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를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를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20세기 최고의 위인들 중 한 명이면서 수없이 많은 일화를 남겼던 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경의 명언들 중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아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앉아 있어도 될 때 서 있지 말고 누워 있어도 될 때 앉아 있지 말라." (“Never stand up when you can sit down, and never sit down when you can lie down.”)

처칠 본인이 이와 같은 평생에 걸친 에너지 보존 노력이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선언했고 이를 통하여 영국인들이 자신을 소위 "똑똑하고 게으른 리더"의 전형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처칠 수상은 '에너지 보존'이라는 자신의 개인적 신념에 따라 절대 자신의 몸을 혹사하지 않았고 정부 운영에 있어서도 정부 예산의 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하여 왔다.

현재 집권당인 보수정당 국민의힘 내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시작으로 하여 윈스턴 처칠의 숭배자들이 수없이 넘쳐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자신의 몸을 혹사해서는 안 된다는 처칠의 가르침은 잘 따르지만 국정 운영에 있어서 정부의 역량을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은 따르려 하지 않는다.

경기도가 경기남북도로 분리될 경우 김포시를 경기북도나 인천광역시가 아닌 서울특별시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김기현 당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그리고 김병수 김포시장의 경우를 분석해 보자. 이들은 처칠 수상과 같은 "똑똑하고 게으른 리더"가 아니라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 또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리더"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30일 김포시 주민들 중 상당수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서울과 동일한 생활권임에도 행정권역이 나누어져 있어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는 근거가 되므로 김포시를 서울특별시에 편입하여 도시생활권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 주에 김병수 김포시장과 만나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하여 의견을 교환해 보겠다고 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성사될 경우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고 쓰레기 매립장 문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싫지 않은 표정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경기도가 경기남도와 경기북도로 분리될 경우 김포시는 한강 남쪽에 있으므로 경기북도에 편입되어서는 안 되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인천광역시와 서울특별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도상으로 보면 김포시는 경기북도, 인천광역시, 서울특별시 중 인천시에 편입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생활권으로 보면 김포시 주민들의 마음은 이미 서울시 방향으로 가 있다.

그런데 김포시민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희망사항이 주민등록상 서울시민이 되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정부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민원은 더 이상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게 - 가능하다면 좌석에 앉아서 -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확충해 달라는 것이다.

지하철이라면 2호선, 3호선 또는 분당선 및 신분당선만을 이용하는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사회 지도층들은 김포시민들이 이용하는 김포 골드라인 및 지하철 5호선, 9호선을 타고 인파에 시달리며 직장에 출퇴근해 보아야 비로소 김포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언론에서는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될 경우 학군 변경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단 서울시에 편입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개선되고 집값도 오르게 되기 때문에 김포시민들에게 매우 유리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김포시민들은 수도권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쾌적한 김포 신도시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서울의 직장으로 출퇴근 시에 매일 경험하게 되는 지하철 내 어마어마한 인파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기현 대표는 왜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를 연결하는 교통망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려 하는 것일까?

여당과 정부가 즉시 김포시민들을 위한 지하철 노선 확충에 나서야 할 때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대중교통망 개선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수도권 행정구역 개편에 매달리는 것은 윈스턴 처칠 경의 비유에 따르면 "앉아 있어도 될 때 서 있으려 하고, 누워 있어도 될 때 앉아 있으려 하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공청회 등을 진행하면서 수없이 많은 공무원들이 야근을 해야 하고 상당한 규모의 정부 예산이 추가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소요될 시간과 노력을 김포 골드라인 등 대중교통망의 증설 등에 추가적으로 사용한다면 더 적은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김포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보다 신속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똑똑하고 게으른 리더"의 길을 외면하고 국민들에게 자신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부지런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길을 선택한 김기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수 김포시장이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와 "멍청하고 부지런한 리더"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분명하게 밝혀질 것이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시민기자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