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 HD현대 정기선의 3세승계와 이재용 회장의 ‘전례(前例)’

 

 

지난 6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의 부산 전통시장 방문모습. 사진 맨 오른쪽이 정기선 HD 부회장 그 왼쪽이 김동관 한화 부회장/'연합뉴스
지난 6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의 부산 전통시장 방문모습. 사진 맨 오른쪽이 정기선 HD 부회장 그 왼쪽이 김동관 한화 부회장/'연합뉴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부산 깡통시장에서 선보인 ‘떡뽁이 먹방’이 큰 화제가 됐는데, 당일 행사에 참석한 재계 인사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다음으로 눈길을 끈 사람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었다.

두 사람 모두 몇 년전부터 ‘3세승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젊고 훤칠한 외모의 ‘훈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 앞에서는 극도로 몸을 사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 상하관계를 의식하지 않는 MZ세대 답게 접시를 들고 윤 대통령과 이 회장 곁을 분주하게 오가는 거리낌 없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한 사이라고 한다. 두 사람의 아버지, 김승연 한화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은 1952년생 동갑으로 서울 장충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1952년생으로 이들과 장충초등학교 동창이다.

이런 인연으로 김승연 회장과 정몽준 이사장은 식구까리도 친분이 두터운데, 정기선 부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또한 각각 1982년생과 83년생, 동갑뻘이이어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두사람 모두 재계 7위와 9위 그룹의 3세 승계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 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의 주식을 차곡차곡 증여받는 형태로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월급과 기존 주식의 배당금외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다보니, 아버지와 본인이 은행에 진 빚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태다.

몇 년전부터 HD현대는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등이 주주들에게 이전과 비교해 확연하게 많은 배당금을 주고있는데,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부회장의 은행빚 때문이 아니냐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한화에너지라는 승계수단, 자금줄을 갖고 있다는 점이 정기선 부회장과 다르다.

한화에너지(옛 에이치솔루션)는 김 부회장이 지분의 50%, 두 동생이 각각 25%씩을 보유한 100% 가족회사다. 아직 김 부회장의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화 지분은 4.44%에 불과하지만, 한화에너지가 9.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 부회장과 형제들의 지주회사에 대한 간접 지배력을 꾸준히 늘려온 것이다.

한화에너지의 전신격인 한화에스앤시(S&C)는 시스템통합(SI) 업체다. 그룹 계열사 전산 시스템 사업을 독점해 전형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늘려왔다. 2001년 설립 당시 김승연 회장과 한화가 대주주였는데, 2005년 아들 3형제한테 매각해 3형제 소유 회사로 만들었다.

내부거래 비율이 50%를 웃돌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고, 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20%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해 사업상 관계가 없는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기도 했다.

증여나 상속을 하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화가 추진중인 이같은 방식의 승계는 삼성 이재용 회장처럼 추후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으로의 3세승계를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이라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사회적 비난과 더불어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받아야만 했다.

애버랜드 전환사체 편법증여 등에 따른 배임 혐의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괘씸죄’는 벗어나지 못했다.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말 제공이 스포츠 지원활동이 아닌, 승계목적의 뇌물죄로 단죄된 것은 삼성과 이재용 회장의 모든 행위를 승계를 위한 것으로 의심하는 선입견이 작용한 측면이 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국내외 유수의 회계법인과 로펌으로부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 회장은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의 구형을 받은 상태다.

현재 대한민국 재계, 상위권 재벌 대부분이 경영권 승계, 즉 ‘승계이슈’를 안고 있다.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상위권 10대 재벌 중 승계이슈가 없는 곳은 사기업이 아닌 포스코(5위)와 농협(10위)을 제외하면 단 한곳도 없다.

재계 2위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전 부인 노소영씨간의 재산분할 소송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 지분을 둘러싸고 진행됨으로써 경영권 다툼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4위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역시 가족들로부터 선친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LG지분을 나눠달라는 소송에 휘말렸다.

3위 현대차그룹은 아직 승계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상태지만,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승계작업의 시작을 앞둔 상태다.

형제간의 갈등이 잠잠해진 롯데 또한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전무로 승진, 추후 승계작업을 진행을 예고했다.

문제는 삼성과 이재용 회장을 둘러싸고 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들이 한화 김동관 부회장과 HD현대 정기선 부회장 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당 뿐 아니라 야당 일각에서도 상속 증여세 폐지 및 완화가 거론되는 등 친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병욱 의원 등 민주당의 전직 정책위 수석부의장 3명은 ‘한국 글로벌 기업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어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고 60%에 이르는 상속세가 폐지되면 재벌 등 한국 주요기업의 가업승계 환경은 획기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한화나 CJ처럼 한화에너지나 CJ올리브영 같은 승계용 실탄마련 회사를 만들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이 움직임처럼 상속 증여세가 폐지, 완화된다면 한국 재계의 3,4세 승계자들은 두 번이나 감옥에 다녀온 이재용 회장의 덕을 크게 보는 셈이다. 반대로 삼성과 이재용 회장을 둘러싸고 발생한 논란 때문에 그보다 훨씬 정교한 편법승계 수단을 만들어야만 할 수도 있다.

‘이재용 덕분’이 될 지, 반대로 ’이재용 탓‘이 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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