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전 의원이 ‘설치는 암컷’이라는 망언을 쏟아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여성비하 논란과 더불어 ‘3종 망언’ 파문에 휩싸였다. 노인·청년·여성 비하 발언이 그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내년 총선에 악재가 드리운 상황인데, 이번에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국민 전체를 비하하는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불거져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까지 140여일 남은 시점에 민주당 의원들의 숨길 수 없는 ‘후진적인 인식’을 드러냄으로써 ‘망언 4종 세트’를 완성했다는 평가이다. 민주당이 노인, 청년, 여성, 국민을 순서대로 조롱한 뒤 지지를 호소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국민 비하’ =허영 의원,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난해함 지적에 대해 “국민들이 그거 알 필요없다”

지난 21일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위에서 여야 의원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를 했다.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12월 12일)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선거제 개편 논의는 꽉 막혀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에 열린 이날 소위에서도 여야는 평행선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꼼수’ 위성정당을 낳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 방지책을 찾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 이전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 의석수를 나눈 후 지역구 당선자가 이에 못 미칠 때 비례대표로 채우는 제도이다.

민주당은 조국 신당과 송영길 신당 등이 의석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제도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도 이탄희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민주당은 반드시 위성정당을 다뤄야 한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에서 반대해 안건 합의가 안 됐다고 보고받았다”며 “위성정당만큼은 방지해야 한다. 꼼수이고, 상식파괴, 후진국 정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부터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를 사수해야 한다며,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정개특위 2소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 논의가 필요 없는 제도로 돌아가면 된다’며 ‘병립형 비례제’(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제도) 회귀를 주장했다.

21일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김 의원은 “여야 양당 지도부의 사전 협의와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를 거쳐 지역구는 소선거구, 비례대표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하는 안을 각 당 의원총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이미 ‘병립형 비례제’에 합의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가) 추인받았고 민주당은 (당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두 달 반이 넘도록 민주당 당내 조율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의원들은 1시간 가량의 비공개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설전을 이어갔다. 항의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김 의원은 “준연동형제의 산식(算式)을 알고 있냐”, “국회의원도 모르는 산식을 국민들에게 요구하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준연동형제로 도출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복잡하다는 점에서, 준연동형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발언이었다.

김 의원의 지적에 허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그거 알 필요없다. 국민들이 산식 알고 투표하나”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 산식을 모르지 않냐”고 따지며 언성을 높였다.

허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반 국민들을 선거제도에는 관심도 없고 그냥 찍기만 하면 되는 무지렁이 취급을 한 것으로 여겨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허 의원은 21일 밤 입장문을 내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깊이 사과드린다”며 “제 진의는 민의가 제대로 표출되기 위한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의 몫이지, 국민 개개인에게 선거제도의 복잡한 산식까지 이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허 의원은 “이 시간부로 정개특위 위원에서 물러나겠다. 제 부적절한 표현으로 정치개혁과 선거제 개편을 향한 국민의 열망과 당의 노력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망언 4종 세트’ 완성= 김은경의 ‘노인 비하’+ 송영길 등의 ‘청년 비하’+ 최강욱의 ‘여성 비하’+ 허영의 ‘국민 비하’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로써 민주당은 ‘망언 4종 세트’를 완성하게 됐다. 가장 먼저 지난 7월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이 “왜 미래가 짧은 분(노인)들이 젊은이와 똑같이 1대1 표결을 하느냐”는 발언으로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켰다. 송영길(60) 전 대표는 최근 한동훈(50) 법무부 장관에게 “어린놈” “건방진 놈”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같은 현수막을 내걸려다가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친명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출신 최강욱 전 의원이 “암컷이 설쳐” 발언을 한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최강욱이 기어이 홈런을 쳤다’는 탄식이 나왔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사회자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언급하자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최 전 의원은 21일 박시영 유튜브에 출연해 ‘설치는 암컷’이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친야 스피커로 자리잡은 박시영씨는 “동물농장은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컷과 암컷만 존재하는 것”이라며, “남자 여자라고 설명할 순 없다”고 했다.

연이어 박씨는 최 전 의원을 대신해 “일반적인 여성 비하가 아니라,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그건 누가 봐도 김건희씨를 염두에 두고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하지만 최 전 의원의 이같은 ‘암컷’ 발언은 여성 전체를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우리 여성들은 모두 암컷으로밖에 보이지 않는가. 우리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며 반발했다. 이 단체는 최 전 의원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망언 4종 세트’ 중 ‘여성 비하’ 충격파가 가장 클 듯

이처럼 망언 4종 세트를 완성한 민주당은 지지층 이탈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16,147,738표(47.83%)를 얻었다. 16,394,815표(48.56%)를 획득한 윤석열 후보와 불과 247,077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따라서 전체 4400만 유권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이 대표로서는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망언 4종 세트 중에서도 여성들의 반발이 가장 큰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그간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친여성적인 성향을 보여온 민주당에 대한 여성들의 배신감이 큰 탓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은 ‘암컷’ 발언에도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겠지만, 상당수의 여성들은 민주당을 떠나 중도층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여성들의 표심을 잡는 확실한 전략을 국민의힘이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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