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서울’론을 꺼낸 국민의힘은 속도전에 나선 반면, 민주당은 ‘어정쩡한 태도’로 맞불을 놓는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서울 편입’ 의제를 던진 지 3일 만에 태스크포스 구성을 한 데 이어, 빠르면 이번 주 내로 특별법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성사될 경우 특별법 발의까지 1주일 만에 다 이뤄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은 ‘반대인 듯 반대 아닌 듯’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 대표의 발언 직후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굉장히 뜬금없는 발표”였다며 짧은 감상만 내놓는 데 그쳤다.

이재명 대표, ‘김포-서울 편입’엔 노코멘트...‘친명’ 박찬대가 ‘음모론’ 제기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도, 김 대표가 내놓은 ‘김포-서울 편입’ 구상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친명’ 박찬대 최고위원은 역술인 ‘천공’의 유튜브 강연 영상을 재생하면서, 국민의힘의 김포-서울 편입 의제가 ‘천공의 말을 듣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최고는 “윤석열 정부 들어 논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며 천공 음모론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포-서울 편입’과 관련해 무속인 ‘천공 음모론’을 제기했다. [사진=채널A 캡처]
박찬대 최고위원은 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포-서울 편입’과 관련해 무속인 ‘천공 음모론’을 제기했다. [사진=채널A 캡처]

신지호 전 의원 “민주당이 한 방 맞고 찌질한 시비 걸고 있다” 꼬집어

민주당의 이같은 의혹 제기에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1일 채널A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큰 것 한방 맞았다’는 장탄식이 나오는 있다”며 “찬성하기도 뭐하고 반대하기도 뭐하고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신 전 의원은 민주당이 갑자기 천공 의혹을 제기한 것은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시도’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신 전 의원은 “조금 찌질한 시비를 걸고 있다”고 저격하며 박 최고에게 “(전 세계적인 트렌드에 대해)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메가시티’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했다는 점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목표도 메가시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신 전 의원은 “뉴욕은 서울 면적의 2배, 런던은 서울 면적의 3배, 도쿄는 서울 면적의 3.6배라는 점”을 설명하며, 김포의 서울 편입은 단순히 면적이 늘어난다는 의미를 넘어서, ‘수도 서울이 해양도시‧ 항구도시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포-서울 편입’ 의제는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시절부터 거론된 ‘대수도론’과 맞닿아 있다며, “찌질한 시비를 걸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해 당론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라”고 저격했다.

이 대표, 천공 유튜브 재생되는 동안 ‘희미한 미소’ 지어

이와 관련해 천공 유튜브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민주당 이 대표는 알 듯 말듯한 미소를 지어 주목됐다. 1일 채널A의 김종석 앵커는 이 대표의 미소에 대해 ‘박찬대 의원의 의혹 제기를 믿고 그거에 힘을 실어주는 미소일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속인 ‘천공’의 유튜브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이재명 대표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1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속인 ‘천공’의 유튜브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이재명 대표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뿐만 아니라 강득구(경기 안양시 만안) 의원과 신영대(전북 군산) 의원 등은 페이스북에 ‘윤 정권서 이해 안 되는 일은 천공 보라’, ‘총선 전략마저 천공 지령? 국민들이 천(인) 공(노)한다’는 조롱섞인 글을 올렸다.

야권에서도 민주당 음모론은 이슈 주도권 뺏긴 충격 탓이라는 분석 나와

민주당이 이처럼 ‘음모론’에 매달리는 것은 ‘이슈 주도권’을 뺏긴 충격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경향신문 박순봉 기자는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우리가 물면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이슈가 커진다’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받아치게 되면, 오히려 이슈 주도권을 뺏긴 민주당으로서는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기자는 천공 음모론에 대한 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정치공세로 쓸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근거도 너무 약하고, 지도부에서 할 얘기도 아니다’는 반박의 목소리도 있다”고 밝혔다. 친야 성향인 경향신문 기자의 눈에도 ‘천공 음모론 제기’는 무리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간파된 셈이다.

천공 음모론을 제기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놓고 국민의힘은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1일 채널A에서 “원내 1당의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나올 만한 얘기는 아니었다”며 “이번 정책 발표는 대통령실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김기현 대표가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천공의 영상을 보고 저런 주장을 했다는 식의 의혹 제기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박 전 의원은 “천공과 관련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고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에 대해서는 돌아볼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민주당은 음모론 말고 근거에 기반한 당론 제시해야” 요구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원내 제1당의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오는 논의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저 같으면 저 영상 공개에 반대했을 것 같은데, 이재명 대표가 흐뭇하게 웃는 것을 보면, 저랑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윤 대변인은 “일단 당론부터 얘기를 하고 찬성인지 아닌지, 찬성이면 왜 찬성이고 반대면 왜 반대인지 얘기한 다음, 공격은 그 다음 순서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리적인 체계를 바탕으로 근거와 증거를 갖고 얘기를 해야 되는데, 마치 반대를 하기 위해 근거 없이 천공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경남 메가시티론 들고 나왔던 민주당, 정책적 견해 표명해야

민주당도 과거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경남 메가시티론을 정책적으로 들고 나왔던 적이 있었던 만큼, 이 사안에 대해 정책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메가 서울’에 대한 정책적 견해를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 당연한 수순이 생략된 채 이 대표가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음모론만 ‘상영’한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 중앙당 차원의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김포시의 국회의원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차원에서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약 앞으로 ‘반대’가 당론이 되더라도, ‘천공 음모론’과 같은 차원의 반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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