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김기현 대표와 윤핵관의 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총선에 출마할 장관 6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초점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에 맞춰졌다. 원 전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사용법’을 놓고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보내 맞대결을 시키자는 주장과 함께, 경기도 수원이나 용인, 고양시 같은 선거구 4~5개의 특례시에 투입해서 해당 지역에 바람을 일으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내리 5선을 한 경기도 오산에서는 지역의 여당 정치인들이 원 장관에게 “오산에 출마해달라”며 ‘러브콜’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이번 총선을 차기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원 전 장관은 ‘희생과 헌신’이라는 말을 앞세우며 최대한 험지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각에서 원 전 장관과 더불어 총선투입이 확실시되고 있는 ‘여당의 최대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빠졌다. 새 법무부장관 대상자를 놓고 인사검증작업까지 진행되던 상황이어서 한동훈 장관의 투입시기가 늦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는 3개월전, 비례대표는 1개월 전에 공직을 사퇴해야만 한다. 한 장관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서울 종로 등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내년 1월11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비례대표는 3월11일.

개각을 앞두고 한동훈 원희룡 장관의 교체가 거론될 때, 두 사람의 투입시점을 놓고 동시투입설과 순차투입설이 엇갈렸다. 선거 120일전, 12월12일부터 시작되는 예비후보 등록과 활동에 맞춰 두 사람을 동시에 당으로 보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순차적으로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선 원희룡, 후 한동훈’이라는 순차투입이 됐는데, 이는 현재 국민의힘이 겪고있는 ‘혁신위 갈등’과 직접적으로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은 내년 총선을 이끌 당의 간판으로 <김기현 대표+한동훈 또는 원희룡 선대위원장> 체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소장파를 중심으로, 당 안팎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2선으로 퇴진하는 <비대위원장+선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일찌감치 영남권 중진 및 윤핵관 인사들의 용퇴 및 수도권 험지출마를 요구함으로써 이 문제가 국민의힘의 혁신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 만큼,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같은 김기현 대표의 2선 후퇴와 비대위 구성안은 이준석 전 대표로 하여금 신당추진을 포기하게 만들고 당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호응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혁신위 일각에서도 혁신위를 조기 해산하고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당 대표를 대체할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단연 1순위다. 당원 및 일반 국민들의 지지도, 호응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개각에 한동훈 장관을 넣지 않은 것을 두고 “당의 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 또한 비대위 쪽으로 기울었다”는 소문까지 무성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기현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대기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과 상견례를 겸한 오찬을 주최했다. 여당에서는 김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김 비서실장과 새로 임명된 이관섭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이 함께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혁신위 갈등이나 비대위 출범 같은 당내 문제가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모임 직후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이 6일중 회동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대통령실에 당내 문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간의 혁신갈등에 대해 철저히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인요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즉각 “그런 일 없다”고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실 분위기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쪽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 엑스포 유치실패 이후 이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다 총선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직 비서진 거의 대부분이 중진 용퇴 및 수도권 험지출마 등 인요한 위원장의 목소리에 호응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증거다.

일각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스스로 비대위체제 전환을 작심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동훈 장관의 ‘등판 타이밍’을 조절해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의 본질은 선동이다. 예나 지금이나 과격하고, 센 주장이 온건한 주장을 이길 수 밖에 없는 것이 정치판의 생리다.

시간은 김기현 대표나 윤핵관의 편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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