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소심에서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원의 추징을 명령한 바 있다.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도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조 전 장관 부부 항소심 선고는 내년 2월 8일로 예정됐다.

2심에서도 5년 실형 구형된 조국, 2월 8일 법정구속 가능성 거론돼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의 항소심 결과에 대해 ‘법정구속’을 예견하는 분위기이다. 그럴 경우 조 전 장관이 ‘돌 하나를 들겠다’며 예고한 총선 출마는 물건너가는 셈이 된다.

19일 채널A에 출연한 조상규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의 직권 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행사, 업무 방해, 뇌물 수수는 아주 중한 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1심에서 실형 2년이 나왔기 때문에, 2월 8일에는 법정구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부부는 매우 큰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1심에서 실형이 나오면 대부분 법정구속인데 반해, 조 전 장관은 법정구속되지 않고 4년째 자유롭게 다니고 있다. 정 전 교수 역시 5년을 받았는데 3년 3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1년 9개월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국, 신당 창당 실무팀을 최근 해체... 기본소득당 용혜인을 거듭 칭찬해

따라서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과 관련해 창당 실무진이 해체됐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최근에 조 전 장관의 창당 실무팀이 해체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 실무팀이 준비에 들어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원은 독자적인 조국 신당 창당보다도 일종의 비례연합신당 쪽에 참여를 할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같은 내용은 조 전 장관이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민주당’ 페이지의 글을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이 오는 22일 열리는 '사회민주당 정치토크쇼'에서 사회를 본다는 내용이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사진=페이스북 캡처]

서울 마포구 신촌에서 열리는 해당 토크쇼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천호선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사무총장이 출연해 개혁연합신당의 총선승리와 진보집권 구상을 밝힐 전망이다.

조 전 장관과 용혜인 의원과의 연결고리는 지난 4일 광주에서 개최된 조 전 장관의 북콘서트에서 확인됐다. 선거구제 개혁과 관련해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긍정적으로 거론하며 “민주당 중심으로 용혜인‧ 고 노회찬 의원 같은 분들이 학익진처럼 함께해 이번 총선에서 의회 권력을, 다음 대선에서는 행정 권력까지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용혜인과 만난 적 없지만 존재감 약한 민주당 의원들보다 10배 잘해”

조 전 장관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건국대에서 진행된 박성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서도 용혜인 의원에 대한 칭찬을 반복했다. 조 전 장관은 "저는 사실 용혜인 의원과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연락처도 없다. 그런데 정치활동한 것을 보니 참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또 "제가 나이는 그분보다 훨씬 많지만 제 나이 세대에 비해 10명 몫을 하는구나 싶었다. 여러분들이 용혜인 의원은 대부분 아는데 민주당 의원 중에는 모르는 분도 많을 것 아닌가"라며 "이른바 586이라는 저희 나이대 정치인, 활동가들보다 10배쯤은 잘하는 것 같고, 존재감 약한 민주당 의원들보다 10배 잘하는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이와 함께 "저는 그걸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말은, 앞으로 용혜인 의원의 역할이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박성오 출판기념회에서 조 전 장과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물음에 "오늘은 제가 아니라 박성오의 시간"이라면서 자신의 저서 '디케의 눈물' 마지막 북콘서트였던 광주에서의 답변을 반복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제가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인데, 그 재판과 관계없이 4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 추상적으로 돌 하나는 들겠다”고 했다. ‘돌 하나’를 환기시킨 조 전 장관은 "여기 박성오, 여기 오신 분들과 함께 손잡고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제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면 제 일을 하겠다. 그렇게만 말씀드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당 창당 물건너가자 진보세력 비례연합 추진?

조 전 장관이 이처럼 용혜인 의원에 대한 칭찬을 반복한 데다, 22일 토크쇼 사회까지 맡음으로서 신당 창당보다는 비례연합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정의당 의원도 이같은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박 전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은 지금 신당이나 총선 출마가 급한 게 아니고, 항소심 결과에서 구속된다거나 또 실형을 받는다거나 이러면 현실 정치 참여에 상당한 지장이 오기 때문에 그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창당 실무팀을 해체한 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선택으로 풀이된다. 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연합 신당을 만들어서 민주당 지역구 의석까지 포함해 200석을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이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물거품이 된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용 의원에 대한 칭찬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산하 백봉라용균선생기념사업회가 동료 국회의원과 국회 출입 기자, 국회 상임위원회 직원의 투표를 거쳐 제25회 백봉신사상 중, 1980년생 이후 의정 활동과 정치력이 기대되는 의원에게 시상하는 백봉청년신사상을 용 의원이 받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5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으로부터 백봉신사상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5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으로부터 백봉신사상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사생활에서는 구태를 능가하는 새 정치 세력끼리 뭉칠까?

하지만 용 의원은 ‘가족여행 중 김포공항 귀빈실 이용’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지난 3월 제주 여행을 위해 부모와 배우자, 자녀와 김포공항을 방문해 귀빈실을 이용했다. 국토교통부령과 한국공항공사 귀빈실 운영 예규 등에 따르면 귀빈실은 공무 수행 중에만 이용 가능하고, 공무상이라도 신청자의 부모는 이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후 논란이 일자, 용 의원은 “규정에 어긋나는지 몰랐고, 이용 바로 다음날 귀빈실 이용료를 결제했다”고 해명했다. 용 의원 측은 “이후 공항공사에서 안내해 주는 대로 이용했고, 신청 승인이 났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당연히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가족 여행에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려는 생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젊은 여자 조국’이라는 질타가 잇따랐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초선의 국회의원이 의정활동보다 의원들이 누리는 특혜에만 더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로남불’의 표상으로 비판받아온 조 전 장관이 공항귀빈실을 온 가족과 이용했던 용혜인과 정치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설적인 현상이다. 새 정치를 논하는 세력이 실제 사생활에서는 이미 구태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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