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알선수재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이므로, 형량의 최대한도를 구형한 것이다.

[사진=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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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하고 66억여 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핵심 로비스트 김인섭, 내년 2월 13일 1심 선고

김 전 대표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13일 열린다. 당초 1월에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연말과 연초에 법원 업무가 휴정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옥곤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열린 12차 공판에서 ‘다음 공판기일인 15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재판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보다 앞선 지난 11월 10일에는 "내년 2월 재판부 이동이 있는데 (지금 맡고 있는 백현동)사건을 넘기고 갈 수는 없다"며 "나머지 증인들이 안 나오는 경우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취소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1심 선고가 1월 중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펜앤드마이크 12월 3일자 <이재명 옥죄는 ‘허가방’ 김인섭 1심 선고 ‘임박’, 총선정국 ‘태풍’ 몰고 오나> 제하 보도 참조.

1월보다는 다소 늦어진 2월 13일 1심 선고가 나온다 하더라도, 김옥곤 부장판사의 판결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다른 재판에 비해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대표의 알선수재와 관련된 의혹은 감사원의 수사 요청 및 고발로 올해 초 검찰 수사가 이뤄졌고, 김 전 대표는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13차례의 공판 끝에 7개월 만에 재판이 마무리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9월~2023년 3월 성남시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인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청탁 또는 알선한 명목으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77억원 및 5억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사진=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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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는 2014년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성남시에 2단계 부지용도 상향을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그러나 이듬해 1월 김 전 대표를 영입한 뒤 성남시가 4단계 용도 상향을 승인해 주고 높이 50m에 달하는 옹벽 설치도 허가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디벨로퍼는 수천억원대 분양 수익을 거뒀다.

검찰은 이러한 인허가 과정에서 2006년 이재명 성남시장 선거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김 전 대표가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이 대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과 오랜기간 신뢰를 쌓은 덕분에 백현동 사업 인허가가 가능했다고 본 것이다.

이정근, 10억원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4년 2개월 선고받아...82억원 챙긴 김인섭 형량은?

검찰은 "이 사건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 전형적인 권력형 지역 토착 비리 사건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그 결과 막대한 개발이익이 고스란히 민간업자와 김 전 대표에게 귀속된 반면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공정하고 투명한 개발사업자 선정 절차가 형해화하고 지장을 초래했다"며 "인허가권의 공정하고 적정한 행사라는 신뢰 훼손 등 무형의 공익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사진=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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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피고인이 얻은 사익이 77억원 이상 다액인 점, 범행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등 공무원과 특수한 관계임을 과시하고 불이익을 가할 수도 있다는 태세를 보인 점 등을 감안해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약 66억733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에 김인섭 전 대표는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과는 동업자에 해당하고, 성남시 공무원에 대한 청탁은 정당한 의견을 개진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그 대가로 취득한 거액에 대해서도 ‘정당한 사업수익 분배’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5일 최후 진술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백현동 로비스트’로 낙인찍혔다”며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성남시청에) 제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 로비를 통해 불법 특혜를 받을 생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령 로비한다고 하더라도 통할 거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제 역할이 로비로 치부되는 것이 허탈하고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사진=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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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김 전 대표의 유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10억여원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2심에서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에 반해 김 전 대표가 얻은 사익은 77억원에 달하고 함바식당 운영권까지 포함하면 82억원이기 때문에 검찰이 구형한 5년에 거의 가까운 징역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인섭 유죄의 정치학= 백현동 용도 변경은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는 이재명 주장은 허위

김 전 대표에 대한 법원의 1심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게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관련 있는 백현동 재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죄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강규태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인 이 대표 공직선거법 재판은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하나는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백현동과 관련된 혐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김동현 부장판사)에서 심리중인 백현동 배임 혐의와 관련된 것이다.

이재명, 공직선거법 재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 받으면 의원직 상실

우선 김 전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것은,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 주는 셈이 된다. 단순히 공직선거법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미리 보는 공직선거법 판결문’과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이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 아니라 김 전 대표의 로비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고, 이는 이 대표의 유죄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오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고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백현동 배임과 관련해서는 현재 몇 차례 심리가 진행중인 상황이고, 형사합의 33부가 이 대표와 관련된 굵직한 재판 여러 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백현동 배임과 관련한 재판이 마무리되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과 함께 신속한 재판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2027년 대선 출마 이전에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대표의 알선수재에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 대표의 배임도 유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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