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계 큰 어른 '자승' 영면
지난달 29일 소신공양 입적
조계사에서 영결식 봉행 후 화성 용주사로 이운 
용주에서 3000여 신도 지켜보는 가운데 다비식
'자승스님 법구' 거화에 불자들 탄식
"소신공양으로 불교계에 큰 깨우침"
쇄신 사리 49재 기간 천불전 봉안
윤 대통령 "불교 역사에 살아 숨 쉴 것"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다비식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 연화대에서 봉행되고 있다. 연화대에는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자승스님의 열반송이 적혀 있었다. [연합뉴스]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다비식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 연화대에서 봉행되고 있다. 연화대에는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자승스님의 열반송이 적혀 있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소신(燒身) 입적한 자승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떠나보내는 다비식이 3일 경기 화성시 소재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에서 엄수됐다. 

이날 오전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에서 종단장으로 영결식이 거행된 후 자승스님의 법구는 이날 오후 1시50분쯤 용주사로 옮겨졌다. 

앞서 영결식에서 진우스님은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며 "다만 선지식께서는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을 먼저 보이신 것일 뿐"이라고 영결사를 했다.

또 "상월결사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에서 열린 자승스님 영결식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영결사를 하고 있다.[BTN 중계화면 캡처]
 3일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에서 열린 자승스님 영결식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영결사를 하고 있다.[BTN 중계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사에서 "자승 큰 스님은 불교의 화쟁 정신으로 포용과 사회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신 한국 불교의 큰 어르신이었다"며 "스님이 걸어온 모든 순간은 한국 불교의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스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더 따뜻하게 살피고 국민의 삶 구석구석 희망이 스며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영결식은 종정 성파스님, 총무원장 진우스님 등 조계종 주요 인사와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 국회 불자모임 정각회 회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등 정계 인사,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등 타 종교인, 불교 신자 등 수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다.

영하 4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조계사에는 조계종 인사와 종교인, 신자 등 약 1만명이 몰렸다. 조계사 일대에는 '해봉당 자승 대종사님 고맙습니다', '부처님 법 잘 전하겠습니다', '밝은 빛으로 세상을 비춰주소서' 등의 현수막도 걸렸다.

다비식이 거행되는 용주사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자승스님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3000여명의 불자들이 스님의 법구가 오후 1시50분께 도착하자 일제히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노제는 용주사 도량을 한 바퀴 돌아 홍살문에 다다르며 시작했다. 경내에는 아미타부처에 귀의하다는 뜻의 '나무아미타불'이 울려퍼졌다.

노제 후 법구는 오후 2시34분 용주사 공터에 마련된 연화대로 이운됐다. 연화대에 법구가 올려지고 거화가 이뤄지자 불자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일부 신도들은 눈물로 자승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엄수된 해봉당 자승 대종사 영결식에서 자승 스님의 영정과 법구가 이운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엄수된 해봉당 자승 대종사 영결식에서 자승 스님의 영정과 법구가 이운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승 스님이 남긴 유언장.
자승 스님이 남긴 유언장.

다비식을 찾은 한 신도는 "스스로 자신을 바치는 소신공양은 쉬운 선택은 아니다"며 "불교계에 깨우침을 주시려고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비식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이재준 수원시장, 권칠승·안민석 국회의원,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찾아 자승스님의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의 사리를 수습해 용주사 천불전에 안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49재 기간 동안 불자들이 애도할 수 있도록 공개하게 된다. 이후 사리 봉안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954년 강원 춘천에서 출생한 자승스님은 1972년 해인사 지관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조계종 재무부장·총무부장, 중앙종회 의원 및 의장을 역임했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8년에 걸쳐 33·34대 총무원장으로서 종단을 이끌었다.

그는 한국 불교 중흥을 목표로 승려 8명과 함께 2019년 겨울 경기 하남시의 비닐하우스형 시설에서 동안거(冬安居)했다. 이를 계기로 '상월결사'라는 단체를 만들어 국내에서 '삼보사찰 천리순례' 등을 하고 올해 초에는 인도·네팔의 8대 성지를 순례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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