과잉 반응을 보인다"며 "인도주의와 정치적 해결을 우선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노력은 계속 거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안보 현안에 공조하는 상황을 '과잉 반응'이라 비난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3차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에 참석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논의가 북중러 3국 정상회담 가능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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