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중도층 확장력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한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동훈 카드의 효용에 대한 논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측은 일단 한 장관이 등판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재 충원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22일 오후 OBS 뉴스O에 출연해 한 장관에 대해 "정말 머리 좋은 분이고 국가에 대해서 자기 역할에 대해서 아주 분명하고 깔끔한 (분)"이라면서 "내가 한 장관한테는 ‘좀 도와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빨리 당에 와서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설이 제기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서는 "원 장관 같은 경우에는 정말 어제 눈물이 나더라. 아직 완전히 100% 정해진 건 아닌데 너무너무 고마운 얘기"라며 "혁신의 시작이 우리 원 장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중진과 친윤 인사들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한 축으로 삼고, 한 장관이나 원 장관의 등판을 다른 축으로 삼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인 위원장의 판단인 셈이다.

① 말발 센 공격수 한동훈= 민주당 정치공세에 즉각 ‘흑역사’ 소환해 반격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신인 한 장관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한 장관이 대야 공격수로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흠결을 가진 민주당 인사들이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에 몰두하는 ‘내로남불 행태’를 가차없이 꼬집는 순발력의 소유자라는 이야기이다. 민주당에 비해 소위 말발이 센 정치인이 부족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한 장관이 정치권으로 들어온다면, 큰 원군을 얻게 된다는 분석인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한 장관은 지난 21일에도 기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대해서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적나라한 공격을 퍼붓는 방식으로 답변했다. 이날 CBT(법무부 사회통합 프로그램)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한 장관은 기자들이 송 전 대표가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해 질문을 받자 “송 전 대표 같은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이 겉으로 깨끗한 척하면서 NHK 다니고 재벌 뒷돈을 받을 때, 어떤 정권에서든 재벌과 사회적 강자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했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NHK’는 송 전 대표가 200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전날 ‘86그룹’ 정치인들과 함께 갔던 유흥주점 ‘새천년NHK’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비난하는 송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직접 답하는 대신, 송 전 대표가 감추고 싶은 최악의 흑역사를 소환하는 방식으로 송 전 대표를 공격한 것이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만약에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를 사고 가족이 초밥과 소고기를 먹었다면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반박하기보다는, 이슈 자체를 이재명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사건으로 전환함으로써 오히려 이 대표가 탄핵 대상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화법을 구사한 것이다. 야권의 공세에 직접 답하기보다는 야권의 치부를 들쳐냄으로써, 야권의 공세가 ‘내로남불’에 불과하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전략인 셈이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처남의 마약 의혹과 관련해 "이정섭의 처남 마약 사건은 누가 무마시킨 건가"라며 "한동훈 장관이 마약을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누구 마약은 잡고, 누구 마약은 다 봐주는 거였나"라고 비난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 이유 중 검찰의 자정 능력 부족이 있다”는 지적성 질문을 받자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보시라. 오늘 서영교 의원이 한바닥 쏟아내셨더라”면서 “서 의원은 보좌진을 친인척으로 채우신 분 아닌가. 보좌진 월급에서 후원금 떼어 간 분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서 의원이 이정섭 검사의 구설수를 거론하면서 자신을 공격하자, 서 의원의 흑역사를 즉각 소환시킴으로써 서 의원의 주장이 ‘내로남불’임을 논증한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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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공격수 한동훈의 확장력 1= 국민의힘 지지층 결속력 키우지만 중도 확장력은 떨어져?

한 장관이 드러낸 공격수 스타일의 지지층 확장력도 관심사이다.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9일~ 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포인트)에 따르면, 한 장관이 여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도움이 될 것이다” 42%,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41%로 집계됐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74%가 “여당에 도움 될 것”을 선택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64%가 “여당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민주당이나 야권 성향 정치평론가들은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삼아 한동훈의 중도 표심 소구력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장관은 보수층 결집효과는 크지만, 중도층 흡인력은 취약하다는 것이다.

공격수 한동훈의 확장력 2= 조국 신당이나 이준석 신당에 비하면 우호적 여론 높아

그러나 다른 총선 변수에 비하면 한동훈 카드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합류한 신당에 대해서는 ‘지지’는 24%에 그친 반면에 ‘지지 안함’은 69%에 달했다. ‘지지’ 응답은 대구·경북에서도 31%에 불과했다. 오히려 호남에서 38%가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창당이나 출마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62%에 이르렀다. 한 장관의 출마가 여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41% 정도 나온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③ 한동훈의 출마방식은 3가지...수도권 경합지에서 야당 거물급 누르고 당선되면 단박에 여당 리더십 확보할 듯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그 방식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째, 지역구 출마 대신에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시나리오이다. 이는 전국적인 스타성을 가진 한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에 함몰되지 않고 전국 유세를 돌면서 국민의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유리한 장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둘째, 대구경북(TK), 서울 강남 지역구처럼 출마하면 당선이 확실시 되는 지역구 출마이다. 셋째, 종로·중구와 같은 수도권의 경합지역 중 야당의 거물급이 출마하는 곳을 선택해서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는 시나리오가 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정치 1번지로 불렸던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져 당선된 뒤 대선 승리까지 거머쥐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 장관은 총선에 출마할 경우 두 가지 정치적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첫째, 정치인 한동훈의 경쟁력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것이다. 둘째, 국민의힘의 수도권 승리를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는 세 번째 시나리오가 꼽힌다. 수도권 경합지역에서 야당 거물급 인사와 맞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이 승부수가 통한다면 한 장관은 단박에 국민의힘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에 패배한다고 해도 간발의 격차라고 한다면, 정치인 한동훈의 역량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 장관은 정계 입문도 하기 전에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스타성이 높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라는 이미지는 취약점이다. 한 장관이 만약에 수도권 경합지역에서 야권 거물과 맞대결하는 승부수를 던진다면, 그 자체가 ‘한동훈 자체 브랜드’를 정립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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