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계기로 보수정당과 5공의 인연은 끊어졌는데...“

 

어느덧 천만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 흥행돌풍에 국민의힘이 ‘벙어리 냉가슴’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22대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개봉된 이 영화가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섣불리 나설 수도, 딱히 대응할 논리도 없는데 따른 고민이다.

반대로 이 영화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는 엄청난 호재(好材)인 것은 최근 민주당이 곳곳에 ‘서울의 봄’을 끌어다 활용하고 있는데서 보여진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선배인 김홍일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하자, ‘신검부의 하나회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를 ‘검찰공화국’, ‘검찰독재’로 규정라고 비난공세를 펼쳐오다가, ‘서울의 봄’을 계기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 신군부 및 하나회로 까지 연결시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당원들 사이에서 ‘서울의 봄’ 관람하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경기 남양주을 당협의 부녀당원 수백명은 지난주 단체로 이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느낀다는 ‘분노’가 총선에서 어느 정당으로 향할지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우선 현재의 국민의힘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화국과는 역사적 뿌리, 맥락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정당은 1997년 11월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신한국당과 조순의 통합민주당이 이끌던 통합민주당이 합당, 한나라당이 창당된 이후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세력과는 정치적 인연이 끊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정권때 김종필과 함께 5공 세력의 민정당과 합당, 민자당을 만들었고 이후 신한국당으로 재창당했는데, 한나라당이 탄생함으로써 민정당과의 연결선은 사실상 사실상 단절된 것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12·12, 5·18 수사로 5공 신군부 하나회 인사들이 대거 투옥된데 이어 이회창 총재가 그나마 한나라당에 있던 김윤환 이한동 등 민간인 출신 5공 인사들을 대거 ‘축출’ 함으로써 새로운 중도 보수정당의 기틀을 만든 것이다.

이후 새누리당과 미래통합당, 자유한국당을 거쳐 현재의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5공 신군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당에 참여한 적은 없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5공과의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윤상현 의원 정도다. 하지만 윤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입당했다.

범위를 넓히면, 5공때 내무부장관 및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정석모 전 장관의 아들 정진석 의원,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장성만 전 부의장의 아들 장제원 의원까지 거론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은 미성년자였다는 점, 한국식 친인척 촌수, 관계를 들이대면 현재 민주당 의원들 또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5공과 연결시키기는 무리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서울의 봄’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한 것은 지난달 29일 박정하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유일하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시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과 김용민 의원의 ‘계엄 선포’ 발언에 대해 “정치권의 썩은 사과들”이라며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제는 계엄 선포, 군부독재라는 근거 없는 괴담성 발언까지 판을 치고 있다”면서 “막말과 망상으로 더럽혀진 민주당이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민심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서울의 봄’을 만든 김성수 감독의 전작(前作) 영화 ‘아수라’를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자꾸 상대를 몇십년 지난 군사정권과 결부시켜 악마화하는 것은 나쁜 정치”라면서 “지금 영화를 보고 취하실 게 아니라 국회에서 야당이 야당답게 협치에 나서주길 권하고 싶고, 입만 열면 ‘탄핵’하는 분들이 이런 영화나 계엄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다. 오히려 그분들에게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 ‘아수라’를 보시라고 다시 한 번 권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서울의 봄’ 전두환을 보면서 계속 이재명이 떠올랐다”며 “이재명은 2023년의 전두환이다.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해 쿠데타를 자행한 전두환과, 대권을 위해 온갖 불법과 범죄를 저지른 이재명은 쌍둥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일부의 모습과는 달리, 국민의힘에서는 ‘서울의 봄’에 대해서는 “참고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대다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문재인 두 사람이 대결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광해’라는 영화가 개봉돼 1232만명이 관람하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조선시대 임금 광해군을 다룬 이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 및 문재인 후보의 반미, 자주외교를 옹호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당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영화관을 찾아 ‘광해’를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8대 대선에서는 영화 ‘광해’뿐 아니라 대중 문화계 곳곳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밀기위한 작품과 공연이 쏟아졌지만, 박근혜 후보가 득표율 3.5%P, 108만표 차이로 승리했다.

그런점에서 국민의힘은 그나마 ‘서울의 봄’이 내년초가 아닌 올해 ‘일찌감치’ 개봉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 영화의 영향, 여파가 더 오래 계속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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