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30엑스포 유치 무산...정·관·재계 총력전에도 '사우디 오일머니' 벽 못 넘어

대한민국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오일머니'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불발됐다.

국제박람회기구(BIE)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총회를 통해 개최지 투표를 진행했다. 부산은 1차 투표에서 29표를 받아 119표를 획득한 1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1약'으로 평가됐던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획득했다. 

BIE 규정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나라가 나오면 개최지로 확정된다. 

따라서 사우디는 1차 투표에서 투표 참여 165개국 중 3분의 2인 110표를 넘긴 119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됐다.

한국은 애초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가결 정족수 3분의 2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며 이탈리아를 누른 뒤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를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우리나라는 당초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판뒤집기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을 피두로 정부·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회원국을 일일이 접촉해 설득해 왔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각별한 공을 들여온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파리 BIE 총회 제4차 PT에 연사로 직접 나섰으며, 9월에는 아세안·G20·유엔총회 계기에 67개국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총 150개국에 지지를 호소했다. 

살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윤 대통령은 9월 말 귀국해 국무회의 도중 '코피'를 쏟기도 했다.

엑스포 유치위 출범 이후 지난 16개월여 동안 13개 대기업 CEO와 정부 관계자 등 민관이 기록한 이동 거리만 해도 지구를 495바퀴 도는 거리인 약 2000만㎞라고 한다.

그처럼 총력전에 나선 끝에 1년6개월 만에 후발주자에서 사우디와 맞서는 양강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듯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과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까지 총 5명이 나서 부산의 비전과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선발 주자인 사우디의 벽은 높았다.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권을 쥐고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이탈리아에 비해 먼저 유치전에 뛰어든 사우디는 초반부터 자본력을 내세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내내 선두를 지켜왔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일찌감치 회원국들을 포섭했고, 한국으로서는 뒤집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유치위원회의 한 자문위원은 "(저개발국 대상으로)천문학적인 개발 차관과 기금을 주는 역할을 해서 금전적인 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로서는 이번 엑스포 유치 명분도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을 만한 것을 내세웠다. 

사우디는 탄소중립이 세계적으로 대세인 흐름에 맞춰 이번 엑스포 유치 추진이 '석유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계한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회원국들에게 홍보해 왔다. 

그리고 유치 활동 내내 포스트 오일' 시대를 주창하며 '탄소 네거티브' 엑스포를 만들겠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고,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유치전 과정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도 국가 자산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