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이선균(48)과 인기그룹 빅뱅 리더인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법무부를 통해 이선균과 지드래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선균(왼쪽)과 지드래곤. [사진=소속사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선균(왼쪽)과 지드래곤. [사진=소속사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선균,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첫 출석...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진술 거부해

이선균씨는 28일 오후 인천 논현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했다. 이씨는 포토라인에서 “먼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많은 분들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소속사를 통해 전달했듯이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의 차량과 휴대 전화를 압수수색했다.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아 모발과 소변을 채취한 뒤 소변에 대한 간이시약 검사도 진행했다. 국과수에도 소변과 모발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예정인데, 이에 대한 결과는 1달 정도 걸릴 예정이다. 

이선균과 권지용 세부 죄명 달라...이씨는 ‘대마·향정’, 권씨는 ‘마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

경찰은 이씨와 권씨를 각각 24일, 2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적용 법률은 동일하지만 세부 죄명은 다르다. 이선균씨는 ‘대마·향정’, 권지용씨는 ‘마약’이다. 이씨와 권씨가 투약한 마약류의 종류가 서로 다르다는 게 경찰의 일차적 판단인 것이다.

실제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28일 이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소환했다.

마약류의 사용·재배·소지·매매 등 행위를 금지하는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마약류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대마·향정신성의약품(향정)·마약 등이다. 이들 3가지는 오용·중독 위험성 등에서 차이가 난다. 투약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다르다.

먼저 ‘대마’는 대마초·수지(대마초의 털을 분리해 생산한 분말·점액)와 이를 원료로 제조된 제품을 지칭한다. 미국 등 해외 일부 국가는 대마를 합법화했다. 중독 위험성이 가장 낮은 마약류라고 볼 수 있다.

‘향정’은 필로폰(메스암페타민)·프로포폴·케타민·졸피뎀 등이 포함된다.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로, 대마보다 범위가 넓어 법률에는 가목에서 마목까지 열거돼 있다. 프로포폴은 강남 지역 병원에서 연예인이나 부유층의 수면제로 불법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죄책감이 적지만 향정에 포한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

권씨에게 적용된 '마약'에는 양귀비·아편·코카인이 포함된다. 이런 물질을 함유하는 각종 혼합물도 범위에 들어간다.

비극적인 ‘징검다리 이론’= ‘연성 마약’에서 코카인이나 아편 같은 ‘하드 드러그’로 옮겨 타게 돼

국내에서는 대마에 대해서도 오·남용과 다른 마약 투약으로 연결될 가능성 등을 우려해 투약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흡입자의 죄책감이 적어 확산위험성이 가장 높다는 지적이다. 또 대마와 같은 ‘연성 마약’을 흡입한 사람은 점점 더 중독성, 독성, 부작용 등이 높은 ‘하드 드러그(hard drug)’로 옮겨가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진=나무위키 캡처]
[사진=나무위키 캡처]

호기심으로 대마초를 흡입한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헤로인이나 코카인, LSD, XTC, 암페타민, 모르핀 같은 ‘하드 드러그’을 탐닉하는 마약 중독자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징검다리 이론’이다.

징검다리 사례 1?= 10여년 전 대마초 흡연했던 권지용, 마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권씨는 지난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에는 초범이고 소량 흡입이라는 정상을 참작받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권씨 소속사 측은 “일본 투어 때 참석한 술자리에서 젊은 일본인이 담배를 권해 호의에 응하는 차원에서 두세 모금 흡입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약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첩보가 사실이라면 지드래곤은 ‘연성 마약’인 대마초를 소량 흡입한 지 10여년 만에 ‘하드 드러그’인 마약을 흡입하는 비극적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징검다리 이론’의 생생한 사례가 되는 셈이다.

마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권씨는 강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탓인지 권씨는 27일 변호인을 통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저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면서 “최근 언론에 공개된 '마약류 관리 법률 위반'에 관한 뉴스 보도 내용과도 무관하다”고 강도높게 부인했다. 단 “수사기관의 조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보다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마약 흡입 여부에 대해서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이씨에 비해 권씨는 강한 부정을 선택한 것이다.

징검다리 이론 사례 2?= A씨 집에서 대마초 피우던 이선균, 향정류까지 투약하게 돼

이씨가 대마와 향정 혐의를 받는다는 것은 2개 종류 이상의 마약류를 흡입·투약했음을 의미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강남 회원제 G유흥업소 실장 A(29·여)씨 자택 등에서 대마초 등을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수면제 성분의 마약류(향정)를 투약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28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28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앞서 이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된 A씨 등 2명에게 협박을 받아 수억 원을 뜯겼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씨는 측근을 통해 A씨와 수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사적인 관계를 맺거나 마약류를 복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유흥업소 관계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선균이 A씨와 몇 차례 만남을 가졌고, 이 과정에서 A씨가 건넨 수면제를 받았는데, 이를 빌미로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남 회원제 G유흥업소 실장 A씨, 3종류의 마약류를 모두 공급해온 ‘종합 마약상’?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씨와 권씨의 마약 혐의에 대한 첩보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향정’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다.

경찰의 첩보가 맞다면 G유흥업소의 A씨는 대마·향정·마약 등의 3가지 마약류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마약상’인 셈이다. G유흥업소는 4명의 기본 술값이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최고급 주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강남의 최고급 유흥업소가 ‘마약 지옥’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씨와 권씨가 모두 A씨를 통해 마약을 구매해서 흡입했다면, A씨는 상대방 수준을 적당히 판단하면서 대마, 향정, 마약 등을 권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은 A씨를 향정 혐의로 구속했다. 의사와 유흥업소 종업원도 각각 마약 공급과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이씨를 협박해 3억5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강남 최고급 유흥업소들이 ‘마약 지옥’일 가능성 우려돼

그러나 경찰은 현재까지 이씨와 권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마약을 투약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경찰은 이씨에 이어 권씨에 대해서도 시약 검사를 진행해 마약 투약 여부와 종류·횟수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시약 검사 결과에 따라 다른 마약류가 검출된다면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도 있다. 경찰은 재벌가 3세·작곡가·가수지망생 등 5명도 투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내사를 하고 있다.

유흥업소 실장인 A씨가 3종류의 마약을 모두 유통시키는 ‘종합 마약상’ 역할을 하면서 유명인들에게 다양한 마약을 공급한 정황이 사실이라면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상당수 강남의 유흥업소가 ‘마약 지옥’으로 전락해 있을 가능성 그리고 일부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마약흡입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 주목해 경찰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