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보호막 치기위한 ‘또 하나의 방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으로써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부결된지 35년만에 사법부 수장의 공백사태가 재현됐다.

이날 오후 국회 표결결과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찬성이 과반수를 넘지 못함으로써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표결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현재 국회의원 298명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이 168명임을 감안하면, 지난달 21일 있었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와는 달리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뒤, 재산신고 누락·자녀 재산형성 의혹 등이 불거진 이 후보자가 사법부 수장으로서 부적격이라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대법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이날 본회의 전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장은 그 어느 공직 후보자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며 “이균용 후보자 같은 사람은 대법원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표결전 "만에 하나 부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닥뜨린다면 초유의 사태가 불러올, 사법부는 물론 국가적 혼란 상황이 뻔히 보인다"며 가결을 촉구했다.

유 대변인은 "여야가 정지적 현안으로 첨예한 대립과 갈등 속에 있다 하더라도 입법과 사법, 행정이라는 세 축의 대한민국 헌정 시스템은 단 1분, 1초도 비정상적으로 작동되거나 결코 멈추게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보수성향의 법관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주도해 온 법원 개혁에 비판적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결국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이 불가능해지는 등 사법부 기능의 장기 마비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이같은 ‘비토’가 윤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총체적 발목잡기로 받아 들여지는 만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및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장기간 대치상태를 보여온 정국은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 부결시킨 것은 각종 수사와 재판 등 사법리스크로부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보호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탄’으로 받아 들여진다.

사법부 구성원을 향해 국회의 절대 과반수 정당인 민주당의 위상을 과시하는 한편, 당장 법관인사 차질에 따른 재판지연 등 현실적인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때와 달리 비명계가 이탈하지 않은 것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견제심리를 고조시킴으로써 민주당의 지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이같은 선택을 두고 여의도 정치권에서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은 이재명 대표의 재판을 지연시키고 민주당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탄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맞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의 국정운영 또한 한층 공세적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민주당이 십사리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신원식 국방, 유인촌 문화체육관광,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강행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가 단식 및 구속영장 기각후 내놓은 영수회담 같은 보여주기용 대화, 화해정국의 가능성이 완전히 물건너가는 대신, 내년 4월까지 남은 200일간의 정국은 사실상 정치적 내전상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