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7일 조기해산을 선언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혁신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27일 혁신위가 출범했을 때 예정됐던 임기, 활동기한은 오는 24일이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가 끝나기 전 일찍 개각을 단행하셔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김기현 대표님께도 혁신위원장을 맡을 기회를 주시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또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해서 우리는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며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오는 11일 최고위에 그간 발표했던 6건의 혁신안을 종합해 보고하고 백서를 만든 뒤 활동을 마칠 계획이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대한 평가는 ‘빈손귀가’일 수 밖에 없다. 단 한가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사면만 받아 들여졌을 뿐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당에 제시한 혁신안의 핵심은 3선이상 중진의원 불출마, 윤핵관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출마였다. 이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음으로써 혁신위는 ‘빈손귀가’라는 평가를 면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조기해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종료선언을 앞두고 6일 인요한 위원장은 김기현 대표와 면담을 했다. 그런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이 짧은 면담에서 흘려 들을 수 없는 의미있는 메시지가 나왔다. 김기현 대표가 인요한 위원장에게 중진 용퇴론 및 수도권 험지출마 문제에 대해 ‘전략적 선택’, ‘타이밍’을 거론하면서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혁신위의 핵심 요구사항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살아있는 카드로 받아 들여질 수 밖에 없다.

당초 혁신위가 이 문제를 꺼냈을 때, 김기현 대표와 윤핵관측은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었다. 울산에서 4선 국회의원에 시장까지 지낸 김 대표 자신의 결단까지 요구되는 사안인데다, 윤핵관의 핵심, 장제원 의원은 버스 92대, 4200명의 당원을 동원해 위력시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부산 엑스포 유치가 혁신위원회 출범의 빌미가 됐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같은 참패로 귀결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혁신위의 주장에 급격하게 힘이 실리고, 김기현 대표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비대위 구성론이 부상했다.

그동안 김기현 대표 주변에서는 그의 입지가 흔들릴 때 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칭성’을 거론해왔다.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대표가 물러나거나 2선 후퇴하는 형식의 비대위가 뜨면, 반사효과로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도 퇴진 내지 비대위 구성 움직임이 급부상할텐데 이것은 총선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다.

국민의힘 안팎,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측의 이같은 입장을 두고 ‘역 논개전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죽은 것과는 반대로 지금은 적장(이재명 대표)을 살려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가 6일 인요한 혁신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혁신위의 핵심 요구사항인 자신 등 영남권 중진 및 윤핵관 문제에 대해 ‘전략적 판단’과 ‘타이밍’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짐으로써 이같은 ‘역 논개전술’이 수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인 위원장이 혁신위 활동을 조기 종료하면서 김기현 대표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는 점, 조기활동 종료를 반대하는 혁신위 위원들을 “이제는 당에 맡기자”고 설득했다는 것 또한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또한 인요한 위원장의 혁신안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흐름도 엿보인다. 최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 참모 개편 과정에서 장제원 의원과의 인연으로 대통령실에 입성한 인사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는 후문도 있다.

여기에 윤핵관의 또다른 핵심 인물인 권성동 의원이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으로 움직일 생각도 있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결국 인요한 혁신위의 현재 모습은 빈손귀가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빈손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 위원장 스스로 혁신위 활동에 대해 ‘50% 성공’이라고 평가한데서 그런 맥락을 엿볼 수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