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국회의원 총선이 다가오면 빼놓지 않고 경쟁적으로 내놓는 단골메뉴 중 하나가 ‘인재영입’이다.

현재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이철규 전 사무총장,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총선때 수도권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비해 인재영입에 필사적인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이 다소 열의가 떨어지는 것은 당내 상황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영입한 인재는 지역구를 맡기거나 비례대표로 출마를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이재명 대표가 적극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설 경우 현역 의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비명계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공천을 주기위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1호 영입인재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의사, 구자룡 변호사,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윤도현 SOL(자립준비청년 지원) 대표 등 5명을 발탁했다.

국민의힘이 밝힌 인재영입의 콘셉은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다. 이 교수는 국내 최초 범죄심리학자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각종 방송해 출연해 인지도가 높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육아계 스타’다. 저서 '삐뽀삐뽀119 소아과'가 100만부 이상 판매되며 육아 조언과 함께 저출산 해법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 변호사는 '이재명 저격수'로 유명하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 각종 방송에 패널로 출연해 이재명 대표를 맹공했다.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은 탈북자 출신으로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점이 평가돼 발탁됐다.

국민의힘은 추후 2호 영입 인재로 발표할 과학 기술 분야 전문가를 포함해 40여명의 인재를 발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맞서 민주당도 11일 영입인재 1호로 기후위기 관련 소송들을 이끌어 온 박지혜 변호사를 선정, 발표했다. MZ세대인 박 변호사는 경기과학고와 서울대 등을 졸업한 후 SK텔레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매니저 등으로 일하다가 법조인으로 변신했다.

박 변호사는 기후솔루션 등 환경 단체에서 청소년 기후 소송과 삼척 석탄 발전소 취소 소송 등을 맡았다. 박 변호사는 기후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역행하는 기후 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경제에 초점을 맞춰 영입인재 2호를 발표할 계획이다. 고금리와 물가등으로 민생난이 가중되는 상황에 맞춰, 정부 여당의 ‘경제무능론’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의 인재영입 경쟁은 이전같지 않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출신들을 깜짝 영입함으로써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던 전략은 더 이상 구사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라살림이나 정치에 대해 뭘 안다고...”라는 식의 부정적 반응 때문이다.

1992년, 14대 총선을 앞두고 통일국민당을 만들어서 정치에 뛰어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최불암 이주일 강부자 같은 문화 예술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 지역구와 전국구에 출마시킴으로써 31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각 정치권에서 연예인 영입경쟁이 벌어졌고, 최무룡 신영균 신성일 이순재 최희준 정한용 김을동 최종원 같은 배우나 가수 출신 국회의원들이 다수 탄생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당장 국민의힘이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내년 총선에 투입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다가 최근에는 ‘역풍(逆風)’을 우려해 망설이는 모습에서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에따라 최근들어 각 정당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보다는 특정 분야 전문가, 전문직 여성, 장애인 등을 인재로 영입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 그룹 또한 국회의원이 된 뒤, 지역구 관리나 국회활동 등 정치무대에서는 문제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인재영입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다. 탈북자나 장애인 등 자력으로 국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시키는 것 외에는 ‘인재’라며 국회의원 뱃지를 달아주는 풍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총선을 겨냥해 몇 년간 지역구를 가꿔온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도전자들의 입장에서 영입인재는 ‘낙하산’과 다름없는 존재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지역구를 차지하기 위해 거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변호사, 교수 출신들은 “무슨 기준으로 어떤 교수, 변호사는 인재가 되고 나머지는 일반인이 되는 것이냐”며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때문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지역구 밭길이를 하고있는 사람들은 당에 줄을 대서 ‘영입인재’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실제, 육군 장성 출신으로 내년 총선에서 경기 남부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1년전부터 지역을 누벼온 한 인사는 최근 자신의 이력서와 함께 인재로 영입해야 할 이유를 자세히 적은 문건을 당 사무처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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