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1심 재판부 판결이 지난 29일 나오면서 ‘몸통 수사’ 주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1심 재판부는 ‘청와대 하명에 따른 수사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 전 대통령의 ‘30년 친구’ 송철호 전 울산시장 그리고 울산경찰청장으로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수사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각각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을 시작한 지 3년 10개월만이다. 그 동안 송 전시장은 임기를 다 채웠고, 황 의원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지연된 정의’가 가까스로 실현됐다는 게 여권의 평가이다.

물론 판결 이후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은 모두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심을 통해서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하명 수사였다면 ‘몸통’ 밝혀야...피해자 김기현 대표는 배후로 문재인, 임종석, 조국 등 실명 거론

하지만 여론의 흐름은 다르다. 청와대 하명 수사였다면 그 몸통은 누구인지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선거개입 당시 울산시장으로서 피해를 입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헌법 파괴 정치 테러에 대해 일부나마 실체가 밝혀진 것은 다행”이라며 1심 선고를 반겼다. 그러면서 “그러나 숨겨져 있는 그 배후, 몸통을 찾아내어 다시는 이런 헌정 파괴 행위가 생기지 않도록 발본색원해야 될 일이 남아 있는 과제”라고 밝혔다. 더 늦기 전에 수사가 중단됐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 이런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재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번 재판에서 몸통 수사를 위한 실마리가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1심 재판부가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7,8개 청와대 부서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하명 수사가 민정비서관 선에서 결정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몸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앞두고 유력후보였던 김기현을 압수수색...문재인 친구 송철호가 뒤집기에 성공해 당선

이 사건의 핵심은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이다. 당시 현직 시장이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던 김기현 후보가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받는 날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3월부터 6월까지 김기현 후보에 대한 수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된 결과, 김 후보의 지지율이 점점 떨어져 결국에는 역전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황 의원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비위 정보를 받아 ‘하명 수사’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거 중립의 의무가 있었던 공직자들이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중대 범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우여곡절 끝에 2020년 1월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백 전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1년여 뒤에는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하며 17개월 만에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재판부, “경찰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사적으로 이용해 선거개입”

재판부는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황 의원에게도 징역 총 3년을 선고했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는 총 징역 3년이 선고됐고,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백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하명 수사'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전부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 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사유가 매우 크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징역 3년에 그칠 문제냐’라는 비판이 거세다. 선거제도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볼 때, 여론을 조작하려고 개입한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직접 ‘선거에 개입’했다는 실체를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커다란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종석, 조국 등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 받아...추미애가 수사팀 해체한 덕분?

하지만 사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 임 전 비서실장 등 16명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람들은 송 전 시장이 당내 경선없이 더불어민주당의 울산시장 후보로 단독 공천받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았다.

송 전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일본 고베 총영사나 공공기관장 자리를 제안하는 등 당내 경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이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29일 채널A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월 취임하자마자 이와 관련한 수사팀을 거의 해체하는 검찰 학살 인사를 단행했다. 따라서 수사가 미진한 채 기소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추가 보완 수사가 진행되면, 추가 기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국민의 시선은 문재인 전 대통령 향해” 단언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이 모든 불법에 대한 최종 책임자,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며 "이제 문 전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의 수사는 ‘몸통’ 앞에서 멈춰 섰다”며 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당시 청와대의 7개 내지 8개 부서가 조직적으로 송철호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점에서 임 전 실장의 지시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이 거론되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2020년 1월 사건 관련자들이 무더기 기소당할 때 함께 소환된 적이 있다. 당시 임 전 실장은 “검찰이 입증을 할 수 있냐?”며 당당한 태도를 보여 주목됐다. 본인이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분위기였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에 대해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29일 채널A에 출연해 “1심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검찰이 다시 한번 검토를 할 수는 있겠지만, 수사에 착수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사를 안 한 것이 아니라, 혐의가 없다는 걸로 종결되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2년 실형이 ‘몸통 수사’의 단초?...여당은 임종석 등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

하지만 서정욱 변호사는 “지금은 (핵심 피고인인) 황운하 의원의 3년과 송철호 전 시장의 3년만 부각돼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2년 실형”이라며 “박형철 반부패비서관도 집행유예이지만 징역형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두 사람의 위에는 조국 전 민정수석이 있고, 그 위에는 8개 조직을 움직인 임 전 실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이 조직이 왜 움직였겠느냐?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송철호 당선되는 게 내 소원이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재판은 ‘반쪽의 정의’만 실현되었으므로, 향후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 나아가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확정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2021년 4월, 임 전 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를 한 상태이다. 이 항고 사건을 서울고검이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데, 재판부의 1심 선고가 서울고검의 검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서울고검은 “1심 선고 결과와 공판에서 확보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예정”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