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화국 비난 불구, '강골검사' 출신 투입 근본적 개혁 선택

대증요법(對症療法)은 병(病)의 원인을 찾아 없애기 곤란한 상황에서,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에 대응하여 처치하는 치료법이다. 열이 높을 때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해열제를 써서 열을 내리게 하는 식이다.

또다른 선택은 칼을 들이대는 것, 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악성 종양과 같은 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지난 1일 국회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전격 사퇴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후임으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했다.

정부조직법에 명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지상파방송 및 종편·보도PP에 대한 방송정책, 방송통신사업자의 금지행위 조사·제재,불법유해정보 유통방지, 방송광고, 방송프로그램 편성 및 평가정책 수립·시행 등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지상파나 종편 뿐 아니라 인터넷을 휩쓸고 있는 온갖 가짜뉴스의 범람, 왜곡 선동방송을 없애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오랫동안 친민주당 활동을 해왔던 한상혁 변호사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발탁해서 방송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미디어 환경을 왼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한 전 위원장은 보수성향으로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종편방송인 TV조선을 재승인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심사점수를 조작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연말까지 지상파 3사 등 34개사 141개 방송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절차를 유효기간 내에 마치지 않으면 관련 법상 해당 방송은 무허가 불법 방송이 된다. 그밖에 구글·애플 등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과징금 부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조사, 가짜뉴스 단속 관련 처분 결정 등 굵직한 현안이 걸려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좌편향 돼 있는 현재의 미디어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런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없는 이동관 전 위원장에 대해 탄핵을 밀어부친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 탄핵안이 통과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루어지는 5개월여 동안 직무가 정지됐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스스로 사퇴하는 강수를 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포털 뉴스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나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법적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정책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이 사실상 노영방송이 됐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대한민국처럼)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없다"면서 공영방송사 숫자 감축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심하게 병들어 있는 방송계를 개혁하기 위해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진을 대거 교체했다. 고단위 주사약을 투여하는 대증요법이었다. 민주당이 적시한 탄핵소추안의 이유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인연으로 이동관 전 위원장에 대해 각별한 신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홍보수석을 지낸 이력으로 정치색이 너무 강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민주당이 무리한 탄핵을 밀어 붙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동관 전 위원장을 공영방송 시장 및 이사진 교체 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극도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는 식의 대증요법을 펼쳤다. 이 전 위원장은 방송계 문제와 관련, 방송사의 운영체계는 물론, 일선 기자의 성향까지 인적 네트워크 중심으로 문제점을 알고있는 언론계 출신이었다.

반면, 김홍일 새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전형적인 수사검사, 그것도 조폭잡는 검사 출신이다. 검찰이 범죄와의 전쟁을 하기위해 강력부를 만들기 전에도 그는 특수부에서 조폭수사를 주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홍일 후보자의 공통점은 “조직이 아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자세에서 나오는 당당함 내지 뻣뻣함이다.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로 일할 때 그는 다른 특수부 검사들과 달리 취재를 위해 자신의 방을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면박을 줘서 쫓아내기 일쑤였다. “왜 검사가 수사하는데 와서 방해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부장검사를 찾아가서 항의하면 “사람은 뻣뻣해도 수사는 잘 하잖아?”라며 “조폭들은 김홍일 검사 얼굴만 봐도 오금을 지려”라고 감싸주는 일이 잦았다.

그 시절 서울지검의 특수부나 공안부에는 엘리트 검사들이 몰려 있었다. 잘 나가고 있고, 앞길이 창창한 검사들인 만큼, 기자들한테 매우 친절했고, 술자리도 자주 만들었는데, 김홍일 검사는 정반대의 캐릭터였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 소속 평검사로 있을 때, 중수부 2과장인 그를 직속상관으로 모셨다. 두 사람 다 올해의 가짜뉴스 선정에서 1위를 차지한 부산저축은행 수사관련, 가짜뉴스의 최대 피해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KBS사장 교체와 같은 화급한 현안을 처리하느라 손에 피를 묻혔다면, 김홍일 후보자는 방통위의 각종 현안을 뚝심있게 밀어 붙이고, 방송환경 정상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출신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함으로써 야당 등에 의해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한번 더 듣게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소문난 강골검사 출신을 투입해서 대증요법에서 수술로, 근본적인 방송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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