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씨가 결혼을 약속했던 전청조씨의 언변과 사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씨는 3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펴며, 향후 있을 경찰의 수사에 대비하는 태도를 보였다.

남현희씨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남현희씨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하지만 남씨가 내놓은 해명에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아, 전씨와의 공모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남씨가 ‘재벌3세, 호텔 물려준다, 명품 선물, 3억짜리 외제차, 초호화 아파트에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키 1m 54cm의 단신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에서만 금메달 6개를 따내기까지 남씨가 기울인 노력을 무색케 만드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퇴 후 스포츠 예능에도 출연하고, 펜싱 아카데미도 열면서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사기범죄의 공모를 의심받고 있다.

특히 전씨가 ‘뉴욕 승마선수’였던 점을 강조하며,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쓴 카톡 문자 메시지의 허술함이 화제를 낳고 있다. 아주 초급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전씨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전청조의 황당 표현 ‘I am 신뢰에요’ 화제...의사, 증권사 등까지 ‘밈’으로 소비해

전씨가 사업상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 중, ‘I am 신뢰에요’라는 부분이 각종 광고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어려운 말은 한국말로, 쉬운 말은 영어로 씌어 있는데 ‘I am 신뢰’라는 말 자체는 어법상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창조씨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쓴 카톡 문자 메시지의 허술함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전창조씨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쓴 카톡 문자 메시지의 허술함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I am 신뢰를 패러디한 광고물에서는 ‘I am 특가’라고 적혀 있다. 또 증권사에서 내는 보고서에도 ‘I am 신뢰’라고 적혀 있다.

I am 신뢰 대신 ‘I am 행복’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한 의사가 나는 우리 patient와 같이 있으니까 ‘I am 행복’이라고 적은 것이다. ‘웃프다’는 면에서 ‘밈’으로 소비되지만, 피해자가 실존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유라도 안민석 겨냥해 ‘I am 신뢰’ 패러디에 동참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정씨는 28일 페이스북에 "저 300조(원) 있는데 결혼하실 분, 여자분이 제 아이 낳아주시면 독일에 수백개 페이퍼 컴퍼니 물려드리겠다"고 적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어 자신은 '뉴욕 승마선수'였다는 전씨와 달리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진짜 승마선수였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전씨가 카톡 메시지에서 썼던 'I am 신뢰에요'라는 말을 따라 'I am 진지에요'라고 썼다.

정씨의 이 게시물은 최씨 일가의 재산 은닉 의혹을 제기했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글로 풀이됐다. 최서원씨가 빼돌린 돈이 300조가 넘는다는 안 의원의 발언을 패러디해, 자신은 진지하게 제안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안 의원은 지난 2017년 한 방송에서 "최서원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빼돌린 기업은 독일에서만 400~500개가 확인됐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 규모가 당시 돈으로 8조9000억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다.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웃을 일이 아니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사기 범죄’ 지적도

30일 채널A에 출연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우리가 밈을 소비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사건을 좀 무겁게 인식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단순히 전씨의 사건 하나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이런 유형의 사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케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함께 출연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런 사기 범죄에 무감각해진 우리 사회가 참 큰일이다”면서 “법사위에서 보면 사기 범죄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사기범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연이어 조 의원은 사기로 인한 이런 패러디는 좀 자제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황금에 눈이 먼 남현희, 피해자가 아니라 사실상 공범이라는 비판도 거세져

특히 스포츠 스타인 남현희씨가 전청조의 감언이설에 속았다는 주장도 대중의 비판을 받고 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거짓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황금에 눈이 먼 남씨가 전씨의 온갖 의혹과 잘못된 행동에 사실상 눈을 감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남씨는 성폭행을 묵인했다는 또 다른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남현희 인터내셔널 펜싱아카데미에서 일하던 지도자 A씨가 미성년자 수강생 2명에게 수개월 동안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피해자 측 고소가 경찰에 접수됐으나 남씨나 학원 측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공범에 가깝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전청조 사기 혐의 고소·고발 건에 대해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경중을 판단해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전청조의 ‘I am 신뢰’를 밈으로 소비하는 한국사회가 황금만능주의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