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저서 북콘서트장에서 나온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이라는 표현을 두고 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이는 분위기이다. 그 자리에 있던 민형배 의원과 김용민 의원은 당시 최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맞장구를 치며 폭소를 터뜨렸다.

지난 19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치는 암컷' 발언을 하는 도중,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19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치는 암컷' 발언을 하는 도중,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이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1일밤 단체 채팅방에서 설전을 벌였다. 당시 민 의원을 비판한 오영환 의원을 두둔한 박용진 의원은 22일 채널A에 출연해, 채팅방 설전의 전말을 들려줬다.

민주당 단체 채팅방에서 비명계 이원욱과 최강욱 옹호한 민형배가 설전 벌여

채팅방 설전의 포문은 ‘원칙과 상식’ 출범을 알린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최 전 의원 발언에 대한 여성단체 성명을 다룬 조선일보 기사를 올리며 "우리 당이 어찌 이리 망가졌나.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에 민형배 의원은 "우리 당이 망가졌다니?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기준이냐" 라며 따졌다. ‘망가지지 않았다, 문제가 없다’라는 반박을 한 것이다.

그러자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35세의 청년인 오영환 의원이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 이원욱 의원이 비판한 건데 매도하지 말라’는 취지로 민 의원에게 대꾸를 했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지난 4월 극단적 증오와 대결로 점철된 현실정치의 한계를 토로하면서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민 의원은 “조선일보가 민주당을 공격하는 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잠자코 지켜보던 박용진 의원이 ‘오영환 의원의 당을 사랑하는 진심을 존경한다’ 라며 이 설전이 번지지 않도록 중재를 시도했다.

지난 21일 밤 민주당 의원의 단체방에서는 '설치는 암컷'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21일 밤 민주당 의원의 단체방에서는 '설치는 암컷'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사진=채널A 캡처]

전재수, “한 방에 다 말어먹었다” 비판 VS. 박찬대 “아무 것도 안하면 실수도 없다”고 민형배 두둔

하지만 중재는 실패로 돌아갔고, 부산에 지역구를 둔 전재수 의원이 민형배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전 의원은 "(보도가) 과도하다고 말씀하시면 계속 '설치는 암컷'이라 하고 다닐까"라며 "공격할 빌미를 안 주기 위해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몇 번째냐. 쎄빠지게(힘들게 라는 뜻의 부산 사투리) 골목길 돌아놓으면 한방에 다 말아먹고 제발 좀 말 좀 조심하자,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말, 폭망하는 말 구분 못하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이 민형배 의원을 두둔했다. 박 의원은 “실수는 없는 게 좋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실수도 없다”라며 민 의원을 두둔하며 전 의원을 비판하는 듯한 말을 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에 전 의원은 "제발 좀 신중하자"며 "생각나는 대로, 분노하는 대로 거칠게 다 쏟아낼 거면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튜브하는 사람"이라고 재차 민 의원을 저격했다.

의원들간 설전이 계속되자, 비명계와 친명계 간 내분으로 격화되는 양상이 되었다. 이에 오영환 의원은 당 지도부가 당의 기강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선거 승리를 위한 균형 감각을 당의 중심인 지도부가 잃어서는 안 된다"며 "각자 지역구에서 중도층 민심을 다질 수 있게 중심을 잡아달라"고 했다.

박용진, 오영환 지원사격하며 전재수의 분노에 공감 표명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벌어진 설전을 두고 박용진 의원은 “어젯밤 늦은 시간이었다. 오영환 의원이 ‘식견이 부족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언론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과도하게 한 게 문제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보지 말자’라고 얘기를 했다”며, 박 의원은 오 의원에게 “당신 부족하지 않다, 초선이고 젊다고 그래서 부족하다고 그러지 마라, 정말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고맙다.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재수 의원의 분노는 보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전 의원의 분노에 100% 공감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부산에서 어렵게 한 표 한 표 모아나가고 있는데, 노인비하 청년비하 여성비하 논란이 생기면 무릎이 팍팍 꺾인다”고 전 의원의 입장을 두둔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해서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자세를 보이는 게 선거를 앞둔 정당의 자세라는 게 박 의원의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정말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강욱은 사과않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입을 닫아

하지만 민주당은 최 의원의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2일 최 의원의 발언 사흘 만에 “사려 깊지 못한 언행으로 국민께 상처 드리고 당의 입장과 관계없는 무분별한 주장으로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최 전 의원을 대신해 사과를 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최 전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다. 시급한 사안이란 판단 아래, 윤리심판원을 거치지 않고 최고위 의결만 있어도 되는 '비상징계'를 내렸다고 당은 설명했다.

하지만 당에서는 최 전 의원의 직접적인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이재명 대표 또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21일 밤 민주당 의원들간의 설전에서도 여성 의원들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 ‘설치는 암컷’ 비판하면 공천 못받나

22일 채널A에서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여성운동 여성 인권으로 배지를 단 이상희 의원 권인숙 의원 등은 어디에 있냐?”면서 이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그런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침묵하는 것, 도대체 자기가 뭘 대표해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지를 망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내 여성의원들을 저격했다.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22일 채널A에서 이재명 대표와 여성 의원들의 침묵을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22일 채널A에서 이재명 대표와 여성 의원들의 침묵을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에 진행자는 “여성의원들의 침묵은 그렇고, 이재명 대표는 왜 침묵하는가?”라고 물었고, 김 전 의원은 “전략적 모호성인지 모르지만, 홍익표 원내대표까지 입장을 밝혔으면 이 대표도 시스템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1일 오후 “정치인에게 말 한마디는 천근의 무게를 지녔다”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의 “암컷이 설쳐”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이 대표는 최 전 의원을 직접적으로 지칭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해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도 ‘개딸’이 무서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최강욱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어르고 달래는 것처럼 읽힌다’ 혹은 ‘처럼회에서 문제가 터지니, 경고하는 시늉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김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이재명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김 전 의원은 “최강욱 전 의원이나 조국 전 장관의 보스를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보기 때문에 제압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조국 신당을 ‘친문 위성정당’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문 전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 대표가 자기 재판문제까지 포함해서 정신을 못차리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최 전 의원을 직접 언급했다가는 개딸들의 엄중한 경고를 받을 것을 두려워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채널A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일벌백계 조치하겠다고 하는데, 아마 홍 원내대표도 개딸들한테 엄중 경고를 받는 내홍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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