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 윤핵관의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선언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부산엑스포 유치실패 등으로 D-120 총선판세가 극히 암울한 국민의힘으로써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요구한 혁신안의 핵심, 영남 중진 및 윤핵관의 용퇴 내지 수도권 험지출마를 원안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됐다.

정치는 명분싸움이다. 국민의힘 총선전망이 밝았다면, 애당초 인요한 위원장의 이같은 요구는 나오지도 않았을 터.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그럴 필요가 있겠다", "그래야만 한다”라고 공감하는 이슈가 한번 터져나오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정치판의 생리다.

장제원 의원이 92대의 버스에 4천여명의 지역구 당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위력시위’를 벌였을 때만 해도 인요한 위원장의 이런 요구는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부산엑스포 유치전 참패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대통령실의 분위기가 달라졌고, 김기현 대표 또한 “시간을 달라”면서 대세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인요한 위원장 3인의 점심회동은 이 모든 것을 정리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이미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선언이 나오기에 앞서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또다른 윤핵관의 실력자인 권성동 의원의 경우 “수도권 험지에 출마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표현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제 영남권 다선 중진의원들의 용퇴, 불출마선언이 이어질 것이다. 누가 봐도 대상자인데, 흐름을 못 읽고 버티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다.

결국 주목되는 것은 김기현 대표다. 장제원 의원처럼 불출마 선언을 통한 용퇴냐, 이니면 울산을 떠나 수도권에 도전하느냐 등 모양갖추기만 남은 상황이다.

여권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라는 강력한 대안이 존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개각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등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을 교체하면서 한동훈 장관은 제외했다. 1차로 원희룡 장관, 시간차를 두고 한동훈 장관을 순차 투입함으로써 효과를 높이는 측면과 더불어 그의 활용처가 김기현 대표의 거취와 맞물려 있는 상황 때문으로 받아 들여졌다.

추후, 김기현 대표가 완전히 퇴진하게 되면 한 장관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면서 선거를 총지휘할 가능성이 높고, 김 대표가 2선후퇴 정도의 모양새로 정리될 경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기현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의 거듭되는 압박에 자신의 거취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거취와 직결된다면서 “상황을 지켜보자”거나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시간을 끌었다.

김기현 대표의 거취가 당내 비명계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직결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민주당 비명계는 이상민 의원의 탈당에 이낙연 전 대표가 본격적인 행보를 하면서 신당창당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기에 이낙연-이준석 연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선거는 구도의 게임이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민주당의 비명계가 신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다자대결 구도가 만들어 진다면 최상의 사니라오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골칫거리 이준석 전 대표까지 가담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김기현 대표의 용퇴나 2선 후퇴는 민주당 안팎의 이재명 대표 퇴진론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온갖 사법리스크로 얼룩진 이재명 대표를 그대로 두고 총선에서 민주당과 붙는 것이 그나마 유리하다는 판단은 정치권에서 이견이 없었다.

이제 이재명 대표로서는 추후 김기현 대표의 거취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어느새 두 사람은 ‘적대적 의존관계’ 내지는 ‘운명공동체’가 되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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