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봉변을 당했다. 대통령실이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삼성전자와 최첨단 반도체 장비 공동연구를 위해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을 꼽은 데 대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숟가락 얹기 순방’라고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방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방문,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방문,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삼성전자와 ASML 간의 MOU체결을 최대 순방 성과로 강조 VS. 민주당, 지난해 11월 착공한 R&D센터 ‘숟가락 얹기’라고 맹비난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ASML의 한국 R&D센터 건설에 대해 이미 2021년 화성시·경기도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업무협약을 했고,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가지고 해당 R&D 센터 건설에 착수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남의 성과에 숟가락만 얹는 ‘꼽사리 외교’를 멈추고, 본인의 능력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가져오시기 바란다”고 힐난했다. 최 대변인은 “삼성, 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노력과 경기도와 화성시의 지원으로 이뤄낸 성과를 '글로벌 반도체 동맹 완성'이라며 대통령 순방 성과물로 가로채다니 기가 막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16일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이번에 성사된 ASML-삼성 간 1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은 기존 투자 프로젝트와 전혀 다른 별개 사안”이라고 강력 반박하면서 “민주당은 잘못된 브리핑 내용을 즉각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ASML 피터 베닝크 회장을 두 차례 만나 지속적으로 투자 확대를 요청했고 이번 순방을 계기로 ASML이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그 추가 투자는 차세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공동개발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펜앤드마이크가 이 같은 논쟁에 대해서 펙트체크를 해본 결과, 민주당의 비난은 사실무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팩트1= 지난해 11월 착공한 ASML의 한국 R&D센터는 ‘재활용 부품 공장’...투자 규모는 2500억원

민주당이 지목한 ASML의 한국 R&D센터는 지난해 11월 16일 착공식을 가졌다. 우선 투자 금액이 2400억원이다. 착공식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도 지사는 ‘ASML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표현했다.

동탄2 도시지원시설 용지 약 1만6천㎡ 부지에 건설되는 이 클러스터의 용도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반도체 장비부품 재제조(재생)센터, 교육센터, 체험관 등으로 구성된다. 2024년 12월 준공해 입주할 예정이다. 300명의 신규고용도 예상된다.

핵심은 재제조센터이다. ASML코리아는 부품 선순환 방식인 재제조 사업을 확대해 경기도 내 반도체 분야 혁신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네덜란드 본사에서 납품해오던 주요 장비 부품을 한국에서 직접 수리해 조달함으로써 시간과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난해 착공한 ASML 반도체 클러스터는 ‘장비 부품 재활용 공장’ 정도가 되는 셈이다.

팩트2= 이번에 체결한 MOU, 삼성전자와 ASML이 최첨단 EUV 장비 공동연구소 설립 합의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 앞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오른쪽)과 함께 기업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 앞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오른쪽)과 함께 기업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기간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ASML과 체결한 'EUV(극자외선) 공동연구소 설립'에 관한 업무협약(MOU)은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NA(뉴메리컬어퍼처) EUV 노광장비'에 대한 공동연구가 목표이다. ASML은 7㎚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독점공급하는 반도체 장비업체이다. EUV 장비 한 대 가격은 2000억원 이상 고가이지만 ‘없어서 못파는 제품’이다. 연간 생산량이 40~50대에 불과해 구매자들이 줄을 서 있다. 미국, 중국, 대만, 한국 등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EUV 노광장비 쟁탈전을 벌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ASML은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린다. 장비를 팔아야 하는 ‘을’이지만 구매자인 ‘갑’보다 세다는 뜻이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공동연구하기로 한 하이 NA EUV 노광장비는 2㎚ 공정에 사용되는 최첨단 장비이다. 대당 가격이 4000억원~5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세대 반도체 패권 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ASML의 하이 NA EUV 노광장비의 확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의 파운드리 업체들이 생사를 걸고 하이 NA EUV 노광장비 확보에 나선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ASML과 하이 NA EUV 노광장비를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하고, ASML이 경기도 화성에 1조원을 투자해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차세대 반도체 경쟁을 위한 유리한 고지 확보...기분좋은 이재용은 ‘꽃받침 사진’까지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경쟁을 벌이기 위한 ‘첨단 무기’ 확보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음을 뜻한다. 지난해 착공한 ‘장비 부품 재활용 공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협력관계가 삼성전자와 ASML간에 구축되는 것이다.

인텔은 하이 NA 초도물량 6대를 모두 확보해 초기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MOU체결을 계기로 하이 NA 장비 구매 시기를 앞당겨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막중한 의미를 갖는 성과를 거둔 탓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5일 귀국하면서 이번 방문 성과를 묻는 취재진에게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답한 것이다. 심지어는 ‘꽃받침 사진’을 찍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다.

이 회장과 함께 귀국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MOU에 따라 동탄에 공동연구소를 지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ASML 엔지니어들이 공동연구소에서 하이 NA EUV 장비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면서 “삼성이 하이 NA EUV의 기술적 우선권을 확보했다”고 역설했다.

삼성전자가 거둔 성과를 축하하지 않고 은폐했던 민주당, 이틀 만에 논평 삭제

민주당이 이처럼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 막대한 의미를 성과를 지난해 착공된 ‘반도체 장비 부품 재활용 공장’과 동일한 성과라고 우기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이 과연 어느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당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된다.

삼성전자가 ASML과 최첨단 하이 NA EUV 장비 공동연구에 성공해서 최첨단 장비를 인텔이나 TSMC보다 더 빨리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원하고 축하해주는 게 대한민국 정당의 할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부품 재활용 공장을 운운하면서 그 의미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한 셈이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17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 발표된 ASML-삼성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을 두고 '기존에 유치된 사업을 포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던 논평을 취소했다. 그는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민간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간 노력을 정부가 가로챈 것은 아닌지 지적했으나, 대통령실의 해명을 납득하고, 사실과 달랐음을 인정해 (해당) 논평을 삭제했다”면서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국익을 훼손하는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겠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비난하기 위해서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거둔 대성과를 은폐하고 왜곡한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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