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이나 공익성 인정돼 배상 책임 없다는 1심 판결 뒤집어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당사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무당을 찾아가 청와대 인선(人選)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는 내용의 지난 2016년 연합뉴스 보도와 관련해 법원이 해당 기사가 ‘허위’라며 동(同) 언론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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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16년 11월14일자 〈“최순실 작년 봄까지 수차례 굿… 올해 죽을 수 넘으려 사건 터져”〉제하 보도의 내용. [출처=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문광섭 정문경 이준현)는 15일 연합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최 씨에게 동 언론사가 2000만원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를 게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2023나2012805). 최 씨가 무속인을 찾아가 장관(長官) 인선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동 언론사 기사의 공익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이 사건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합506089)은 지난 2월1일 문제의 기사가 ‘허위’인 것은 맞지만 공익성이 있는 보도로 보고 배상책임이 없다며 원고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최 씨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는데, 항소심 판결에서 원심 판결이 뒤집어진 것이다.

연합뉴스는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한창 불거진 지난 2016년 11월 〈“최순실 작년 봄까지 수차례 굿… 올해 죽을 수 넘으려 사건 터져”〉과 〈무속인 “최순실, 장관 인사도 내게 물어… 대답 안 했다”〉 총 두 건의 기사를 통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최 씨가, 사실은, 무속 신앙을 믿고 있으며, 무당에게 수 백만원의 비용을 치르고 재복(財福)을 부르는 굿판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는 장관 인선과 관련한 조언을 구하는 등 ‘미신’을 국정(國政)에 끌어들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가 내보낸 두 건의 보도는 2016년 당시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최 씨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깊숙이 개입해 왔으며 용호(龍虎) 문양이 들어간 국가정보원의 새 로고를 비롯해 박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오방낭(五方囊) 등 역시 무속에 심취한 최 씨의 영향이 미친 결과라는 세간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대중에 수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연합뉴스가 인터뷰했다는 무속인이 최 씨가 자주 찾았다는 실제 그 무속인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문제의 기사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에 관한 것으로써 동 언론사가 그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고 할 것임에도 동 언론사는 그 소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 문제의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2023나2012805 손해배상(기) 사건 판결서 중. [자료=이동환 변호사] 
서울고등법원 2023나2012805 손해배상(기) 사건 판결서 중. [자료=이동환 변호사] 

그러면서 연합뉴스는 최 씨가 무속인에게 장관 인사를 문의했다는 구체적이면서도 민감한 내용을 다루면서 “(최 씨가) 정부 고위직 인사 내용을 미리 입수했을 개연성,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굳히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는데,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에 따르더라도 인터뷰 대상자인 무속인은 막연하게 최 씨가 어떤 사람을 어느 장관 자리에 앉힐지 물어본 적이 있다고 진술할 뿐, 그 내용만 봐서는 무속인의 진술 내용에만 근거해 최 씨가 그같은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선뜻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연합뉴스 측이 ‘최 씨가 자주 찾았다는 무속인’이라고 주장한 인물의 진술 내용에 대해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동 언론사는 해당 인물의 주장 내용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문제의 보도가 있기 전 해당 ‘무속인’을 취재했다는 동 언론사 소속 담당 기자들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취재 결과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정리하면 최순실이 작년 봄까지 와서 굿을 했다는 얘기는 무당 포함 3명에게 들었으나 무당 아들이 연설문 봐 줬는지는 확인이 안 됨” “성과가 영 만족스럽지 못해 아쉽네요”라고 말하는 등 취재 내용이나 결과가 확실하지 않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연합뉴스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최 씨가 무속인에게 장관 인사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그같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이를 바로잡는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를 동 언론사 공식 웹사이트 초기 화면에 게재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연합뉴스가 만일 법원의 정정보도 의무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의무 이행을 완료할 때까지 하루 50만원의 금전을 최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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