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숙 전 사장, 1·2심 이어 대법원 무죄
임직원 대부분 금고·징역형 집행유예
故 김용균 어머니 '원청 무죄' 판결 규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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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고(故) 김용균씨(당시 24세) 사망 사고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 대표의 무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7일 확정했다.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씨는 지난 2018년 12월11일 오전 3시23분쯤 발전소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당시 김 전 대표 등 서부발전 임직원 9명, 백남호 전 대표 등 발전기술 임직원 5명, 원·하청 법인을 업무상과실치사 또는 산업안전보호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컨베이어벨트와 관련한 위험성이나 한국발전기술과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보인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2심에서도 김 전 대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은 안전보건관리 계획 수립과 작업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발전본부에 위임했고, 태안발전본부 내 설비와 작업환경까지 점검할 주의 의무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서부발전·발전기술 임직원들은 유죄 판단을 받았다.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최소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됐다.

1심에서는 백남호 전 발전기술 사장을 비롯한 11명에게 금고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명은 벌금 700만원, 서부발전은 벌금 1000만원, 발전기술은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실형 선고는 없었다.

2심에서는 이 중 2명과 서부발전이 무죄로 뒤집혔고 1명은 공소기각 결정을 받았다. 나머지 피고인들도 일부 감형받았다.

함께 기소된 권모 전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백 전 대표에 대한 상고도 기각하며 형을 확정했다.

김용균 재단 등 유족 측은 이날 판결에 즉각 반발했다.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53)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이날 선고 뒤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단 증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그런데도 무죄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안전 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 참가자들은 손팻말을 든 채 "판결 거부한다. 원청이 책임자다", "죽음을 만든 자, 원청을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김씨가 숨진 뒤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자는 요구가 잇따랐다.

그리고 이듬해 1월 업계와 경제단체 등의 반대를 뚫고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작년 1월27일 시행됐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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