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출범 2년차에 치러진 2020년 21대 총선은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중간평가 및 심판의 성격이 강한 선거였다.

2019년 하반기 불거진 조국 사태와 같은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 검찰개혁이라는 명분하에 진행된 공수처 신설,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같은 밀어붙이기에 국민들의 저항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해 10월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에 벌어진 서울 광화문 집회에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수백만명의 군중이 참여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었다.

문제는 코로나19였다.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서 대한민국 또한 전 세계를 엄습한 팬데믹의 공포에 휩싸였다. 코로나 19가 2020년 4월15일, 제21대 총선의 가장 큰 이슈이자, 변수가 되고 말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김대중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정책은 “국민의 과도한 희생을 담보한 정치방역”으로 치달았고, 대책 하나하나가 다가오는 총선을 겨냥한 것이었다. ‘태극기 부대’ 등 우파 세력의 반정부집회가 완전히 차단된 가운데 언론 또한 전시상황과 같은 일방적 정부홍보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높은 시민의식과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서 하루 수천, 수만명씩 신규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은 첫 환자 발생이후 40일간 총 환자수를 3천명 이하로 억제하고, 사망률을 낮춤으로써 문재인 정권과 집권 여당에는 큰 힘이 됐다.

그럼에도 총선 4개월전인 2019년 연말에 이루어진 각 언론의 여론조사는 여당 지지율이 야당 보다 대략 10-15%P 정도 높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이런 추세는 총선 때 까지도 이어졌다.

황교안 대표가 이끌었던 자유한국당은 2020년 2월 총선을 두달 앞두고 새로운보수당 등과 합당하면서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리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중도의 상징, 김종인을 총선용 얼굴,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2019년 2월, 황교안이 자유한국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위기에 몰린 자유 민주주의 및 우파세력을 지키고 재건해 달라는 국민과 당원들이 절실한 염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야당을 이끌어야 했던 황교안 대표는 자신을 선택한 보수세력의 요구와 시대정신을 거슬렀다.

자유한국당 대표가 된 이후 황 대표 본인과 측근들은 공안검사 출신에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장관으로 통진당의 해산을 이끌어낸 그의 우파경력을 희석시키기 위해 부심했다.

당시 황교안 대표는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온건하고 중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선거공학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김종인 선대위원장 발탁 또한 이들의 요구와 더불어 선거때만 되면 보수정당에서 기승을 부리는 중도확장 논리가 합쳐진 결과였다.

선거국면이 되자 민주당은 소속 후보의 온갖 문제발언도 감싸주는 반면, 황교안-김종인 체제가 했던 세월호 발언과 관련 차명진 후보의 경우처럼, 자당 후보의 사소한 말실수, 심지어 소신발언에 대해서도 제명이라는 강경조치를 일삼았다.

언론의 운동장이 심하게 좌파,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이런 행태가 자정(自淨) 노력으로 비쳐지기는커녕, 그럴수록 미래통합당은 문제집단으로 부각될 뿐이었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중진, 스펙이 되는 엘리트 자원들은 수도권 같은 험지(險地)를 외면하고, 일제히 대구·경북이나 부산·경남의 고향을 출마지로 선택했다.

김형오 공천심사위원장은 홍준표 김태호 같은 거물급에게 수도권 및 험지출마를 압박하면서 고향에 공천을 주지 않았지만 기어코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지역구 의석 253석 중 121석이 걸린, 최대 전장터, 주전선(主前線)에서 도망가는 군대가 적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21대총선은 민주당이 주도해서 도입한 사전투표제의 효과를 톡톡히 본 선거였다. 21대 총선 투표율은 66.2%로 2016년 20대 58.0%, 2012년 19대 54.2% 보다 훨등히 높아졌다.

개표를 앞두고, 미래통합당은 이처럼 유례없이 높아진 총선투표율, 특히 사전투표율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투표함이 열리고 사전투표 용지를 확인하자 민주당 후보를 찍은 표가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되는 순간이었다.

21대 총선결과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많은 정치분석가들은 “여당은 코로나 19의 덕을 봤고, 야당은 황교안 대표가 망친 선거”라고 평가한다.

당시 수도권에서 낙선한 미래통합당의 후보는 “황교안 대표가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김종인이라는 인물을 끌이 들이는 등 오락가락 하지 않았으면 그래도 미래통합당이 130석 정도는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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