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의무 폐지를 앞두고 여야 간 공방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추진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목동4단지를 비롯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실거주의무 폐지를 앞두고 여야 간 공방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추진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목동4단지를 비롯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청년, 여성, 국민 등을 모욕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망언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이번에는 ‘서민 비하’ 발언이 터져나와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서민 비하’ 논란의 당사자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돈이 없는데 왜 분양을 받느냐”는 맹 의원의 문제 발언은 지난 22일 나왔다. 국민의힘은 ‘서민비하’라고 강력 비판했다. 맹 의원은 적극 해명에 나섰으나 여론은 험악해졌다.

사태 흐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맹 의원은 휴일인 2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이 자신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 발언을 '서민 비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정쟁유발이 목적인 막말 프레임을 씌웠다"며 국민의힘에 사과를 요구했다. 여당이 발언의 ‘문맥’을 삭제하고 막말 프레임에 가둬버렸다는 게 맹 의원의 반박이다. 과연 그럴까.

팩트체크 1= 문재인 정부가 올린 아파트 가격, 목돈 없는 서민도 청약하려면 실거주 조건 폐지해야...맹성규 의원, “돈이 없는데 왜 분양을 받느냐” 비난

맹 의원의 문제 발언과 관련된 1라운드 공방은 지난 22일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시작됐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의무 거주 기준을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였다.

2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의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의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권 전매 규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실거주 조건을 완화하는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부동산 규제 완화가 될 것으로 믿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을 국토교통부가 제기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조건을 폐지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초기 자본 부족으로 인해 분양받은 주택을 완전히 소유하지 못해도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문재인 정부 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를 구매할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도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게 실거주 조건을 폐지하려는 정부여당의 정책 목적인 것이다.

물론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조건을 폐지할 경우 투기바람이 불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실거주 목적이 없는 청약자가 전매차익을 얻을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통한 불로소득 회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거주 조건 폐지로 인한 투기세력 확산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맹 의원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맹 의원은 “왜 분양을 받습니까? 돈이 없는데. 누가 돈 없이 분양받으라고 했어요”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팩트체크 2= 국민의힘, “목돈 없는 서민 계층도 자산형성 기회 가져야” VS. 맹성규, “실거주 가능한 계층 입장에서 형평성 위배”

2라운드 공방은 24일 진행됐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맹 의원의 발언이 ‘서민 비하’임을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지난 22일 국토위 법안소위에서는 실거주 의무 제도로 인한 서민의 고충에 대해 논의하던 중 맹 의원이 ‘왜 돈이 없냐’, ‘왜 분양을 받습니까? 돈이 없는데’라는 망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맹 의원의 발언대로라면 돈이 없는 사람은 아파트 분양을 위한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대변인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새로 분양받으면 해당 주택에 2년 이상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실거주의무 법안’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고금리 시대에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악법’이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청년,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한 협의를 통해 청년층에게 내집 마련을 통한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지원강화 등 희망의 주거사다리 구축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청년층 등 목돈이 없어서 실거주가 불가능한 계층도 신규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맹성규 의원은 즉각 입장문을 발표해 “그날의 발언은 실거주의무가 현행법에 있다는 걸 알면서 당장 입주하지 못하는 처지임에도 분양권을 받는 바람에 경쟁자들이 분양권을 얻지 못하는 상황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맥이나 맥락은 살펴보지 않은 채 단어 하나하나를 망언으로 치부하는 것은 침소봉대이고 말꼬리 잡기이다”고 반박했다. “당장 입주하지 못할 처지라면 분양권을 신청하지 말라”는 게 맹 의원의 논리인 셈이다.

신규 아파트 실거주 조건 폐지는 분양을 받아도 입주하지 못할 처지에 있는 ‘서민계층’에게는 유리한 반면, 실거주할 수 있는 ‘목돈을 가진 계층’이지만 분양권 신청경쟁에서 탈락한 경우에는 불리하다는 것이 맹 의원의 해명인 셈이다.

내달부터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지만 실거주의무가 유지되면서 실제 매매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사진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달부터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지만 실거주의무가 유지되면서 실제 매매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사진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팩트체크 3= 맹성규 주장대로라면 투기세력은 돈 없는데 청약하는 세력?

3라운드는 맹의원의 공격으로 시작되고 있다. 맹 의원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에 이번 발언 왜곡에 대해 정중한 사과를, 정부 역시 주택법과 관련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주길 각각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주택 청약에 당첨된 자에 대한 실거주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논의 당시 국토교통부가 자금 부족으로 주택에 거주하기 어려울 경우를 고려해 실거주의무를 폐지하자고 설명한 데 대해 맹 의원이 반박하면서 나왔다.

맹 의원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의무는 실수요자에게 분양함으로써 주택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고 투기수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도 관련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면서 “청약 당시 실거주를 할 의사가 있음에도 떨어진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정책을 폐지하려면 합리적이고 구체적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국토부는 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맹 의원의 반박은 두 가지 치명적인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 첫째, 맹 의원이 투기수요 방지라는 관점에서 실거주의무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면, “실거주의무를 폐지한다면 실거주할 의사도 없이 돈만 많은 투기세력들이 신규 아파트분양 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없는데 왜 분양을 받느냐”고 발언했다. 이 발언을 할 때 맹 의원의 의식 속에는 투기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돈이 없는데 분양을 받으려는 계층은 서민이지 투기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국토부가 실거주의무 조건을 폐지하려는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맹 의원의 반박은 거짓말이다. 국토부는 신규 아파트에 당첨돼도 실거주할 목돈이 없는 청년 등의 서민계층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실거주의무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국토부 차관 출신 자당 의원의 ‘서민 비하’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

맹 의원은 국토교통부 제2차관 출신이다. 돈없는 서민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이 되고 난 뒤에 영끌 대출을 해도 실거주의무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누구보다도 알 만한 인물이다. 투기세력이 아파트 분양을 받고도 실거주의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맹 의원이 투기세력을 겨냥해서 실거주의무 조건 폐지를 반대했다면, “좋은 아파트 살면서 왜 청약을 하느냐”고 꼬집었어야 한다. “돈이 없는데 왜 청약을 하느냐”고 서민계층을 모욕해놓고 이제와서 딴소리하는 것은 ‘2차 가해’에 해당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처럼 자당 소속 의원이 ‘서민 비하’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사과나 해명 대신에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맹 의원의 주장이 민주당의 본심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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